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까지 국민을 외면할 셈인가?
언제까지 국민을 외면할 셈인가?
  • 신영배
  • 승인 2023.10.04 1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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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추석 연휴가 끝났다. ‘더도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옛말은 과연 옛말이었을 뿐, 이번 추석은 뭔가 찜찜한 기운이 뒤를 누르는 기분이었다. 무엇이라고 분명하게 이름 짓지 못하는, 나쁜 기운이 우리를 덮어 점점 조여오는 그런 느낌이랄까? 

오랜만에 긴 연휴를 맞았으니 마음 놓고 여행을 떠나거나, 다정한 이들과 어울려 추석 명절을 유익하게 보내야 할 터인데 그러지 못했다. 정부가 국민의 살림살이를 방관하는 가운데 불안이 중첩되었기 때문으로 이해된다. 

미국발 경제위기 조짐이 환율과 이자율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한국 경제도 곳곳에서 어려움이 드러나고 있다. 이럴 때는 정부가 특단의 대책으로 나라 경제가 흔들리지 않도록 해야 하건만, 다급한 국민 살림살이에는 별 관심조차 없어 보인다.

중국의 거품 경제가 미국의 견제를 받게 되자 금세 바닥을 드러내고 헐떡거리는 가운데 우리 경제도 덩달아 허둥거리는 모양새다. 미국은 경제위기를 막기 위해 남의 나라야 죽든 말든 자국의 이익 챙기기에 몰방하고 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지난해 말 기준 GDP 대비 105%에 이르러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 가계 채무의 특징은 소득 하위 40% 이내 가난한 사람들의 채무는 11%에 불과하고 소득 상위 40%가 전체 채무의 76%를 차지했다는 분석이다.

이를 달리 해석하면 소득이 많은 계층이 더 많은 대출을 받아 더 많이 벌고 그 돈으로 잘 먹고 잘사는 구조라는 걸 알 수 있다. 은행은 자산과 소득이 높고 상환능력이 있는 안전 대출에 집중하므로 자꾸만 가계 대출이 늘고 있다.

최근 기재부가 발표한 우리나라의 가계 대출은 1,853조 원이고 기업 대출이 1,204조 원, 국가 채무는 1,134조 원으로 전체 채무액이 4,191조 원에 이르렀다. 나라의 한 해 예산이 450조 원인 점을 생각하면 감당 불가의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이러한 상황을 정부가 충분히 알고 있을 터인데, 아직도 정부는 나쁜 일마다 남 탓으로 돌리면서 좌충우돌의 대통령 지시에만 충실하게 따르는 충견(忠犬) 정치를 이어가고 있다. 긴축재정을 앞세워 새만금사업 예산을 깎고 어려운 이들을 위한 복지예산도 크게 줄였다.

그동안 우리가 이룬 성장과 안정은 최근에 멈추거나 후퇴했다. 정부는 그 모든 일을 지난 정부 탓이라고 돌리면서 부자들의 세금을 깎아주어 세수를 줄인 데다 성장이 멈춘 경제 사정에 따라 세금이 적게 걷혀 심각한 세입 감소에 당황하는 눈치다.

정부는 남 탓으로 모든 허물을 벗으려 하지 말고 현상을 국민에게 정확히 설명하고 최선의 길을 찾아 안내하고 국민 살림을 보살피는 데 주력해야 한다. 국민 가계가 무너져 버리면 어떤 핑계로도 변명할 수 없다. 서둘러야 한다.

 #비판하고 지지하지 않는 건 반국가세력?

지난 9월 29~30일까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실시한 ‘9월 말 정기여론조사’를 내용을 간추리면 “귀하께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전반적인 직무수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잘함’ 41%, ‘잘못함’ 57%라고 응답했다.

이어 “그러면 윤석열 정부와 직전 문재인 정부의 전반적인 국정운영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십니까?”라는 질문에는 ‘윤석열 정부가 잘하고 있다’라는 응답은 40%, ‘문재인 정부가 잘했다‘라는 응답은 54%라고 집계됐다.

다수 국민은 윤석열 정부가 잘못하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국민 다수가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고 지적하는데도 대통령과 정부는 스스로 잘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셈이다. 국민은 지난 정부가 더 잘했다고 생각하는데도 현 정부는 걸핏하면 지난 정부 탓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에게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가 기각돼 뻘쭘하게 됐다. 그동안 수없는 압수수색과 직접조사를 통해 이재명 대표를 엄청난 범죄인으로 국민들에게 알렸다. 하지만 그의 범죄 혐의를 입증하지 못해 영장 집행이 기각된 것이다.

무려 70여 명의 특수부 검사가 동원돼 1년 6개월 동안 수사를 했는데도 구속할 만한 범죄사실을 찾아내지 못했다면 어쩌면 보통 단체장들이 하는 일반적인 일 정도의 일을 엮어낸 것이 아닌가 싶다는 의견도 있다. 나라의 공권력이 이렇게 쓰이던 시대는 모두가 불행했다.

지난번 일부 개각에 등장한 세 명의 장관 후보자들과 근래 정부 인사의 면면을 보면 이 정부가 추구하는 나라의 모양새를 짐작할 수 있다. 이명박·박근혜시대 인물인 이동관 씨를 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시 기용한 것은 언론을 장악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차단하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설명할 길이 없다.

앞에서 적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말하듯 국민의 동의를 구하지 못하는 정치는 국민을 이끌어갈 동력을 상실할뿐아니라 생명력을 유지할 수 없다. 끼리끼리 옳다고 주장하면서 공권력을 동원해 견인하려는 생각은 지난 독재 시대에도 통하지 않았다. 더욱이 작금의 국민정서와 민주주의 성숙도는 독재정치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호락호락하지 않다.

아이들이 성장기를 넘을 때, 크게 앓거나 힘든 시기를 겪는 것처럼 대한민국 또한 경제성장기를 넘으며 상당한 어려움을 겪게 되는 시기임을 경제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하필 이런 시기에 고집세고 무능한 정치세력이 권력을 장악하는 등 불행한 상황에 봉착했다.

나라 경제와 국민 살림과 정서, 사회 분위기 조성 등 난제가 산적한 이 엄중한 시기에 정치철학과 경험이 전혀 없는 그야말로 정치 초짜가 운전대를 잡고 이것저것을 밟고 누르고 흔들고 있으니 국민 모두가 어지럽다. 여기에 서툰 운전뿐 아니라 남의 말도 듣지 않으니 더욱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자신의 노선과 국정운영에 반대하면 반국가세력으로 지목하는 정치는 지난 시대에 독재자들이 즐겨쓰던 수법이다. 내가 하는 일은 다 옳다고 고집하는 정치로는 복잡다양한 이 시대를 이끌 수 없다.

반대하는 국민 모두를 적으로 돌릴 셈인가? “지금이 어느 시댄데….” 국가의 모든 분야가 혼돈에 빠져드는 독단정치는 중단돼야 한다. 골든타임은 놓쳤지만, 기회는 있다. 이념 따위에 매몰될 시간이 없다. 해답은 결국 유권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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