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전북의 새만금 예산 삭감분이 일부 살아난 2024년 정부 예산안이 확정됐다. 잼버리 파행책임을 전북에 덤터기 씌운 대통령의 비위를 맞추느라 기재부가 삭감했던 예산 일부가 살아났지만,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새만금 사업은 여전히 찔끔 예산을 재탕했을 뿐이다.
정부 당초 예산안대로 모두 반영되어도 아직 요원한 새만금 사업이 이번 삭감으로 더욱 멀고먼 일이 되었다. 그동안 30년 넘게 추진한 일이 아직도 매립공사조차 끝내지 못한 채로 내해는 썩어 악취가 진동하고 있다.
정권마다 새만금 타령을 입에 올렸지만, 어떤 정권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전북인들은 그렇게 속고 또 속으면서 30년을 보냈다. 사람들은 이 사업이 경상도에서 진행되었더라면 진즉에 끝나 눈에 보이는 성과를 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전북은 그렇게 늘 만만하고 어리숙했다. 바람잡이 기사 한 줄에 열광하고 잔뜩 희망에 부풀었다가 실망하기를 거듭하면서도 분노할 줄도 몰랐다. 으레 당하는 일이어서 그랬는지 몰라도 그저 신세 한탄만 하다가 슬그머니 물러섰다.
이번 새만금 예산 일부 회생 사례에서 보듯이 있던 예산을 절반 정도 되살려주었는데도 그저 감읍하는 듯 다행스레 여기는 언론들의 반응이었다. 그 금액을 살리느라 전북도민들이 보인 간절한 태도는 가히 눈물겨운 것이었다.
국회의원과 지방의원들이 머리를 깎아 결의와 소망을 밝혔고 도민 수천 명이 국회로 몰려가 하소연하고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그나마 살아난 예산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국회의원들의 절박한 호소와 투쟁이 있었기에 가능했을 터이다.
당초 정부 예산안에 있던 금액을 기재부가 멋대로 삭감한 액수를 되살리지도 못하고 일부만 살리는데 그 많은 노력과 갖가지 쇼를 해야 했던 전북의 신세를 생각하면 측은하기 그지 없다. 국책사업인데 전북에 있는 사업이기에 터덕거리는 것이다.
내년 1월 18일에 전북특별자치도가 정식 출범한다. 다행스럽게 관련법 전부개정도 마쳤다. 1년 잘 준비해서 내년 연말에 모든 여건을 마련하여 정식으로 특별자치도가 시작되면 과연 전북은 얼마나 달라질 수 있을지 기대가 크다.
지난 22일 통계청이 발표한 전북의 경제 규모는 전국경제의 2%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그야말로 있으나 마나 한 경제력이다.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세종시와 제주를 제외하면 전북이 꼴찌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맞추어 꼴찌에서 벗어나는 계기를 삼아야 한다.
남은 1년에 전북다운 특례를 제대로 활용하여 찔끔거리는 예산이 아닌 나라 발전의 초석이 될 사업을 찾아내서 전북을 살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 누구도 딴지 걸 수 없는 확고한 사업을 만들어 2% 경제력에서 벗어날 수 있어야 한다. 마지막 기회를 잡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