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푸대접 속 한글날
한글 푸대접 속 한글날
  • 김규원
  • 승인 2023.10.10 13: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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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글 한글이 다시 변방 글로 몰리는 눈치다. 한글은 보수정권이 들어서면 으레 우리글이라는 자랑스러움은커녕 하찮은 사람들이 쓰는 무지렁이 글로 외면당했다. 그들에게는 영어와 일본 글이 훌륭한 글이고 한글은 언문이라는 생각인지도 모르겠다.

올해 한글날 행사도 지난 9일 세종대왕릉에서 여주세종문화관광재단이 주최하고 여주시가 주관하는 행사로 치러졌다고 한다. 예전에는 대통령과 장관들이 참석하는 중요한 행사였는데 이제는 도지사도 참석하지 않는 반쪽짜리 행사로 치러졌다.

올해는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반포한 지 577돌이다. 지난 정권에서는 한글날 행사를 문화재청과 경기도 등이 주관하여 치렀지만, 올해는 여주시 주관인 지역행사로 전락했다. 이 정부는 한글 따위(?)에 관심조차 없다는 것일까?

최근 세계 곳곳에서 한글과 한국어 강좌에 수강생이 몰리고 문화강국이라는 프랑스에서도 한국어와 한글을 배우는 학과 경쟁률이 35:1이었다는 뉴스도 있었다. 남들은 한글의 우수성을 인식하고 배우려는데, 정작 우리 정부는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거리에 나가 보면 한글이라고는 한 글자도 보이지 않는 영문 간판이 즐비하고, 최근에는 일본어만 쓰인 간판도 눈에 띈다. 또 영어를 한글로 발음만 적은 간판도 수두룩하다. 우수한 우리 말과 글이 버젓이 있는데도 영어로 적는 그 심사는 무엇일까?

영문 스펠링이 틀리는 건 부끄럽고 한글 맞춤법을 잘못 적는 건 아무렇지 않은 인식도 문제다. 우리 말, 우리 글을 제대로 쓰지 못하면서 남의 말과 글에 목매는 심사는 알 길이 없다. 내 나라 말과 글을 소홀히 생각하는 사람들이 정치를 잘할 수 없음은 당연하다.

글을 쓰는 이들 가운데도 우리 고유의 단어를 쓰는 일에 반대하는 이들이 있었다. 굳이 잘 쓰지 않고 모르는 이가 많은 단어를 왜 글에 써서 사전을 찾아보게 하거나 뜻을 모르게 하느냐는 것이다. 얼핏 그럴싸하지만, 터무니없는 주장이다.

잘 쓰지 않는 단어지만, 우리말 가운데 적절한 표현이 있다면, 그런 단어를 안다면 사용해야 한다. 그래야 그 단어가 사라지지 않고 명맥을 유지할 수 있다. 모두가 다 알지 못 한다 해서 쓰지 않으면 그 단어는 머지않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역 축제 이름도 영문이 대세이고 우리말은 거드는 보조언어로 쓰인다. 자치단체마다 웬 영문용어가 그리 많은지 웬만한 사람은 알아볼 수도 없다. 영어만 아니라 갖은 오래어와 줄처를 모르는 단어도 즐비하다. 그들에게 한글은 말장난 도구에 불과한지도 모른다.

아름답고 멋진 우리 말과 글을 외면하는 정치와 문화는 결국 우리 고유의 전통과 문화를 스러지게 하는 일이다. 일본식 표현과 행정용어에 찌든 외세 글 문화는 하루 빨리 몰아내야 한다. 우리 글과 말을 점점 오염하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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