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 없고 권력만 설치는 나라
국민은 없고 권력만 설치는 나라
  • 김규원
  • 승인 2023.09.10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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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다. 모든 공직자는 오로지 국민을 위해, 국민의 뜻에 따라 일해야 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라는 이름이 만들어졌다. 국민이 주인인 나라라는 뜻이다. 아무리 좋은 정책이어도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시행하지 않는 게 민주주의 기본이다.

민주주의국가에서는 선거를 통해 다수 국민이 선택한 대통령과 자치단체장 등 일꾼을 선출한다. 그리고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과 지방의회 의원을 선출하여 대통령의 정부와 지방 자치단체장이 일을 제대로 하는지 감시하고 잘못을 지적하여 시정하게 한다.

선출직 공직자는 그 누구도 국민의 뜻과 다른 행동을 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는 정치는 배신이고 국민과 약속한 내용과 다른 정치를 펴는 건 사기(詐欺)이거나 기만이다. 국민이 나라의 주인이므로 주인의 뜻대로 나라를 경영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이 나라의 정치는 국민의 뜻보다는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크고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지난날 전제 군주 시대에도 왕의 말에 모두 고분고분하지 않았다. 임금이 지시해도 그 명령이 바르지 않다면 원로 대신들이 아니 되옵니다라고 반대하고 왜 안 되는지 설득했다.

9월 첫 주 한국 갤럽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33%잘하고 있다.’라고 답했고 58%잘못하고 있다.’라고 답했다고 한다. 국민의힘 지지자 75%70대 이상 노인 64%가 잘하고 있다고 응답했다는 통계다.

여당 지지자와 70대 이상 노인들 덕분에 가까스로 1/3 긍정 평가가 나온 셈이다. 18세 이상 49세까지 젊은 층에서는 긍정 평가가 14~19%에 그쳤고, 부정 평가는 62~81%에 이르렀다. 50대에서 긍정 32%, 부정 65%로 평균값을 나타냈다.

계속 긍정 여론이 30% 선에 머무는 상황이어도 대통령과 정부는 여전히 마이 왜이, 맘대로 정치를 계속한다. 국민 여론과 신문 방송이 실정을 지적하고 개선을 요구해도 마이동풍(馬耳東風), 시선도 돌리지 않는 듯하다.

외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은 가짜뉴스를 보도하여 적발되면 원 스트라익 아웃으로 처리하여 언론사를 패간 조치하겠다는 의미로 엄포 놓았다. 헌법에 보장된 언론자유인데 임의로 문을 닫게 하겠다는 발언을 서슴지 않는 방통위원장이야말로 탄핵 대상일 것이다.

이 정부 집권 14개월 동안 이 나라의 요직에 검사와 뉴라이트출신 인사들이 대거 진출했다. 극우 세력이 나라를 맘대로 주무르던 이명박 정권을 넘어서는 국정 장악 형태를 갖추었다. 국정교과서를 추진하고 일본의 침략 역사를 지우려던 박근혜 정권의 인물들이 등용되었다.

이 나라 민주화 이후, 가장 부끄러운 정권이었던 이명박근혜 시대의 인물들이 다시 정부 요직에 포진했다. 앞으로 나아가기도 바쁜 우리 역사가 다시 지난 시대로 돌아가는 어처구니없는 현상에 국민은 아연실색(啞然失色)이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진행되고 있는데도 국민은 한쪽에서만 속을 태우고 있을 뿐, 큰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있다. 어쩌면 그런 현상을 보며 국민이 이 시대의 정치와 정권의 행태에 동의한다고 오해하는지 모르지만, ’아니올시다.‘ 이다.

국민들은 현재 가구의 실질소득이 17년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하는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7월에 소비 판매가 3.2% 감소했다고 한다. 소득이 감소하면서 소비가 위축되어 물건이 팔리지 않고 내수가 침체하는 최악의 상황이다.

우선 당장 살아가는 일이, 목구멍에 풀칠하는 일이 다급한 형편이어서 나무랄 여력이 없다고 보는 게 정답이라는 분석이다. 나라의 근본인 국민 가계가 허물어지는 어려운 경제 사정이다. 지금은 이념을 들먹거릴 때가 아니고 국민 경제살리기에 올인해야 할 때다.

거리에 나가면 몇 걸음마다 임대‘ ’매매라고 크게 써 붙인 텅 빈 점포가 줄줄이 늘어서 있고 문을 연 점포도 일부를 제외하면 현상 유지가 어려워 폐점을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그들은 정부가 말하는 소위 상저하고(上底下高 : 상반기에 낮아도 하반기에는 높아진다)‘라는 근거없는 주장에 마지막 기대라도 하는 것일까?

물가와 이자가 거듭 오르는 가운데 공기업이 적자라며 공공요금까지 올리는데 소득은 제자리에 머물러 있으니 실질소득 감소에 따른 체감온도는 한겨울 한파가 닥친 듯 춥고 떨린다. 국민은 그동안 성장기에 늘어버린 소비를 줄이느라 좌우 돌아볼 겨를이 없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지난 3일 우리 경제가 내수와 수출이 모두 부진한 장기 침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실물 경제나 각종 경기지표, 경제 연구소의 예측 모두 우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그런데도 정부는 경기가 좋아질 거라고 한다.

이런 상황에서 추경호 부총리는 국민의힘 연찬회에서 상반기에 0.9% 성장했다며 하반기에는 2배 성장할 것이라고 큰소리쳤다는 뉴스도 있다. 대통령과 정부 요직에 앉은 이들은 웃는 얼굴로 수산 시장에서 생선회를 먹으며 일본 오염수 안전 홍보요원으로 활약 중이다.

국민의 어려움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고 끼리끼리 어울려 달콤한 권력 맛에 취해 있는 동안 국민은 한쪽에서 굶어 죽는 판이다. 지난 8일 전주(全州)의 한 빌라에서 40대 여성이 숨진 채 발견되었는데 그 옆에는 4 살배기 아들이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모자가 살던 빌라 입구에는 전기요금 연체 고지서가 발견돼 상당 기간 생활고를 겪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고 SBS가 보도 했다. 정확한 사인은 부검해봐야 알겠지만, 생활고에 다른 질병이나 굶주림으로 사망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개연성 있다.

뭔가 기대할만한 경제정책이라고는 눈 씻고 보아도 없는 이 정부, “성장과 복지 선순환을 목표로 행복경제를 만들겠다.”라던 약속은 어디에서도 그 흔적조차 찾아볼 수 없다. 국민은 없고 내 맘대로 정부와 그들의 권력만 살아 춤을 추는 한심한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 국민의 인내력은 폭발 직전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다. 이념이니 친일 일변도 정책에 몰입할 게 아니라 힘겨운 국민을 도와 함께 땀 흘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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