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정치판, 뭔가 있다
오리무중 정치판, 뭔가 있다
  • 김규원
  • 승인 2024.01.0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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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5일 국회가 의결한 김건희특검법과 대장동 특검법을 말하는 쌍특검 법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무산되었다. 이번이 8번째 거부권 행사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볼 수 없었던 대통령 법률안 거부권 행사 기록이다.

취임 18개월 남짓 기간에 야당이 주도한 법안 8개를 거부권으로 무효화 하는 방법으로 권력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그동안 정부는 막강한 권력을 여당과 일부 계층을 지키는 데에 치중하여 국민의 불만이나 어려움에 별로 눈을 돌리지 않았다.

그러다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재판에 의해 자리를 잃은 전임 단체장을 대통령의 사면권으로 복권시켜 후보자로 내세웠다. 대법원의 재판 기록 잉크조차 마르기 전에 사면복권시켜 후보자로 낸 일은 그야말로 권력의 오만이라고 밖에 말할 수 없는 일이었다.

선거 결과는 당연히 여당의 참패였다. 국민을 물로 보지 않고서야 그런 식으로 후보자를 낼 수 없는 일이었다. 그때서야 정신이 번쩍 든 여당과 대통령은 자세가 조금 달라지는 듯했다. 공식적이진 않지만, 대통령의 사과성 발언도 나왔다.

집권 후 20개월 동안 국민의힘은 세 차례 비대위가 꾸려지는 진풍경을 연출했다. 그 비대위는 당에 위기가 와서 꾸려진 게 아니고 대통령의 의중을 파악하지 못해 빚어진 일이었다. 대통령의 눈치를 살펴 비위를 맞추느라 몇 번이고 비대위가 구성되었다.

스쳐 지나간 비대위원장들은 기성 정치인으로 대통령의 의중을 반영하지 못하고 삐그덕거렸다. 당 대표도 마찬가지, 눈에 든 듯 보였던 김기현 대표도 손발 역할을 감당하지 못해 마지막 욕심을 부리다가 팽() 수순을 밟았다.

결국은 대통령의 아바타(?) 노릇을 한동훈 전 장관이 감당하여 비로소 친정(직접 공춴) 체제로 총선을 치르게 됐다. 410일 총선일까지 94일 남았다. 남은 기간 과연 국민의힘 공천은 어떻게 진행될지, 주인인 국민의 마음은 어떻게 작용할지 알 수 없다.

여당과 정부 중요 보직에 검사 출신이 늘고 총선에도 검사들이 대거 출마한다는 소식이다. 바야흐로 검사 왕국을 향해 달리는 대한민국이다. 이런 정치에 국민은 60% 이상 부정적인 판단을 하지만 야당인 민주당의 지지율은 35%에 머물러 있다.

2017년 뜨겁던 촛불의 열망은 80%의 지지로 민주당 정권을 탄생시켰다. 그런데 민주당은 그 뜨거운 열망, 새로운 정치를 갈망하는 국민의 기대를 자신들을 향한 박수 소리로 착각하고 도취하여 노닥거리다가 얼떨결에 검사 정권에 나라를 넘겨주었다.

여당의 마이웨이 정치에 야당은 전혀 힘을 쓰지 못했다. 국민은 무도한 정권에 분노하거나 실망하면서도 야당인 민주당을 지지하는 건 전통 야당 지지층인 35% 정도뿐이다. 무슨 까닭인지 야당 의원들은 정부의 잘못을 지적하다가도 슬그머니 물러선다.

지난날 살벌한 독재 시대에도 야당은 잡혀가고 연금을 당하면서도 대차게 대들어 독재에 맞설 줄 알았다. 그래서 독재정권도 야당과 대화하거나 어느 정도 타협하고 눈치를 보았다. 지금의 야당은 대드는 척하다가 어물어물 물러서고 만다.

헛발질과 실수를 일삼는 정부 여당은 무슨 짓이든 다 할 수 있었다. 정권의 잘못을 탓하고 지적해도 야당이 제대로 문제를 제기하지 않으니 이런저런 구실을 달아 변명하면 슬그머니 넘어갔다. 말썽이 나도 시선만 돌리면 국민의 관심은 그쪽으로 쏠려 넘어갔다.

정권에 대한 부정적 시각이 30% 이하로 내려가도 야당 지지율은 고정 지지율을 넘지 못했다. 그들에 아무런 기대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무기력한 야당은 정부의 잘못을 고치는 일보다 선거구에 사업예산을 얻어내서 다음 선거에 생색을 내는 데 주력했다.

마구잡이 정권과 무력한 야당, 그 가운데서 피해는 온통 국민 차지가 된다. 그러나 국민들은 답답한 현실에 분노할 여력이 없다. 갑자기 찾아온 불황을 견디느라 돌아볼 여력이 없어서이다. 이런 정황에서 매주 발표되는 여론조사가 민심을 대변했는지도 의문이다.

이런 정치판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민주당 이낙연 전 총리의 창당 관련 뉴스는 가다가오는 총선에 유의미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대선에서 젊은 층의 표를 몰아주어 결정적 영향을 끼쳤던 이 전 대표가 국민의힘을 탈당하고 신당을 창당한다는 건 국민의힘에 큰 부담을 줄 것으로 예측하지만 실상은 그 반대이다. 이 전 대표가 과연 젊은 층의 표를 얼마나 끌어모을지 모르지만, 당선자를 낸다면 국민의힘에 동조하는 의석을 늘리는 효과를 내게 될 것이다.

민주당의 이낙연 전 총리도 창당해봐야 별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지만. 설사 당선자를 내지 못해도 야당의 표를 갉아 먹어 야당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짐작은 가능하다. 다시 생각하면 두 사람 모두 국민의힘을 돕는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은 윤 대통령의 분신인 한동훈 전 장관이 총선을 치르며 검사 출신 인사들과 새 얼굴들이 상당수 공천될 것으로 내다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반면 민주당은 새 얼굴보다는 오랜 정치경력의 인물들이 나설 공산이 크다.

새 얼굴과 그 얼굴이 그 얼굴이라는 묵은 사람들의 대결에서 어느 쪽이 더 많은 당선자를 낼지는 오직 국민의 마음에 달려 있다. 하지만, 상대방의 구린 곳을 잘 알고 있는 검사들과 노련한 정치인들의 대결을 생각하면 사정이 다르다.

선거 과정에서 묵은 정치인들의 문제점을 들추어내기 시작하면 삽시간에 여론의 흐름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정황을 시뮬레이션해보면 선거 지도가 어떤 색으로 나타날지 아렴풋이 짐작 가능하다. 뭔가 큰 그림이 그려지고 있다는 느낌이 필자만의 것이 아니길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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