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醫師) 대 검사(檢事)
의사(醫師) 대 검사(檢事)
  • 전주일보
  • 승인 2024.02.1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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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19일은 절기상 우수다. 입춘이 지나고 보름 후, 얼었던 얼음이 풀려 골짜기엔 물이 졸졸 흐르고 눈이 아닌 비가 내린다는 날이다. 농부들은 아껴둔 종자를 고르고 봄 농사를 시작하는 때다. 일년지계 재어춘(一年之計 在於春)이라던 호시절 봄이 제대로 열리는 때이다.

아파트 정원의 매화가지에 꽃눈이 금세라도 벙글 듯이 부풀어 있고 양지바른 길섶에 파란 봄까치꽃이 환하게 웃고 있다. 아마 지금쯤 남도에는 매화가 환하게 꽃잎을 열어 청향(淸香)을 내뿜고 있을 것이다.

이런 호시절이언만, 사람의 병을 고치는 의사와 사람의 잘못을 찾아내서 벌을 주는 검사 간 전쟁이 벌어져 흥미를 자아내고 있다. 검사 정부가 절대 필요 숫자에 미치지 못하는 의사 수를 늘리기로 결정하고 밀어붙이자 의사들이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사람의 병을 고친다는 의사들의 힘은 고통받는 환자들을 볼모로 잡고 있어서 역대 어느 정권도 이겨내지 못했다. 그들이 진료를 거부하고 환자가 죽든 말든 모른다고 생떼를 쓰기에 이르면 항복할 수밖에 없었다. 아픈 사람들이 죽어가는 형편에 이르면 정부 권력도 항복했다.

그렇게 몇 차례 재미를 본 의사 집단은 숫자가 적어야 주머니에 들어오는 수입이 많을 것이므로 그 밥그릇이 줄어들까 봐 숫자 늘리기를 거부한다. 전국적으로 의사 절대 숫자가 부족하다는 건 인정하면서도 밥그릇은 양보할 수 없는 모양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의사 수는 202211월 기준 가장 숫자가 많은 서울이 인구 1,000명 당 3.37명으로 가장 많고 그다음은 대전인데 2.56명이다. 가장 적은 시도는 충남으로 1.54명에 불과하다. 전북은 2.06명으로 대구, 광주, 부산 다음 6번째다.

가장 많은 서울도 OECD 평균값 3.6명에 미치지 못한다. 의과대학 정원은 2023년 현재 3,058명으로 서울이 서울대 등 8개 대학에 826, 부산이 4개 대학 343, 대구가 4개 대학 302, 강원이 4개 대학 267, 광주가 2개 대학 250, 그다음 전북이 2개 대학 235명 등이다.

정부가 지난 6일 보건의료정책 심의위원회를 열어 내년도 대학 입시부터 전국 의과대학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고 발표했었다. 2035년까지 의사 수가 15,000명 부족할 것이라는 수급 전망을 토대로 한 결정이었다.

이에 서울의 서울대, 세브란스, 삼성 서울, 서울 아산, 서울 성모 등 5대 대학병원 전공의 들이 전원 사직서 제출이라는 강수로 맞섰다. 전공의들은 20일 오전 6시부터 전원 사직서를 제출하여 근무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는 2,745명으로 전체 전공의 13,000여 명 가운데 약 21%에 해당한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으로 병원 현장을 떠날경우 곧바로 업무개시 명령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의사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불구하고 현장에 복귀하지 않으면 1년 이하 면허 정지 처분을 받을 수 있다. 아울러 이와 별개로 3년 이하 징역이나 3,000만 원 이하 벌금형에 처할 수 있다고 법률은 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은 모든 불법행위에 대해 동일한 조치가 이뤄질 것이라며 만일 장기간 복귀를 하지 않아 병원 기능에 상당한 마비가 이뤄지고 환자 사망사례 등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면 법정 최고형까지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박 차관은 또, “2020년 같은 고발 취하 등의 구제 절차는 없을 것이라며 이같은 구제가 집단행동을 쉽게 입으로 담고 행동으로 옮기는 대한민국의료계 문화를 더 강화시킨 것같다.”고 말하고 사후 구제, 선처 이런 것은 없다.”고 못 박았다.

정부는 업무개시 명령 전달을 위해 전공의들의 연락처도 모두 확보하여 두고 송달을 못받아 처벌할 수 없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진료공백 사태가 발생하면 간호사와 군의관, 공중보건의를 동원하여 공백을 메꿀 방침이다.

이에 대해 대한의사협회는 의대 정원 증원저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려 17일 제1차 회의를 열었다. 그 자리서 의협비대위는 집단 사직을 예고한 전공의 중 단 한 명이라도 의사면허 박탈 등을 당할 경우 의사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해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하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 옳거니! 서로 박 터지게 싸워야 구경하는 재미가 있는 겨!!-

몇 차례 의사정원을 늘리려는 정부의 시도가 있었지만, 의사들의 밥그릇 지키기 생떼에 눌려 성공하지 못했다. 의사 부족에 따라 국민이 제대로 진료를 받지 못해 죽어 나가도 의사들의 밥그릇은 소중한 것이어서 의사 수를 늘릴 수 없었다.

이번에 의사들과 맞붙은 정권은 검사(檢事) 정권이다. 죄를 찾아내고 때로는 없는 죄도 만들어내는 검사와 병을 찾아내 고치거나 없는 병을 만들어 낼 수도 있는 의사가 맞붙은 이번 대결은 상당히 흥미롭다.

()자와 사()자의 빅 매치가 마침내 성사되어 한껏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으니 4.10 총선 이상의 재미가 쏠쏠할 것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을 가만두지 않겠다는 검사 정권과 국민의 목숨을 쥐고 흔드는 의사 집단의 대결에서 누가 이길까?

“2020년 같은 고발 취하 등의 구제 절차는 없을 것이라는 정부 엄포와 의사에 대한 정면 도전으로 간주해 감당하기 어려운 행동에 돌입하겠다라는 의협의 극한 대립 양상이 과연 어떤 결말을 가져올지 궁금하다. 구경 중에는 싸움 구경이 제일이라는데 사 자()들 싸움이니 더 재미가 있을 터이다.

언제까지 내 밥그릇을 지키겠다는 무한 욕심과 나라 최고 권력으로 영원한 검사왕국을 꿈꾸는 욕심 간의 집단 대결이다. 그저 굿이나 보고 떡이나 얻어먹을 수 있으면 좋으련만, 사 자()하나 달지 못한 민머리 백성들은 오늘도 먹고살기 바빠서 허둥거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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