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특별자치도, 그리고 ‘서울의 봄’
전북특별자치도, 그리고 ‘서울의 봄’
  • 김규원
  • 승인 2023.12.10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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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지난 7일이 절기상 대설(大雪)이었다. 그런데 9일 전주 최고 기온이 20까지 올랐다. 최저기온도 10아래로 내려가지 않았다. 겨울 옷을 벗어두고 가을 차림으로 지냈다. 당분간 선선한 날씨가 이어지다가 주말께부터 겨울 날씨로 돌아간다는 예보다.

날씨가 널뛰기하듯 변덕을 부리듯 세상도 온통 헷갈려 제멋대로 흘러간다. 세상만사가 상궤(常軌)를 벗어나 제멋대로 돌아가는 것이나 날씨가 변덕을 부리는 것이나 상통(相通)하는 뭔가가 있어 보인다.

지난주일 우리의 관심사는 전북특별자치도 설치 등에 관한 특별법(이하 특자도법’) 전부개정안이 국회통과였다. 전북특별자치도가 독자적으로 다양한 정책을 펼칠 수 있도록 정한 특자도법이 국회를 통과한 건 큰 의미를 갖는다.

이 법에 따라 내년 118일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하면 전북특별자치도가 중앙정부의 권한 일부를 위임받아 지역에 맞는 여러 정책을 수행할 수 있게 된다. 그동안 중앙정부의 계획 안에서만 시행할 수 있었던 정책을 독자적으로 수행한다.

개정안은 전북특별자치도의 비전인 '글로벌 생명경제도시'의 원활한 개발을 위한 종합 계획 수립, 농생명산업 육성을 위한 농생명산업지구지정 및 지구 내 농업진흥지역 해제 권한 이양 등을 규정하고 있다. 개정안은 1년 뒤부터 시행한다.

개정안에는 전북에 '문화산업진흥지구'를 통한 유무형 K-콘텐츠 지원센터 설치, 전문인력 양성 특례 등도 개정안에 포함됐다. 아울러 고령 친화 산업, 이차전지, 새만금 고용특구, 특구·지구 내 외국인 특별체류 등 특례도 반영됐다.

내년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 뒤 곧바로 법이 시행되지 못하고 1년을 준비해야 하는 점이 조금 답답할 수 있다. 그러나 이처럼 획기적인 내용들이 시행되기 위해서 후속 법과 조례 · 규칙 등이 마련되어야 하고 부수적인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해서이다.

문제는 그 기간에 전북이 얼마나 철저히 준비하고 구체적인 실행계획을 마련하느냐에 따라 전북특별자치도는 달라질 수 있다. 제발 이번에는 관련자 모두 철저히 준비하고 물샐틈 없는 뒷받침으로 한 단계 제대로 올라가는 전북의 모습을 준비하기 바란다.

 

엊그제 서울의 봄이라는 영화가 500만 관중을 돌파했다는 뉴스가 포털에 떴다. 지난 1122일 개봉한 이 영화는 전두환 일당이 12·12 군사쿠데타로 권력을 장악한 과정을 그린 영화다. 개봉 18일만에 5761,598명 관람객을 동원했다.

김성수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황정민, 정우성, 이성민 등 중견 배우들이 출연했다. 이 영화는 박정희가 암살당한 후 보안사령관이던 전두환이 군사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탈취하기까지 저지른 비열하고 악랄한 권력 쟁취 과정을 잘 그려낸 수작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들의 권력 탈취과정에서 국가를 지키고 쿠데타를 막으려던 참군인들이 있었다. 그러나 권력에 눈이 먼 자들에 의해 외려 체포되고 강제 예편되어 가족이 모두 불행한 결말을 당하게 되는 서글픈 진실들이 있다. 우리가 완전히 잊었던 아픈 일들이.

전두환이 권력을 탈취한 이후 1980년 봄에 군부 권력에 저항하는 시민운동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1980517일 군부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광주 5.18. 시민저항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군대에 의해 숱한 시민들이 목숨을 잃었다.

전두환은 후에 쿠데타의 주역으로 재판에 회부되어 사형선고를 받았으나 무기로 감형되고 불과 몇 달만에 국민화합이라는 이름으로 석방되어 골프를 치고 쿠데타 주역들과 만나 회동하며 낄낄거렸다. 그는 끝까지 반성하지 않았고 2021년에 죽었다.

우리 역사의 부끄러운 부분을 사실에 가깝게 그려낸 이 영화의 쿠데타 주역들은 거의 정치 현장에서 사라졌다. 그러나 그들의 잔존 세력 일부는 지금 정권을 잡아 세상을 쥐락펴락하는 위치에 있다. 당시의 무도한 군인들의 모습에 오버랩되는 권력 집단이 생각났다.

이 영화는 당시 사정을 모르던 젊은이들 사이에서 영화를 보며 맥박이 170회까지 치솟은 스마트 시계 수치를 SNS에 올리는 게 유행으로 번지고 있다는 뉴스도 있다. 1,000만 돌파도 시간 문제로 보여 내년 총선에 작은 변수로 작용하리라는 생각도 든다.

전국에서 이 영화를 단체관람하는 학교가 나오자 극우 유튜버인 <가로세로 연구소>가 좌빨 영화 운운하며 문제를 제기했다. 이에 교육 당국의 어떤 지시가 있었는지 줄줄이 단체 관람을 취소했다는 기사도 떴다.

그 시대를 겪었던 이들도 영화를 통해 몰랐던 진실을 접하고 분노가 치밀었다는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그들의 행동은 비열했고 권력을 탈취하기 위해 무슨 짓이라도 감행하는 치열한 인간군의 욕심을 잘 그려낸 영화였다.

 

나라를 지키라는 절대적인 명령을 내팽개치고 어지러운 틈에 권력을 잡아서 누리고 살아보겠다는 욕심은 숱한 이들을 죽이고 상하게 했다. 권력을 잡아 그 힘으로 남의 돈을 빼앗아 호의호식을 누린 자들의 말로는 비참했다.

잠시 가져보는 권력을 영원한 것으로 알고 행패를 일삼는 어리석은 자들이 역사 속에서 저지른 죄악은 반드시 죄 갚음으로 이어졌다. 국민이 원하지 않는 짓을 저지른 자들의 말로는 언제나 국민의 심판으로 엄중한 처벌을 받았다.

선거에서 국민에게 약속한 공약을 지키지 않는 정권은 임기와 한께 몰락하기 마련이고 반드시 국민의 심판을 받았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것 같던 군부독재 전두환과 노태우도 법정에 서게 되어 중형을 선고 받았다.

어떤 권력도 영원하지 않았고 국민이 준 머슴의 위치를 망각한 권력욕은 결국 파멸에 이를 수 있다. 역사를 되짚어보면 단 한 차례도 예외는 없었다. 군주민수(君舟民水), 권력은 국민이라는 물 위에 든 쪽배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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