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을 잊어야 전북이 산다
새만금을 잊어야 전북이 산다
  • 신영배
  • 승인 2023.09.13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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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새만금간척사업이 시작된지 무려 32년이 흘렀다. 처음 새만금간척사업이 시작되던 1991년 전북 사람들은 살판이 난 듯 법석을 떨었다. 마냥 즐거웠다. 바다를 막아 거대한 땅이 생기면 그 새로운 땅에 황금궁전이라도 짓는 줄 알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1980년 초 벼농사 흉작으로 식량문제가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부안‧군산‧김제의 바다를 새만금지구로 이름 짓고 이른바 ‘새만금간척종합개발사업’을 발표했다.

이어 노태우 정부가 들어선 1991년 11월 28일 착공에 들어가 7년후인 1998년 12월 30일 1호방조제를 완공했다. 그 후 환경문제 등이 대두돼 법정 다툼으로 진행되는 등 우여곡절을 겪다가 2010년 4월에야 외곽방조제가 준공됐다. 이른바 세계에서 가장 긴 33.9km의 방조제가 완공된 것이다.

그러나 새만금간척사업 방조제 준공 시점에는 당초 계획했던 농업용지의 수요가 사라졌다. 여기에 물류단지나 산업단지로의 육성도 어렵게 되었다. 이미 전국 곳곳에 드넓은 산업단지가 조성되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치적 권력의 배경이 없었던 전북으로서는 새만금사업은 늘 후 순위로 밀려났다. 

해마다 새만금사업 예산은 찔끔찔끔, 마치 ‘우는 아이에 외할머니 콩젖 물리듯’ 새로운 정부마다 기본계획을 이리저리 바꾸어가며 숫자놀음만 했다. 새 정권이 들어서면 다시 되돌이표를 찍었다. 그래서 새만금은 착공한지 32년이 지났어도 바닷물만 출렁거리고 있다.

대선과 총선, 심지어 자치단체장 선거가 치러질 때마다 정치인들의 공약은 새만금 완공이었다. 하지만, 어느 정권도, 국회의원도, 단체장도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표만 얻으면 그뿐, “선거 때에 무슨 말을 못 하냐?”라던 이명박 후보의 말은 몇 번이고 반복됐다. 지난 대선 때 새만금 완성을 약속했던 윤석열 후보의 육성은 그 여운조차 사라지지 않았다. 

그동안 전라북도는 새만금 사업에 몸을 던지다시피 매달렸다. 하지만 새만금사업은 진척되지 않았다. 32년이 흐른 지금, 거대한 산업단지가 조성돼 있는 것으로 타지역 사람들은 생각하지만 아주 부분적으로 쓸만한 자투리땅이 있을 뿐, 매립지역은 이번 잼버리가 열렸던 농업용지가 전부다.
 
매립지를 조성할 때 농업용지든, 산업용지든 제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메웠더라면 설사 이번 잼버리 같은 행사를 치러도 좋았을 것이다. 새만금 사업주체는 농업용지라 해서 매립 비용을 줄이느라 토사를 낮게 메워 비가 많이 오면 물구덩이가 되는 땅을 만들었다.

그런 매립지에서는 농사도 지을 수 없다. 비만 오면 물구덩이가 되어 심은 작물이 다 죽을 터이니 말이다. 그런 부지에서 8월 한더위, 장마까지 계속되는 가운데 청소년 야영을 계획한 조두(鳥頭) 정부 때문에 잼버리 행사가 엉망이었다. 

심지어 4만여 명이 숙식하는 곳에 턱없이 부족한 화장실과 세면장을 계획한 여성가족부의 돌머리(石頭)들이 잼버리 행사를 망쳤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 놓고 모든 책임을 전라북도에 몰아 내년도 새만금사업 예산을 뭉텅 잘라버리는 '잘 나디 잘 난' 정부다.

전북인들은 분노하고 항의하고 삭발하고 단식까지 하면서 정부에 선처를 호소하고 있지만, 정부는 묵묵부답, ‘짖을 테면 짖어봐라.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다.’라는 듯 반응이 없다. 추측컨데 이 정부는 전북의 모든 단체와 정치인이 목을 매고 죽는다 해도 꿈쩍하지 않을 것이다.

왜냐면 다음 총선이나 단체장, 대선 선거때 화려한 약속으로 다시 우려먹어야 하니까.  말로만 ‘아방궁’이나 ‘황금궁전’을 지어주겠다고 소곤거리면 홀라당 넘어가서 표를 몰아줄 것이니까.

‘노고지리 개 속이듯’이라는 속담이 있다. 종달새가 풀밭에 알을 품다가 개(犬)가 다가오자 화들짝 놀라 알에서 먼 쪽으로 조금씩 도망치면서 개가 자꾸만 쫓아오게 해서 멀리 떼어놓은 다음 하늘로 날아오르며 약 올리는 장면을 말하는 이야기다.  

전북은 그런 철모르는 개(犬) 역할을 무려 32년동안 열심히 한 것이다. 금세 살판이 날 듯이 속여 바다를 막는 과정에서, 어민들은 서푼 보상금에도 권력에 눌려 아프다는 소리도 못 한 채 삶의 터전을 빼앗겼다. 기자가 어렸을 적 새만금은 백합과 맛, 소라와 동죽 등이 지천이었다.

아직 우리는 새만금의 허황한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 새만금에 기업이 들어온다 치자. 그들 기업이 사업을 잘해서 억만금을 벌어들이면 과연 전북은 풍요로워질까? 요즘 산업은 전문 기술자 몇명이 공장을 운영하므로 사람을 고용할 일도 거의 없다.

궂이 새만금 아니어도 교통 좋고 여건 좋은, 특히 수도권과 인접한 지역에 산업단지가 ‘어서 옵쇼’ 하며 기업들에게 손짓하고 있다. 결국 새만금은 전북사람들에게는 '희망 고문'으로 영히 자리매김 될 것은 자명하다.

그래서 필자는 국책사업인 새만금 사업을 놓고 정부에 매달리지 말자는 것이다. 솔직히 지난세월을 돌아보자. 전북 정치권과 전북 유권자들은 그동안 지역 출신의 대통령 한 명 내지 못했다.

이 지역 출신인 정동영 전 통일부장관이 대통령 후보로 나섰을 때에도 비아냥거리며 지지하지 않았다. 물론 지역출신 정치인을 무조건 지지하자는 주장은 결코 아니다. 결국 전북의 현실은 전국에서 가장 낙후된 오지로 전락하고 말았다.

전주-완주 통합도 물 건너간지 오래다. 거기다 귀가 얇아서 선거 때마다 특정정당이나 후보만을 지지했다. 지난 대선에서도 헛발질을 했다. 내년 총선에도 같은 결과를 연출할 것은 전문가 수준이 아니어도 예측 가능하다.

시시콜콜 묵은 이야기나 하자고 이 글을 쓰는 건 아니다. 정신 가다듬고 우리가 살길을 찾아야 한다는 뜻을 말하고 싶어서다. 전북의 평생 애물단지 새만금은 이젠 잊어버리자. 새만금은 국책사업이다. 정부에서 구워 먹든 삶아 먹든 맘대로 하라고 그냥 보내주자.

새만금 예산 세우지 않아도 전북이 망할 것도 아니다. 그동안 정부로부터 외려 새만금 예산을 주었으니 전북 지역 예산을 덜 주겠다는 식으로 손해만 보아왔다. 차분하게 머리를 정리하고 우리가 살길을 찾아야 한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에 맞추어 새만금 아닌 다른 특색을 만들어보자.

거듭 말하지만 지금은 새만금 환상에 매달릴 때가 아니다. 변화하는 이 시대에 걸맞은 아이템을 찾아내서 전라북도가 제대로 변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구상할 때다. 무도한 윤석열 정부와 싸워봐야 얻을 게 없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을 앞두고 보다 좋은, 나은 제도와 정책을 개발하기 위해 전북도민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다. 새만금은 이젠 잊어버리자. 그래야 전북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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