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 기온, 이상한 나라, 이상한 정치
이상 기온, 이상한 나라, 이상한 정치
  • 김규원
  • 승인 2023.11.05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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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규원/ 편집고문
김규원/ 편집고문

11월 기온이 29까지 오르는 이상 고온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현재 내리고 있는 비가 그치면 기온이 내려갈 것이라고 기상청은 예보하고 있지만, 그래도 낮 기온이 20도 언저리를 맴돌 것이라는 예보다. 김해는 낮 기온이 30까지 올랐다고 한다.

곳곳에서 개나리, 영산홍 등 봄꽃들이 피었다는 사진이 연신 나돌고 벌들도 포근한 날씨에 꿀따기에 바쁘다. 이 같은 고온 현상은 동북아시아와 증앙아시아 일부의 대기 상층과 하층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라고 풀이하고 있다.

올해 들어 유럽과 아시아 곳곳에서 발생해 온 열돔 현상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미국 워싱턴 포스트(WP)11월 시작 1, 2일 동안 한반도와 몽골, 필리핀, 방글라데시, 일본 등지에 관측이래 최고 기온을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필리핀은 37, 한창 추워야할 몽골도 21를 기록했는데 평년보다 10-19높은 기온이라고 한다. 일본은 전국에서 자체 최고 기온 기록을 경신하고 밤 최저 기온이 30를 기록한 지역도 있다고 한다. 2023년이 지구 역사상 가장 더운 해로 기록될 것이라고 한다.

거리에는 얇은 패딩 차림과 반팔 티만 걸친 사람들이 눈에 뜨이고 한창 고와야 할 단풍은 애매하고 칙칙한 색으로 변해 단풍철답지 않다. 밤과 아침에 쌀쌀하고 낮에 조금 포근한 날씨가 이어져야 단풍도 곱게 물든다고 한다.

강릉에서는 조생종 벼를 베고 난 포기에서 다시 벼가 30cm쯤 자라서 이삭이 나와 벼가 익어 고개 숙인 모습이 보이기도 했다. 지독히도 덥더니 가을이 되어도 가을답지 않게 더위가 이어지는 날씨에 사람들의 생활 리듬도 깨지는 듯하다.

기온만 이상한 게 아니라 나라 정치도 이상하다. 연말 국정감사가 끝나는 시점인데 전북은 여전히 잼버리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여당 국회의원들이 감사기간 내내 새만금 잼버리를 물고 흔들었다. 잼버리로 시작하여 잼버리로 끝났다는 평가다.

어떻게든 무리하게 삭감한 새만금 예산을 저들의 속내대로 유지하기 위해 여가부가 제멋대로 준비하고 진행한 잼버리 파행 책임을 전북에 몰아붙이는 데 여당 의원들이 동원된 셈이다. 국회의원들이 한낱 정부 부처의 행동대원처럼 나선 국감 현장이었다.

보수 정권의 특색이라고 이름 지어도 될 만큼 보수 정권에서는 대통령의 한마디가 금과옥조이고 절대 지상 명령이다. 하나같이 대통령의 눈치 보기에 급급하고 혹여 대통령의 비위를 거스르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 오래 전 박정희 독재 시대의 유물이다.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패배한 뒤, 조금 다소곳해진 대통령의 행보가 새해 예산 국회제출 시정 연설까지 다소 나긋하게 변해 보이면서 30% 초반 지지율이 다소 오르긴 했지만, 여전히 40% 미만에 머물러 있다.

촛불 민심으로 탄생한 지난 정권에 과도한 기대를 했던 국민이 윤석열 정부에 건 기대는 그가 외쳐온 공정과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었다. 그러나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전라도 사투리로 표현하자면 아시만 못 한 정권이었다. ‘이시처음 또는, 이전 것이라는 사투리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겠다라던 알 수 없는 자신감은 여러 차례 망신살을 샀고 즉흥적으로 내놓는 정책들은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며 국민을 피곤하게 했다. MB 시대의 문제 인물들을 기용하여 언론에 대한 제재가 늘면서 국민의 귀와 눈은 점점 흐려지고 있다.

민주주의에서 선거는 지배자를 선출하는 게 아니다. 일을 잘할 머슴을 뽑는 게 선거다. 여러차례 지적했지만, 선거에서 당선했다는 건 머슴으로 지목되었다는 걸 말한다. 대통령은 큰 머슴이고 국회의원이나 자치단체장은 중간 머슴이다.

머슴은 주인인 국민의 뜻을 잘 살피고 그 뜻에 따라 일하는 게 본분이다. ‘을 뽑는 선거가 아니니 선출되었으면 국민의 마음을 살피는 데 최선을 다하는 게 도리다. 그런데 당선 후 내 멋대로 행보로 이후 줄곧 40% 이내 지지율에 머물러 있다.

그 지지층도 70대 이상 노인들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노인층을 제외하면 20%에 미치지 못하는 데도 국민의 마음을 살피지 않는 정치는 여전하다. 강서 보궐선거 이후에 조금 달라진 듯 보여도 총선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약간의 제스처가 달라진 데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모두를 싸잡아 이념 카르텔이라는 멋진 표현으로 에둘러 공적으로 모는 위험한 생각도 슬쩍슬쩍 내보였다. 지지하지 않는 모두를 적으로 돌리는 발상으로 이 어려운 시기를 넘어갈 수는 없다.

지난달 초 여권 관계자들과 국면 전환을 위해 무엇이든 할 것이라는 메시지 이후 실질적 변화는 없다. 최근의 국내외정세는 시시각각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할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면 수출로 먹고사는 우리에게 치명적인 어려움을 당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째 지속되고 다시 이스라엘을 기습한 하마스를 응징하는 살육 전쟁이 점점 위험수위를 넘어 당장이라도 새로운 중동전이 벌어질 양상이다. 함부로 어느 쪽에 설 수 없는 우리 형편을 헤아려 조심스럽게 관망할 때다.

무엇 하나 쉬운 상황이 없다. 이런 때일수록 정부는 국민에게 상황을 바르게 설명하여 국민이 돌발 상황에도 대처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정권보다 국민의 안위와 살림살이를 걱정하는 정부 역할이 중요한 시기다.

이제까지의 불통과 고집이 국민에게 통하지 않았다는 걸 증명한 게 강서 보선이었다. 내년 총선을 위해 눈 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변화가 아닌 진정한 위민 정치로 돌아서야 한다. 이상한 나라, 이상한 정치는 제발 그만두자. 주인인 국민이 너무 불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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