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죽
시래기죽
  • 전주일보
  • 승인 2024.01.22 0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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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처마 밑에서 풍경처럼 흔들리는 것은 어머니였다

흔들리면서 우는 것은 가난에 찌든 
어머니였다

노란 배춧속을 감싸던 그 시퍼런 잎들 
너덜너덜한 궁핍의 시절

허기를 떼워주는 고봉밥 같은 것이었다

찬물 속에서 시퍼렇게 눈을 뜨는 시래기는 저녁상에서 
어머니의 체면을 세워주었다

바람이 창밖에서 오들오들 떠는 겨울날
기름진 음식에 길들여진 나는 
참으로 오랜만에 
어머니를 생각하며 시래기죽 한 그릇을 비웠다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효도는
간장 종지에 수저 끝을 적셔 
시래기죽 같은 어머니의 눈물을 찍어먹는 일이었다  

 

#죽粥은 쌀 또는 보리 등의 곡식을 오래 끓여 알갱이가 흠씬 무르게 만든 음식으로, 되게 쑨 된죽, 묽게 쑨 희죽稀粥이 있으며, 물을 많이 넣고 쑨 물죽(멀건 죽), 곡식이나 밤 가루로 묽게 쑤어 아기에게 젖 대신 먹이는 암죽이 있다.

그 외에도 강냉이죽, 나물죽, 들깨죽, 시래기죽 등이 있는데, 그중 시래기죽은 무청을 말린 시래기를 삶아 물에 불렸다가 간장이나 된장을 넣고 쑨, 죽으로 된 음식이다.

시래기는 말린 것이기 때문에 보관이 쉽고, 무청에 풍부한 영양소가 햇빛과 찬바람에 의해 증가해 건강에 좋다. 시래기, 죽의 어원은 명확하지 않다. 인도 쪽에서 건너온 아리안족의 ‘시라게Silage (살아있는 목초)’라는 단어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주로 겨울철에 먹는 시래기죽은 간단하게 만들 수 있다. 맛 또한 구수하고 고소해서 겨울철에 따뜻하게 먹으면 몸이 풀리는 느낌이 들어 몸보신이 된다. 시래기는 강원도 양구 펀치볼 마을에서 많이 생산되고 있으며, 매년 12월에는 시래기 축제도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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