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과 바람과 나
풀과 바람과 나
  • 전주일보
  • 승인 2024.02.05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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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정성수

풀잎을 깔고 누우면 바람은 이불이 되어 준다네 

오라는 사람 없는 캄캄한 밤에 
별을 보며
나는 술을 마시네 
 
구천을 떠도는 영혼을 위하여
병나발을 불고 
풀처럼 누었네

불쌍해진 몸뚱아리를 
바람이 
온 몸을 덮어 주면 
두 다리를 뻗고 나는 천년 깊은 잠에 빠지네

풀은 지천으로 깔려 있고 바람은 언제 어디서 불어올지 감 잡을 수 없다. 우리의 삶 또한 진배없다. 바람은 변화를 상징한다. 인생에서 변화는 필연적이며, 때로는 맞바람처럼 느낄 수 있다. 바람이 아무리 세차고 끈질기게 불어온다고 해도 풀은 잠시 누울 뿐 잠들지 않는다. 인간들 역시 바람을 헤쳐나가는 과정에서 더 강해지고, 성장한다. 바람이 불어오는 쪽으로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바람을 뚫고 나아가는 것이 바람을 이기는 길이다. 결국, 풀과 바람 사이에서 우리는 살아간다. 풀처럼 끈질기게 성장하고, 바람처럼 변화를 받아들이며 삶을 이어가는 것이 인생이다. 이것이 우리와 풀과 그리고 바람과의 관계다. 우리는 모두 풀과 같다. 시작을 상징하는 풀처럼, 인생에서도 새로운 시작을 맞이하는 순간들은 때로는 도전이 되어 성장을 이끌어 간다. 풀처럼 끈질기게 버티며, 어려움을 이겨내는 우리는 바람과도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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