법무부(法無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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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영배
  • 승인 2024.03.13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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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이 정권이 들어서고 별의별 해괴한 일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터지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젠 웬만한 일에는 놀라지도 않는다. 그럼에도 이번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도주 대사(?)' 사건은 해도 해도 너무한다는 생각이 든다. 

살다 보면 메(山)도 넘고 물도 건너는 게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정권 들어 겪고 있는 일은 내 평생에 처음 보고 듣는 일이 상당하다. “오늘은 또 무슨 일을 터뜨려서 국민을 놀라게 해줄까?”하는 기대감마저 생길 정도다.

사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호주대사 임명과 공수처의 출국금지,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 등의 사건을 살펴보면 누가 보아도 국기문란 사건으로 규정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건은 지난해 7월로 거슬러 올라간다. 

해병대 채수근 상병(당시 일병)이 폭우가 쏟아진 경북 예천에서 실종자 수색 중 순직했다. 당시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은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 8명이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가 있다는 취지의 조사 결과를 보고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박정훈 수사단장의 수사 기록을 곧바로 결재했다. 하지만 이튿날 갑자기 태도가 바뀌었다. 언론 브리핑 취소와 사건의 경찰 이첩 보류를 지시한 것이다. 박 수사단장은 추후 이 같은 지시가 윤석열 대통령의 ‘격노’ 때문으로 인지하고 있다고 국방부 검찰단 조사에서 진술했다.

박 단장은 국방부의 이첩 보류 지시가 있었지만, 규정대로 수사 자료를 경찰에 넘겼다. 그러자 국방부는 경찰에 넘겨진 박 단장의 수사 자료를 회수하고 박 대령을 명령 불복종으로 군검찰에 고발하고 보직 해임했다. 그 뒤에 국방부는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 등의 혐의를 빼고 사건을 다시 이첩했다. 

이러자 더불어민주당과 민변·참여연대 등은 이종섭 전 장관 등을 공수처에 고발했다. 공수처 또한 올해 1월 국방부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이 무렵 이종섭 전 장관도 출국금지 됐다. 다시 말하면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은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된 것이다.

공수처는 지난 1월 이종섭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수사에 본격 착수했다. 여기에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박진희 전 국방부 군사보좌관, 국방부 검찰단 등이 수사 대상이 됐다. 이들은 ‘혐의를 특정하지 말라’, ‘수사 의뢰 대상을 줄여라.’ 등의 지침을 수사 부서에 전달한 장본인들로 알려졌다. 

그들은 이 대사의 ‘직권남용’ 행위에 가담한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지난 한 주 사이 이종섭 전 장관의 주호주 대사 임명(4일)부터 법무부의 출국금지 해제(8일), 출국(10일)까지 속전속결로 이뤄지면서 이 전 장관을 포함한 이들 수사는 사실상 중단된 셈이다.

이 전 장관이 호주대사에 임명되자 그에 따른 후속 조치들이 전광석화처럼 진행됐다. 지난 7일 공수처가 이종섭 대사 지명자를 소환해 4시간 동안 조사를 진행했다고 한다. 그리고 8일 이 대사 지명자의 요청에 따라 법무부가 출국금지를 해제했다.

뒤 이어 지난 10일 이종섭 대사는 호주로 출국했다. 이 대사는 지난 7일 공수처에 출석해 조사받으면서 혐의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담은 진술서와 휴대전화를 임의 제출했다. 하지만 제출한 휴대전화는 사건 후인 지난해 8월 초 이후 사용하기 시작한 새 휴대전화라고 한다. 소도 웃을 일이다.

결국 채 상병이 급류에 떠내려가 희생된 사건은 누군가의 명령에 따라 책임질 사람을 해외로 도피시킨 셈이 되었다. 반대로 사건을 제대로 처리하려던 박정훈 대령은 군사재판에 넘겨져 재판받는 등의 곤욕을 치르고 있다. 

박정훈 대령 측은 "해병대 채수근 상병 순직 사건과 관련된 혐의자들이 조속히 형사처벌 되기를 원했는데 오히려 영전이나 사실상 도피성으로 해외로 나가고 있어 박 대령이 정신적으로 감당하기 힘든 상태"라고 직격했다.

참으로 이해가 안 되는 일들이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다.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피의자를  호주대사로 임명한 진짜 문제는 윤 대통령 연루 의혹 관련 수사가 막혀버렸다는 점이다. 해병대 전 수사단장인 박정훈 대령은 국방부 검찰단에 이 대사의 지시 번복 배경에 윤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증언했다.

공수처는 이 의혹을 반드시 확인해야 하는 수사기관으로, 윤 대통령 등 이종섭 호주대사 ‘윗선’의 개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이 대사 등 관련자들의 대면조사 등 철저한 조사는 기본이다. 즉 이종섭 호주대사 없이는 결코 공수처의 수사는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한다. 

공수처 관계자는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정례브리핑에서 “4시간 조사라서 수사팀에서 원하는 만큼 조사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소환조사가 원칙’이라는 수사팀 입장은 확고하다고 밝혔으나 소환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인 박주민 의원은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의 도피성 출국 과정 위법행위 진상규명을 위한 특검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민주당은 이종섭 호주대사출국에 책임이 있는 조태열(외교부)·박성재(법무부) 장관 탄핵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당인 국민의힘 반대에 부딪혀 법안이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 통과한다 해도 8차례나 대통령이 전가보도(傳家寶刀)처럼 휘두르는 거부권 한 방이면 사라질 것이어서 그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과거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정권 시절에도 범죄혐의자를 해외대사로 임명해 도피시킨 일은 없었다.

이에 지난 12일 호주 공영방송인 ABC는 ‘한국 대사 이종섭, 자국 비리 수사에도 호주 입국’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에서 제기된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 사건 수사 외압’ 의혹과 이 전 장관의 호주대사 임명, 호주 출국까지의 과정을 비교적 상세히 보도했다. 

나라 망신을 톡톡히 한 셈이다. 이 정권 들어서 나라 망신이 아주 많았다. 이제는 범죄자를 해외 도피시키는 일까지 서슴지 않고 있다. 대통령부터 주 요직을 차지한 부처에 검사 출신이 많고 많은데 눈도 깜박거리지 않고 일상처럼 법을 깔아뭉개고 있다. 국민만 속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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