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총선용 안보 프레임?
혹시, 총선용 안보 프레임?
  • 김규원
  • 승인 2023.11.2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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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날씨가 포근하다 싶으면 한파가 시작되고 한파에 움치리다 보면 다시 풀리는 널뛰기 가상 상태에 갈피를 잡기 어렵다. 날씨만 그런게 아니라 세상 돌아가는 게 모두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듯 흔들리고 까불려 정신을 차리기 어렵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여 시작된 전쟁이 1년이 지나도 끝나지 않고, 평화롭던 세계가 요동치고 있다. 하마스가 안식일에 이스라엘을 기습하여 상당한 피해가 나고 인질로 납치하는 더러운 전쟁이 다시 시작되었다.

이스라엘과 이슬람의 충돌은 잊을 만하면 다시 번지는 종교전쟁이어서 언제까지 계속될 것이고 지구의 역사와 함께 이어질 듯하다. 조용하던 지구촌이 다시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양상이다. 중국의 팽창주의에 동북아도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활화산이다.

이런 불안 속에 유럽 각국이 전쟁 무기를 확보하느라 열을 올린다. 덕분에 그동안 북한의 도발에 대비하느라 만든 방산 무기들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나 싶게 그동안 골치를 썩이던 방위산업이 제법 돈이 되기도 하는 꼴을 본다.

오래 이어진 남북대치 상황 속에 저들의 도발을 막느라 엄청난 대가를 치렀지만, 그 고생한 보람이 방위 능력으로 이어지고 무기도 팔 수 있게 되었으니 알다가 모를 일이다. 세상사 새옹지마(塞翁之馬)라더니 변하는 세상은 늘 새롭다.

그런데, 최근에 그럭저럭 견뎌오던 남북관계가 다시 뾰족하게 머리를 내밀어 강대강 대치 상황을 보이기 시작했다. 북한이 군사용 정찰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했다. 정부는 ‘판문점 선언(2018년 4·27 남북정상회담 합의) 이행을 위한 군사합의’(9·19 군사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일시 정지’했다.

북한은 기다렸다는 듯 “합의에 따라 중지했던 모든 군사적 조치들을 즉시 회복할 것”이라고 맞받았다. 이에 대해 러시아와 중국의 반발로 안보리 결의 위반에 다른 제재도 불가능하게 됐다. 한반도 정세가 다시 격랑으로 치닫고 있다.

북한은 국방성 명의의 성명을 내어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군사적 긴장과 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취하였던 군사적 조치들을 철회하고 군사분계선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고 협박하고 있다.

이에 신원식 국방부장관은 25일 "적이 만약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빌미로 도발한다면 ‘즉·강·끝(즉각, 강력히, 끝까지) ’ 원칙대로 단호하게 응징해야 한다"며 "북한에게 평화를 해치는 망동은 파멸의 전주곡임을 뼈저리게 느끼게 해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신 장관은 "우리 군은 그동안 우리의 눈과 귀를 막았던 ‘9·19 군사합의’ 일부를 효력 정지했다. 하지만 북한은 이를 빌미로 군사합의를 파기하고, 군사분계선 일대에 보다 강력한 무력을 전진 배치하겠다며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 장관은 이어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억제 및 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한국형 3축체계’를 발전시켜 우리 군의 능력과 태세를 획기적으로 강화시켜 나가야 한다"며 "곧 발사될 우리 군 최초의 군사 정찰위성을 기반으로 감시 정찰 능력 구축을 더욱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라고 문화일보가 보도했다.

가뜩이나 불안한 세계정세가 당장 내일을 짐작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하마스와 이스라엘 분쟁이 미국의 탄약고를 비우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야심이 또 다른 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그동안 티격태격하면서도 그런대로 지킬 것은 지켜가며 국민 불안은 없었는데, 다시 감추고 있던 가시를 내보이는 북의 속셈이 무엇인지 걱정이다. 국방장관은 덤비면 부숴버리겠다고 으름장을 놓지만, 우리 형편에 어떤 형태이든 전쟁 상황은 만들지 않아야 한다.

저들의 재래식 무기가 형편없다는 판단으로 언제든 문제없다고 자신감을 보이는지 몰라도 철딱서니 김정은이 이판사판 핵무기를 써버리면 공멸의 길이 있을 뿐이다. 곪을 대로 곪아 있는 저들이 체제 유지 수단으로 분란이라도 일으킬 빌미를 주는 건 잘못이다.

어떤 전쟁도 평화보다 나은 전쟁은 없다. 한류가 세계인의 마음을 흔들어 대한민국의 위상이 점점 더 높아지는 즈음에 철없이 완력을 믿고 분란을 일으키는 일은 없어야 한다. 동네 꼬마를 약 올려서 칼을 들고 덤비게 하는 건 어리석은 짓이다.

북한의 재래식 무기가 구닥다리라고 해서 신 국방장관은 꽤 자신있는 듯 말하고 있지만, 북한 뒤에는 중국과 러시아가 있다. 신 장관의 말대로 우리가 강력히 응징하는 순간, 한반도는 전쟁상태에 돌입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개입하고 미국이 개입하는 전쟁이 시작된다면 우리는 평화를 잃는 건 말할 것 없고 이루어놓은 번영과 국가 위상을 한꺼번에 상실할 수 있다. 우리 땅에서 벌어지는 전쟁에서 승리해도 그 피해는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커진다.

그동안 정부들은 힘이 없어서 그들을 달랬을까? 죽기 살기로 덤빌 그들과 전쟁이라는 참혹한 사태를 만들어서는 안 되므로 어르고 달래며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국민의 뜻을 물어보지 않고 함부로 전쟁을 입에 담는 건 정부가 할 일이 아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이러한 강성 모드가 남북 대립 관계 강조를 통해 선거에 활용하려는 건 아닌지 우려한다. 만일, 국민에게 믿음직한 정부라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그래서 총선에서 승리하기 위해 이런 사태를 유도한다면 착각이다.

선거 때마다 북한 프레임을 활용하여 이득을 보았던 짓을 반복한다면 오산이다. 국민은 이미 그런 일을 여러 차례 당하면서 속을 들여다보고 있다. 외려 불안 조성이라는 역효과를 낼 수 있다. 안보를 선거에 이용하여 국민 불안을 조성한다면 죄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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