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펴보았더니
얼굴을 펴보았더니
  • 김규원
  • 승인 2023.09.07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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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만/수필가
이용만/수필가

요즘 웃음 치료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는 사람이 나에게 얼굴을 펴면 건강해 진다고 말해 줬다. 정말 얼굴을 펴면 건강해질까? 그래서 실험을 해보기로 했다. 일단은 얼굴을 펴려면 웃어야 한다. 웃는데도 연습이 필요하다. 거울을 가져다 놓고 웃는 연습을 여러 번 했다. 그리고 현장실습을 위해 밖으로 나갔다.

잘 됐을까? 천만의 말씀. 안 됐다. 밖으로 나가 막상 사람을 만나니 웃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다시 거울 앞에 서서 연습에 또 연습, 종일 웃는 연습을 했다. 다시 밖으로 나갔다. 엘리베이터에서 만난 사람에게 ‘안녕하세요?’ 인사를 했다. 그랬더니 활짝 웃으며 반가워한다. 거기에 말까지 붙여준다.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됐다. 성공이다. 웃어주었더니 상대방도 좋아한다. 나도 기분이 좋다. 길거리에서 아는 사람을 만났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자네 얼굴이 많이 펴졌네. 건강해졌구만.” 나더러 건강해졌단다. 얼굴을 폈더니 건강하게 보인단다.

그렇다면 더 펴보자. 며칠 사이 내가 건강해졌다는 사람들이 늘었다. 거울을 보니 얼굴에 핏기가 돌고 있다. 실험 삼아서 해 본 얼굴 펴기가 실제로 건강을 가져다준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일거양득, 꿩 먹고 알 먹기다.

웃음 치료라는 것이 있다. 웃음을 이용해 신체적, 정신적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다. 웃음으로써 기분을 전환하고 스트레스를 감소시켜 면역력을 증진하여 건강하게 하는 방법이다. 웃으면 호흡량이 증가하고 심박수가 증가하여 피돌기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우리 몸에 혈액과 산소의 공급량을 늘려준다.

또 얼굴을 비롯한 몸의 경직을 풀어주어 몸과 마음을 편안하게 하는 마사지 효과가 있다. 더불어 본인이 기분이 좋아지고 상대방도 기분이 좋아져 인간관계와 사회성이 좋아지는 것이다. 육상선수 중 높이뛰기 종목의 우상혁은 웃기를 잘하는 선수다. 그는 힘들고 어려울 때마다 웃는다. 동료 선수들에게도 손뼉을 치며 웃으면서 격려한다. 관람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도 함께 손뼉을 치며 즐거워한다.

한데 방해물이 생겼다. 동서남북 종합병원인 마누라다. 자기는 몸이 아파서 죽을 지경인데 뭐가 좋아서 헤헤 웃고 싶으냐며 자기가 아파서 죽기를 바라느냐는 것이었다. 그리고 사람이 무게가 있어야지 실없이 헤헤 웃고 다니면 바보 취급을 받을 거라며 입을 굳게 다물고 다니란다. 사실은 여차여차하여 실습 중이라 말해도 통하지 않는다.

별수 없이 이중생활을 하기로 했다. 집에서는 입을 굳게 다물고 점잖은 척하고 있고 밖에 나가서는 세상이 다 펴지도록 웃기로 했다. 이것도 괜찮다. 집안 조용하게 하고 밖으로 나와서 하고 싶은 대로 하면 된다. 몸 사리고 있다가 밖으로 나오면 공기가 달라진다.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사람의 마음이라 하더니 실감이 난다. 내 마음이 즐거우면 구름이 끼어 있어도 맑은 하늘이다.

옛 성인들이 마음을 다스리기 위하여 오랫동안 수련을 하는 까닭을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 가진 것 아무것도 없어도 부자처럼 풍부했고 밥을 굶어도 배불렀던 현인들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다. 사람의 마음은 여리고 욕심은 많다. 처음에는 웃고 사는 것이 만사형통처럼 묘약인가 싶었는데 세월 가니 그것도 시들해지고 그러면 뭘 해, 가진 것이 없는데... 하는 생각이 고개를 드는 것이었다.

한동안 웃는 게 시들했는데 김구 선생에 대한 글을 읽고서 그래도 웃는 것이 낫겠다 싶어 다시 웃기로 했다. 김구 선생이 한때 관상을 공부했다. 그래서 자기의 관상을 보니 아무리 보아도 복을 받을 관상이 아닌 얼굴이었다. 그래서 크게 실망하고 있는데 관상학 끝부분에 이런 말이 쓰여 있는 것이었다.

“상호불여신호(相好不如身好), 신호불여심호(身好不如心好)” 관상이 좋은 것은 몸이 좋은 것만 못하고, 몸이 좋은 것은 마음이 좋은 것만 못하다. 이 글을 본 순간 자기의 좋지 못한 관상을 마음을 좋게 써서 극복해보려 했다. 그래서 웃기로 했다. 김구 선생의 웃음은 그렇게 하여 만들어졌다. 김구 선생의 웃음은 민족적인 웃음이다. 온 국민을 품는 자애로운 웃음이다.

그렇다면 나라고 못 할 일도 없다. 민족적인 웃음은 못 만들어내어도 주변 사람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웃음은 만들어 보자. 그래서 나만의 웃음 만들기에 열중하고 있다. 내 웃음이 완성되는 날 내 얼굴이 달라질 것이고 주변 사람들도 즐겁게 나를 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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