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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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전주일보
  • 승인 2023.09.21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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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김정기 대표(이야기 곳간/Story House).

“새만금 예산 삭감하면 올해 정부예산 통과시키지 않겠습니다.” 전북이 뜨겁다. 지난 7일, 전북지역 정치권이 주도한 새만금 예산 삭감 규탄 집회가 국회 앞에서 열렸다.

민주당 한병도 도당위원장이 뜨겁게 행사장을 달궜다. “언제 우리가 이렇게 뜨거워 본 적이 있나?” “모처럼 결기 있는 발언이었어.” ‘지금껏 미지근하다’라고 자조했던 전북인들이 최근 새만금을 입에 올리기 시작했다.

전라북도의 출현은 1896년. 전국을 8도에서 13도로 나누면서다. 전라남북도 분할 초기 전북의 지리 형태는 동북과 동남 지형이 불쑥 나온 쇠뿔 모양이었다. 이듬해인 1897년 구례군이 전남으로. 금산군은 1963년 충남으로 편입되었다.

“저기 표지판 보이지 황화천이라고. 옛날 백제 패망할 때 계백장군의 황산벌 싸움터가 여기였을 거야. 지금은 충남 논산시 연무읍이지만, 금산군이 전북에서 충남으로 넘어갈 때 당시 익산군 황화면도 논산군으로 덤으로 넘어갔어. 지금의 연무대야.” 아이 육군 훈련소 입대 시 ‘여산면 고개’를 넘어가며 필자가 한 말이다.

2023년 5월. 전북 인구 176만 명. 1966년 252만 명이다. 1960년 대한민국 2,160만 명. “1962, 63년 사이 전라북도 인구가 263만 명이었어요. 전국 대비 11∼12%. 2020년대 대한민국 5천만이면 550만에서 600만 명이 전북인 아니겠어요”. 현업 시절 PD의 큰 목소리다.

그런데도 최근 전북은 대내외 공식 행사에서 500만(출향인사 포함) 도민이라 외친다. 여기에 도민들 사이에서도 “전북 인구 170만이나 될까?” 하는 말들이 공공연하다. 다분히 축소 지향적이다. 나무위키에 들어가서 보자. 인구·경제·교육·산업 등 전 분야에서도 부정적인 서술이 많다.

“2040년 전북 인구는 강원도와 비슷해지고 충북에도 역전당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전북의 경제력 지수가 전국 꼴찌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9년 17개 시도 중 17위. 계속 낙후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새만금이 돈 먹는 하마로 전락하면서 전북 전체가 쇠락의 길을 걸었다.”

살펴보면 전라북도는 너무 자조적이다. 어떻게 긍정의 기운을 찾아오자는 말인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마지막에 ‘돈 먹는 하마 - 새만금’이 걸린다. 그래 지난 32년 동안 22조 사업비가 들어간 땅이란다. 사실 그렇지 않다. 새만금. 1991년 11월 노태우 정부 때 방조제 사업 첫 삽을 떴다.

2010년 4월에 방조제가 완공되었으니 20년이란 시간이 들어갔다. 20년 동안 ‘겨우 3조 원’이 들어갔다. 해도 너무했다. 부산 가덕도 신공항 2029년 완공. “총사업비는 국가재정법에 따라 확정될 예정이다. 신속하게 추진하겠다.”라고 매체들은 전한다. 그렇지만 이미 언론을 통해 부산 가덕도 신공항은 13조 7천억 정도로 추정한다고 발표했다. 늘면 늘지 절대 줄지 않는다.

새만금 사업은 지방정부로서는 1991년이니 25대 최용복 ‘관선 도지사’ 때다. 그런데도 31대 강현욱 ‘민선지사’는 본인 별명을 ‘강만금’으로 불러 달라고 이야기하고 다녔다. 그것은 24대 ‘관선 전북도지사’ 때 본인이 새만금을 기획했다는 자부심의 표현이었다. 91년 이후로 32년 새만금 사업. 참으로 긴 시간이다.

앞으로 50년을 갈 건지, 끝이 없다. 지난 30여 년 동안 매년 국가사업에 전북은 새만금 사업 업그레이드 베끼기. ‘새만금에 올인’ 한 셈이다. 전북 의제 발굴을 위한 고민이 없었다는 방증이다.

김관영 도지사는 지난해 당선자 시절, 제일 먼저 ‘강현욱’ ‘유종근’ 전직 민선 도지사를 만났다. 어떤 고견이 오갔으리라 짐작하기 어렵다. 지금 전북에 살지 않는 ‘무늬만 전북인’들은 아니다. 전주에 같이 사는 전북인 ”김완주 8년. 송하진 8년 도정을 취하라“ 권하고 싶다. 도합 16년. 함께 실패를 복기(復棋)해보자. 복기하면 답이 나온다.

최근 전북이 화났다. 전북 출신이라는 한덕수 총리도 기대하지 말자. 입으로 ‘새만금 개발사업 재검토’를 거침없이 헤대지 않는가? 다행히 지난 12일에는 ”새만금 국가사업 정상화하라“는 전북인 비상대책회의가 출범했다. 전북 도내 애향운동본부와 상공회의소 등, 70여 개 시민단체가 나선 것이다.

새만금. 이제 내려놓자. ”지난 30여 년을 우려먹었으면 됐다.“ ”새만금 그냥 물길 열어버리지∼ 어민들이라도 먹고살게. “도민들이 열받았다. 전북에는 우리의 미래를 ‘윤나게’ 할 수 있는 유무형의 자산들이 많다.

진안고원·서남부 황토지대·섬진강·변산·고군산 그리고 판소리·먹거리·백제·후백제·조선왕조·동학농민혁명 등 헤아리기 벅차다. 2024년 내년은 전북특별자치도가 출범한다. 세계 최고의 국가 룩셈부르크. 1인당 소득 11만 5천 달러. 인구 65만 명이다. 발틱 3국 리투아니아(271만)·라트비아(183만)·에스토니아(132만) 등 유럽에는 전북과 엇비슷한 ‘나라’들이 많다. 나라는 작다. 그래도 공화국이다. ‘전·라·북·도는 공화국’이다.

 

김정기 대표(이야기 곳간/Story House). KBS PD로 입사. 1994년 ‘동학농민혁명 100주년’ 다큐를 시작으로 우리 ‘지역문화와 한민족 디아스포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3.1절 기획 ‘무주촌 사람들’ ‘키르기즈 아리랑’. ‘한지’ ‘백제의 노래’ 30여 편 다큐와 ‘6시내고향’ ‘아침마당’ 등 TV교양프로그램을 만들어왔다. 지금은 문화단체에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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