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 세력이 활개 치는 세상에
친일 세력이 활개 치는 세상에
  • 김규원
  • 승인 2023.09.03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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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지긋지긋한 더위에서 겨우 빠져나오는가 했더니. 해묵은 이념 논쟁이 골머리를 들쑤시고 있다. 지난날 군사독재가 치성하던 시절에는 군부독재에 이견을 보이거나 불평을 하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잡혀가 곤욕을 당했다. 조금 심하면 ‘00간첩단으로 몰려 주변 모든 이들이 한꺼번에 변을 당했다. 세상만사가 그들 맘대로였고 거스르는 일은 용납되지 않았다.

이 나라 보수세력은 이승만 정부에서 시작되는 걸로 아는 이가 많지만, 그 원천은 조선을 송두리째 일본에 바치고 귀족이 되어 호의호식하던 친일파와 그 추종 세력이다. 골수 친일파와 힘 있는 자에 붙어야 잘 살 수 있다는 생존 논리에 밝은 집단이다. 그들에게 일본은 거룩한 숭배 대상이었고 영원히 세계만방에 뻗쳐나갈 욱일승천(?)의 표상이었다.

그 가운데는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에서 일본에 돌아가지 않고 주저앉은 자들과 2차대전에서 일본 패망 후 해방공간에서 슬그머니 조선인으로 둔갑한 토착왜구(土着倭寇)’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어릴 적에 친구 집에 갔다가 집안에 대물려 내려오는 가전 유물로 일본도(日本刀)를 장식해둔 걸 보았던 기억을 종합하면 그럴듯하다.

일본이 패망하고 광복을 맞이했을 때, 우리는 미 군정의 친일파 이용 정책에 가로막혀 친일파를 색출하거나 처벌하지 못했다. 친일파들은 그런 군정의 시책에 재빨리 영합하여 외려 유력한 자리에 앉아 재산을 불리고 군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승만은 친일 세력을 이용해 간접선거로 대통령 자리를 꿰찼다. 조국광복을 위해 혼신한 애국지사들은 설 자리를 잃었다.

우리 현대 역사에서 보수세력이 집권할 때마다 정권이 바라보는 곳은 늘 일본이었다. 국민 정서가 일본을 반대하고 날카롭게 반응하는 바람에 가까이 다가가다가 ! 뜨거라하고 물러선 일이 여러 번이다. 격렬한 반대 속에서도 그들 보수세력은 국민 몰래 물밑에서 일본과 손잡기를 주저하지 않았다.

친일파가 선망하는 최고의 정치는 일본과 손잡고 일본의 이익을 위해 자민당 집권 세력처럼 영원한 권력을 누리는 것일 듯하다. 일본은 수 세기 동안 그들 집단이 늘 권력을 차지해 나라를 이끌어왔다. 일본 국민은 집권 세력이 유도하는 대로 가업(家業)을 이어가며 나름의 자부심으로 살아가는 게 최고의 덕목이고 소망이었다.

 

지난해 대선에서 승리한 윤 대통령의 행보가 자꾸만 일본을 향하고 있다는 평가가 심각한 수준이다. 취임 이후 국경일마다 일본과 동행을 주장하더니 미국 캠프데이비스에서 미국, 일본과 합체라도 하듯 동맹을 선언했다. 일본의 후쿠시마 핵 오염수 방류에 슬그머니 동조하여 대통령실이 예산을 들여 홍보물까지 만들어 방영했다.

2일 오후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투기 중단을 촉구하는 2차 범국민대회가 2일 오후 서울 시청 인근 세종대로 일대에서 열렸다. 참가자들이 후쿠시마 오염수 해양 투기 즉각 중단하라” “윤석열 정부는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제소하라” “일본 정부 대변하는 윤석열 정부 규탄한다”, “일본 수산물 수입을 전면 금지하라등의 구호를 외치면서 시작됐다.

시위에 나선 김성호 씨 표현이 참 재미있다. “바다는 우리 가족의 미래이며, 후손들의 미래라며 쓰레기는 쓰레기고 걸레는 아무리 빨아도 걸래다. 오염수는 아무리 정수 처리한들 오염수라며 최소한의 국민들과 대화를 하든 하지 않든, 눈치라도 있어서 어민 피해보상 대책이라도 논의했어야 했다,” 라며 대통령이 방류 중단을 촉구하라고 소리쳤다.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자신의 행보에 반대 의사를 나타내는 세력을 싸잡아 비난하고 마침내 전쟁을 선포하듯, 싸우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이들에게 “1+1100이라고 하는 사람들, 이런 세력과는 싸울 수밖에 없다.”라고 선언하듯 말했다. 일본이 바다에 쏟아내는 오염수에 반대하는 국민과 싸우겠다는 우리 대통령이라니.

 

지금 국민은 일부 계층을 제외하고는 고물가와 고금리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느라 힘들다. 실질소득이 감소한 가운데 살림을 맞추어가느라 좌우를 돌아볼 겨를이 없다. 경제 성장기에 늘어난 소비성향이 가족의 입맛과 생활 패턴을 바꾸었는데 이를 갑자기 줄이려니 여간 힘이 드는 게 아니라고 하소연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부익부 빈익빈으로 소득과 생활격차가 점점 벌어지는 가운데 문을 닫는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크게 늘어 세수(稅收)가 격감하여 상반기 재정 수입이 급감했다는 통계도 나왔다. 거기에 새 정부 시작과 함께 법인세를 줄인 덕분에 재정 운영이 어려워 내년에는 긴축재정을 운영한다고 발표했다.

국민 가계(家計)와 나라 살림이 모두 어렵게 돌아가면서 민생이 심각한 위협을 받는 판인데 한가하게 가장 중요한 것은 이념’”이라니, 답답한 건 국민이다. 뭐 하나 제대로 돌아가는 일이 없고 시간이 지날수록 내 맘대로 국정 속에 일본을 위해 국민과 대척점에 서는 대통령과 정부에 국민은 실망과 분노에 어쩔 줄 모른다.

홍범도 장군 동상과 다섯 분 독립투사의 흉상을 치우려는 작정이 누구에게서 나온 것인지 모르지만, 그 상징물들은 친일 세력들에겐 눈엣가시같은 존재였을 것이다. 가슴에 품은 조국 일본에 상처를 안겼던 이들이 국민으로부터 추앙을 받는 게 못마땅했지 싶다. 그래서 뭔가 추동력이 만들어졌을 때 그 상징물을 치우려는 시도일 터이다.

그러나 친일 세력이 간과한 것이 있다. 우리 국민 대다수는 아직도 지난날의 잘못을 사과 한 번 하지 않은 일본을 용서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아울러 그 분노는 일본이 저지른 만행 이상으로 강력하고 결코 지울 수 없는 것임을. 지난날 칼 찬 순사들이 설치듯 검경을 앞세워 친일파 세상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이고 패착이다.

지금이 어느 시댄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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