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섬세한 출범 준비필요
전북특별자치도 섬세한 출범 준비필요
  • 김규원
  • 승인 2024.01.08 13: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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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전북특별자치도가 돛을 올린다. 축하하고 자랑스러워야 할 일이지만, 도민들은 아직 특별자치도 출범이 가져올 변화를 전혀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사실 출범해도 명칭만 달라질 뿐, 필요한 법적 뒷받침이 마련되지 않아 껍데기뿐이다.

김관영 지사는 8일부터 14일까지 미국 출장에 앞서 5일 간부회의에서 특자도 출범행사 준비를 철저히 할 것을 당부했다고 한다. 김 지사는 신년 기자회견에서도 특자도 관련출범에 따른 기대감을 나타내는 등 특자도 출범에 큰 기대를 나타냈다.

전북은 정부수립 후 공업화 전까지도 서울이 부럽지 않은 농업경제의 중심지였다. 먹는 문제가 지상과제이던 시절에 전북의 쌀은 유통화폐를 넘어서는 거래 수단이고 단위였다. 집값이나 논값은 당연히 쌀 몇 가마로 거래되어 가치의 표준이었다.

그런 거래 방식은 공업 생산이 경제를 주도하기 시작한 60년대 후반에 이를 때까지 이어졌다. 천석군, 만석군이라 불리던 거농들이 세상의 중심이던 시절에 전북 곳곳에 그런 재산가들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전북 사람들은 공업화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공업화가 빠르게 진행되던 시절, 농업소득은 하찮은 것이되고 농업인구가 공업화 지역으로 인구 대이동이 진행되었다. 땅에 미련을 버리지 못한 이들과 정부의 식량증산 사업에 매달린 이들만 전북에 남으면서 전북 경제는 점차 위축되었다.

그렇게 흐른 세월이 60, 인구는 끊임없이 줄어들고 전북 경제는 전국 2%라는 치욕적인 점유율에 머물러 신음 중이다. 자치단체마다 공업지역이나 농공단지라도 만들어 기업을 유치하느라 갖은 애를 썼지만, 아직도 전북은 후진 농도(農道)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전북특자도법은 이런 전북이 그 오랜 때를 벗고 마침내 진정 특별한 전북으로 거듭날 기회를 잡을 수 있는 발판이고 탈출구이다. 이제껏 뇌어 온 푸대접이니 소외니 하던 단어들을 털어낼 찬스가 우리 앞에 놓인 것이다.

명색만 특별자치도라는 자조(自嘲)나 자괴(自愧)보다 모처럼 깔린 멍석을 어떻게든 넓히고 든든하게 키워 제대로 된 전북 특자도로 거듭나는 노력을 기울일 때다. 아직 정부기구도 마련되지 않았지만, 기다릴 게 아니라 우리가 서두르고 채근해서 우리 것을 찾아야 한다.

일을 추진하는데 막힌 곳이 어디인지 늘 살피고 그것을 뚫어 물이 흐르게 하는 일은 모두 우리 몫이다. ‘우는 아기 젖 한 번 더 물린다는 속담처럼 열심히 어필하고 요구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 담당자가 징그럽다라고 할 정도로 다그치고 서둘러서 우리 것을 만들자.

젊잖은 전북이 아니라 극성스러운 전북으로 변해야 가까스로 특자도의 바탕을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치밀하고 당찬 추진력으로 정부보다 한발 앞장서는 추진이 중단 없이 지속되어야 우리가 산다. 정부탓, 남탓하지 말고 우리 손으로 만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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