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어수선해지는 나라
점점 더 어수선해지는 나라
  • 신영배
  • 승인 2023.08.30 1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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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요즘 복장 터지는 일이 한둘이 아니다. 정부가 연일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를 정당화하고, 해병대 채수근 상병 사망과 관련된 수사와 홍범도 장군의 이력을 왜곡하고 있기 때문이다.

언급한 사안은 다수의 국민 생각과는 동떨어져 있을 뿐 아니라 갑작스럽고 엉뚱하다. 왜 그럴까? 소위 세계 10위권의 경제 대국 대한민국을 운영하는 위정자들이 유아(幼兒)적 사고에 의한 정책을 펼치는 것은 결코 아닐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인가 목적이 있을 법하다. 혹자들은 대통령 처가의 부동산과 연계된 양평 고속도로 노선(종점) 변경 의혹 여론을 잠재우고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이념논쟁을 부추겨 보수의 결집과 진보의 분열을 유도하는 고도의 정치적 술수가 작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한다.

물론 확인된 사실은 없다. 하지만 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 의혹과 관련된 언론의 보도는 우리의 시각 밖으로 벗어난 것은 사실이다. 오로지 후쿠시마 원전 방류수와 해병대 항명 사건, 그리고 홍범도 장군 공산당 이력, 이재명 민주당 대표 소환 일정 등이 모든 언론의 관심사다.

덩달아 국민 여론 또한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언론이 유도하는 곳으로 향한다. 그래서 그런지 독재정권은 언제나 공영방송 장악을 시도한다. 윤석열 정권 또한 마찬가지인 것 같다. 국민과 방송인, 야당의 절대적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동관 방송통신위원회 위원장을 임명하는 사례에서 보듯 윤 정권 또한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후쿠시마 오염수의 경우 대통령실, 정부 부처, 여당은 과학을 앞세워 일본 도쿄전력이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내용을 여과 없이 전달하며 우리에게 안심하라고 강조한다. 그렇지만 다수의 국민은 바다 오염을 걱정하며 수산물 구매를 꺼린다. 당연히 우리 정부는 일본에 항의하고 대책을 요구해야 옳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한국 정부는 일본보다 더욱 적극적으로 오염수의 안전성을 내세우며 국민의 혈세를 들여 일본 오염수 홍보활동을 펼친다. 그리고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일은 선동이고 국기를 흔드는 일이라도 되는 것처럼 매도하는 일이 공공연하다.

급기야 지난 28일 오후 대통령은 국민의힘 연찬회에 참석해 "1+1=100이라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하며 "이런 세력들과 싸울 수밖에 없다"라고 강조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이후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가 첫 일성으로 오염수 방류를 반대하는 세력과 싸우겠다니 참으로 한심스럽다. 

국방부는 지난 26일 "육사의 정체성을 고려할 때 소련 공산당 가입 및 활동 이력 등 여러 논란이 있는 분을 기념하는 건 적절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다"라며 육사에 설치된 독립운동가 5명의 흉상을 철거·이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후 여론이 악화되자 공산당 이력이 있는 홍범도 장군 흉상만 옮기겠다고 수정 발표하는 등 시대착오적 '이념 촌극'을 연출하고 있다. 홍범도 장군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치른 모든 전쟁에서 혁혁한 공을 세운 분이다. 특히 1920년 6월 봉오동 전투에서 최진동과 함께 골짜기에 독립군을 매복하게 한 뒤에 일본 정규군을 끌어들여 수백여 명을 사냥하듯 사살하거나 중상을 입혔다.

또 그해 10월 22일에는 청산리에서 김좌진 장군과 함께 일본 정규군 1,000여 명의 사상자를 내는 전과를 올리기도 했다. 일본군에게 그 누구보다도 많은 타격을 준 독립군으로 일본이 가장 두려워하고 미워한 인물 가운데 한 분이다.

그러한 홍범도 장군을 소련 공산당 가입 전력을 문제삼아 공산주의자로 매도하며 그의 흉상마저 육사에서 철거하겠다는 생각은 친일 세력의 획책에서 나온 건 아닌가 한다. 1922년 독립운동 당시 홍범도 장군이 소련에 입국하며 썼던 입국신고서가 화제로 등장한 적이 있다.

그 신고서에는 중국어와 소련어, 한글이 함께 적혀있는데, 이름: 홍범도, 교육: 국문, 직업: 의병, 사회 지위: 농사, 정당 단체 소속 : 없소, 목적과 희망: 고려독립이라고 기록됐다. 오로지 조국 독립을 위해 소련에 입국하기 위해 어쩔수 없이 공산당원이 됐음을 입증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그 시절은 한국이 해방되기 훨씬 이전이다. 대한민국이 공산주의 이력을 문제로 삼는 것은 해방 후에 북한 김일성과 연계된 그야말로 좌익활동이다. 친일파의 눈에는 육군사관학교 교정에 세워진 다섯 분 독립운동가의 흉상이 거슬렸을 것이다.

그래서 모두 치워버리고 싶었는데 반발이 만만치 않게 되자 그중에 가장 일본군을 많이 사살한 홍범도 장군의 공산당 이력을 문제 삼아 철거하려는 게 아닌가 싶다. 홍 장군은 소련에 들어가 공산당의 지위를 차지한 게 아니라 오히려 소련으로부터 추방당해 인근 카자흐스탄에서 극장지기로 어렵게 지내다가 1943년 쓸쓸히 세상을 떠났다.

홍범도 장군의 아들 양순은 불과 16세에 아버지와 함께 일본군과 교전하다 사망했다. 홍 장군의 부인 또한 장군을 체포하기 위해 부인을 미끼로 이용하려던 일본군의 지휘를 거부한 대가로 고문을 당해 결국 순국했다.

지난 8월초 수해 현장에 해병대 병력을 동원해 실종자를 무리한 방식으로 수색하다 결국 해병대원이 물에 휩쓸려 사망했다. 이 사건을 수사한 해병대 박정훈 대령은 실종자 수색 작전을 지휘한 임성근 해병대 1사단장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판단해 해병대 사령관은 물론 국방부 장관의 최종 결재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국방부는 오히려 박 대령이 국방부 지휘를 거부했다며 항명 수괴죄로 입건하고 보직을 해임했으며 이어 군, 검찰이 박 대령을 조사하고 있으며 마침내 증거인멸이 우려된다며 사전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참으로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박 대령에 따르면 국방부 관계자들이 해병대 1사단장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를 수사 기록에서 제외할 것을 여러 번 지시하는 등 수사에 불법 개입을 했다. 이 같은 박 대령의 주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반면 윤 대통령이 비공개 대통령실 수석회의에서 "그런 사소한 일로 사단장이 책임을 진다면 어느 누가 사단장을 하겠냐?"는 취지로 격노했다는 소식이 언론을 통해 전해졌다. 자유와 공정, 상식의 기치를 내걸고 출범한 정부라고 믿기 어려운 일들이 자꾸만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오로지 대통령의 생각이 정의와 공정이고 자유라는 이상한 논리 속에 국민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나라 분위기는 점점 더 어수선해지는 형국이다. 이 나라가 요즘처럼 뒤숭숭하고 마구잡이로 운영되던 시기가 있었는지 싶을 만큼 지난 1년 남짓한 기간은 어수선했다.  

작금의 현실은 누구의 도움도 받지 못한 채 조국을 떠나 만주에서, 소련을 거쳐 카자흐스탄이라는 불모지(不毛地)로 쫒겨나 조국의 독립만을 염원하며 각자도생의 길을 걸어야 했던 홍범도 장군의 심정처럼 착잡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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