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다급한 화두는?
이 시대의 다급한 화두는?
  • 김규원
  • 승인 2023.08.20 15: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미국 캠프데이비드에서 미국과 한국 대통령과 일본 수상이 모여 세 나라 간 공조를 약속했다고 한다. 대통령실이 번역하여 발표한 장장 원고지 22장 분량의 비공식 문서에는 한일 두 나라가 미국을 맹주로 모시고 앞으로 잘해보겠다는 다짐이 빼곡히 적혀 있었다.

캠프데이비드 정신이라는 이름으로 작성된 문서에는 기존의 한미동맹 내용을 잘 지켜나가겠다는 것 외에 우리에게 이로운 대목은 거의 볼 수 없었다. 몇 번을 뜯어보아도 미국 바이든 재선을 위한 성과라고 자랑할만한 내용뿐이다.

그리고 미중 갈등에 한국과 일본이 합세하는 듯한 내용이 마음에 걸렸다. 우리 경제에서 당장 중국을 배제하는 경우 엄청난 타격이 올 것이 자명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북한에 대한 제재와 한미일 3국의 정기 훈련 합의도 한반도 불안 요인을 더 심화한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미국의 중국 견제에 한국이 완전히 가담하여 얻을 이익은 전혀 없다. 앞으로 중국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경제적 보복이 어떤 양상으로 전개될지 걱정이다. 중국은 현재 우리나라의 제2 수출국이고 원자재 절반 이상을 수입하고 있다.

거대한 땅덩어리와 인구, 공산주의 전제 체제인 중국은 그야말로 불가근불가원(不可近 不可遠)인 나라이다.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인 우리가 함부로 손절할 대상은 결코 아니다. 이런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미국의 유도에 동조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우리는 그동안 이러한 지정학적 문제와 경제적 사정에 따라 어느 세력에도 깊이 개입하지 않으며 실속을 챙겨 오늘의 대한민국 경제 수준을 이룩했다. 그런데 하루아침에 우리가 쌓아 올린 국제적 위치를 버리고 미국의 손 아래에 들어간 신세로 전락했다.

국제관계에서 영원한 적도 영원한 친구도 없다라는 건 어제오늘의 교훈이 아니다. 개인의 성향이야 선명하든 흐리멍텅하든 개인의 일이지만, 나라의 외교는 선명하면 반대 위치 진영의 공격을 받기 마련이다. 화를 자초하는 일이다.

반면 미국은 중국 견제를 천명하면서도 일론 머스크가 중국에 대규모 투자를 강행하는 일도 모른체 하는 식으로 실속을 챙기며 만만한 한국만 견제하고 있다. 미국이나 일본이 원하는 게 한국의 영향력이 더는 커지지 않게 견제하는 것이라고 본다.

한국의 기업들이 점점 세계 곳곳에 영향력을 키워가고 우리 방산 무기가 유럽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현실이 불편한 미국과 일본이다. 그걸 막는 방법으로 이번 공동성명에서 기술의 유출을 공동 대응한다는 식으로 설정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주력 수출품인 배터리와 반도체를 성명서 내용에 명시하여 미국과 일본이 안정적으로 공급받거나 자국에서 생산하도록 하겠다는 의도도 들어있다. 물론 성명서 내용이 절대적 기속력을 발휘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지만, 굳이 그들의 획책에 말려 들어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국민의 뜻과는 전혀 다른 조약이나 협약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결정해서는 안 된다. 20일 노컷뉴스가 알엔리서치에 의뢰해 조사한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국정에 대한 긍정 여론은 36%에 그쳤다. 반면 부정 평가는 60.2%였다.

부정 여론이 거의 2배에 달하는 대통령이라면 이런 국제적 협약이나 합의에 앞서 국민의 여론을 듣거나 설득하는 일이 선행되어야 했다. 소수 집단의 생각으로 다수 국민을 불편하게 하는 건 정치가 아니라 망치(亡治)’.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간다라던 윤 대통령의 약속은 어디에 묻혔는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완전히 일방적이고 독단으로 모든 결정이 이루어진다. 마치 이라도 된 듯이 모든 일을 내 맘대로결정하고 진행한다. 반대 세력에 대한 공산당프레임도 등장했다.

1970년대에 자행되던 군사독재 시대에도 지금처럼 일방적이고 독단적인 정치는 없었다. 취임 13개월 동안 3번의 사면을 단행하여 보수 성향 인사들을 사면 복권하여 원군(援軍)으로 편성했다. 국민 대통합을 말하지만, 여태 야당과 한차례도 만나지 않았다.

마이 웨이(my way)정치에 여권은 무조건 지당하옵니다이고 야권은 잠시 궁시렁거리다가 입을 닫는다. 잘못하면 그동안 저지른 이런저런 잘못들이 모두 까발려지고 기소될 수 있어서 인지 마루 밑에서만 앙칼지게 짖는하룻강아지 모양이다.

역대 어떤 대통령보다 강력한 힘을 구사하는 윤 대통령이 쓰는 힘의 원천은 검찰권력을 확실하게 틀어쥐고 있어서 일까? 귀걸이든 코걸이든 걸면 걸리게 되어 있으니 저마다 숨소리를 감추느라 눈알 돌아가는 소리가 크게 들릴 지경이다.

요즘 한국의 삼성과 LG가 생산한 가전제품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이유는 그들 제품에는 모든 사람을 위한 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시청각 장애인이나 거동 불편, 또는 지적 장애인을 위한 배려가 제품에 반영되어 있어서 누구나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가격이 조금 비싸도 그들 제품은 잘 팔린다. 그런데 우리 정치는 그런 가전품이 지닌 배려나 편리성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케케묵은 정치제도 아래서 아직도 왕조시대의 편 가르기와 선동수법이 자행되고 있어서 얼마든지 독단 정치가 가능하다.

선거때만 국민이 주인이고 투표가 끝나는 순간부터 당선자가 어른으로 받들어진다. 승자에게 모든 것이 주어지는 승자 독식의 전 근대적 정치행태에 멍들고 신음하는 건 주인인 국민이다. 헌법은 대통령의 독재가 가능하도록 보장하고 있다.

대통령이 대법관을 임명하고 국회를 통과한 법률도 대통령이 거부권 한 방으로 날려버릴 수 있다. 독재가 가능한 헌법이다. 국민의 뜻에 따라 순리로 처리되면 어떤 면에서 장점이 될 수 있지만, 국민의 뜻과 다른 정치가 가능한 헙법이다.

서둘러 헌법부터 고쳐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