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주년 광복절, 그리고 토착왜구(土着倭寇)
78주년 광복절, 그리고 토착왜구(土着倭寇)
  • 신영배
  • 승인 2023.08.16 16: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여름이 조금씩 뒷걸음질하는 듯, 아침저녁으로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숨어 있음을 조금씩 느낀다. 하긴 지난 8일이 입추(立秋)였으니 이미 가을에 들어선 셈이다. 그렇다고 여름이 지나간 것은 아니다. 오늘도 한낮 더위가 섭씨 40도를 기록했다. 마음 또한 여전히 무겁다. 평정심을 찾지 못하고 울화가 치민다. 뭔가 세상이 뒤틀려 있는 듯 답답하다. 어디론가 나쁜 곳에 끌려가는 꿈을 꾸듯, 늘 불안하다. 

필자는 최근 김갑제 남도일보 대기자 및 (사)한말호남의병기념사업회 이사장이 쓴 토착왜구(土着倭寇)에 관한 칼럼을 읽었다. 그 글을 읽으며 섬찟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토착왜구란 일본이 아닌 곳에 살면서 일본의 편에 서서 이득을 취하거나 일본 군국주의를 추종하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인 척 신분을 감추고 살면서 조국 일본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 상당수 있을 수 있다는 합리적 의혹은 절대 허튼소리로 들리지 않았다.

칼럼의 요지는 일제 강점기에 우리나라에 살던 일본인이 265만 명이었다고 한다. 8.15해방 당시 남한에 187만 명, 북한에 78만 명이 살았고, 그들 가운데 해방 후에 일본으로 돌아간 일본인은 최대 131만 명이었다. 그 가운데는 북한에 살던 77만 명이 포함되어 있다니, 남한에 살던 133만 명은 온 데 간 데가 없는 셈이다. 북쪽에 살던 일본인들은 공산주의 체제가 들어서면서 거의 다 일본으로 돌아갔고 남쪽에 거주하던 일본인의 상당수가 한국인으로 변신해 살아왔을 것이라는 합리적 의심이 드는 것이다.

일제 강점기 내내 악질적으로 수탈의 선봉에 섰던 인물들은 이 땅에 남아 버틸 수 없었을 터이지만, 웬만한 자들은 용모에서 차이가 나지 않아 한국인으로 행세하기가 수월했을 것이다. 해방 후에 일본식 발음을 하는 사람들이 일본에서 태어났거나 일본에서 자라다가 귀국한 사람이라고 했다는 이야기를 어른들에게서 들은 적이 있다. 필자 또한 어렸을적, 우리말 발음이 어색한 사람들을 본 기억이 있다.   

다시 생각해보면 그 130여만 명 일본인들이 살던 지역을 떠나 얼굴을 모르는 타지로 옮겨 한국인으로 둔갑했을 소지가 다분하다. 해방 후 혼란한 행정 틈바구니에서 한국 호적을 만들어 끼워 넣는 일쯤은 식은 죽 먹기였을 것이다. 더구나 이승만 정부는 자신의 권력 유지를 위해 능력이 있는 일본인의 신분을 보장해주며 붙잡았다는 기록도 있다. 그들은 모은 재산 일부를 친일 관리들에게 상납하고 완벽한 신분 세탁을 통해 우리땅에서 한국인의 신분으로 떵떵거리며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해방 78년이 흐른 지금, 교활한 그들은 어느덧 대를 물려가며 지역의 유지로, 또는 정치인으로, 사법시험을 거쳐 법조계에 진출하기도 하면서 상류사회의 일원으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을 것이다. 이런 경로를 생각하면 그동안 보수 세력이 정권을 잡을 때마다 일본에 가까워지려 애를 쓰다가 국민 정서에 밀려 실패해왔던 일들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그들은 자신들의 생각을 주변에 끊임없이 전파하며 반일 감정을 누그러뜨리려 했을 것이다.

최근 들어 유달리 일본에 가까워지려 안간힘을 다하는 정부의 갑작스러운 태도에 당혹스럽던 일들이 설마 그런 불손한 세력의 장난은 아니길 비는 마음이 간절하다. 불거진 건국절 논쟁, 드러내놓고 보훈 기관이 주도하는 이승만 치켜세우기 움직임, 백선엽 등 친일 세력의 친일 경력 지우기, 친일 세력 인사에 독립유공자 서훈 검토 등등 차마 부끄러워 입에 담기조차 어려운 일들이 공공연히 자행되고 있다.

이러한 모든 변화가 그들 토착왜구의 획책으로 빚어지는 일은 아닌지 참으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어떻게든 일본에 이롭도록 사안을 유도하고 친일 세력을 늘려서 일본이 이 땅에서 떠나면서 반드시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장담하던 그 일을 이루려 하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된다. 

이런 가운데 일본의 간교한 잔꾀를 전혀 알지 못하는 한국의 젊은이들은 왜 일본을 경계해야 하는지 전혀 짐작조차 하지 못한다. 일본인과 어울려 보면 전혀 문제가 없는데 우리만 피해의식에 젖어서 경계하고 그들을 미워한다며 어른들을 걱정하는 젊은이들도 있을 정도다. 

이는 일본이라는 특수한 사회형태를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생각이다. 일본의 지배계층, 지도층은 여전히 언제든 다시 한반도를 저들이 차지하겠다는 야욕을 수시로 드러낸다. 거기에 일본 국민은 유사시에 일본의 지도층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따르는 생리를 지니고 있다. 그들의 특성은 오랜 역사에서 길들여왔던 대로 움직인다.

우리가 일본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다. 우리 역사에서 신라와 백제가 싸우던 때부터 일본은 한반도를 탐내왔고 ‘왜구(倭寇)’라고 불릴 만큼 우리를 괴롭혀왔다. 임진왜란과 정유재란만 아니라 우리 삼면 해안에 수시로 출몰해 약탈과 살인, 납치를 거듭해온 그들이다. 그들은 선진국으로부터 새로운 문물을 전수하면서도 언제든 배신으로 은혜를 갚아왔던 역사가 이를 증명한다. 세월이 흘러도 전혀 변하지 않은 그들의 생리다.

이 나라를 36년간 강점해 등골을 빼먹고 숱한 인명을 살상하고서도 78년이 지나도록 사과 한 번 하지 않는 태도를 보면 그들은 아직도 한반도를 식민지로 인식하고 있음을 짐작하고 남는다. 일본이 반도체에서 앞서가는 우리를 견제하기 위해 반도체를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재료의 수출을 막아 우리 산업에 타격을 주었던 일이 엊그제다. 일본은 결코 선린(善隣)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될 국가다.

최근 부산을 비롯해 전국 곳곳에 일본어로 간판을 단 일본식 선술집과 드러내놓고 일본의 업소를 흉낸 영업점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 정부의 대일 유화정책에 재빨리 그들이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뭔가 잘못된 흐름이 우리 주변을 파고드는 듯한 기분이다. 광복 78주년을 맞는 오늘, 이런 걱정이 모두 부질없기를 기원할 뿐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