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망한 새만금 잼버리, 누구 탓?
폭망한 새만금 잼버리, 누구 탓?
  • 김규원
  • 승인 2023.08.06 13:5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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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나라 곳곳에서 볼썽사나운 일들이 연신 터지고 있다. 6,000억 경제효과를 기대한다던 새만금 잼버리는 나라 망신을 자초하고 심심하면 터지는 칼부림 사건까지 우리를 불안하게 한다.

나라 정치는 아직도 전 정부의 잘못 찾기에 골몰하는 양상을 이어가면서 내편 만들기에 열심이다. 이대로라면 이 땅에는 범죄자 집단과 그 집단을 핍박하며 법 위에서 법을 갖고 노는 무리만 존재할 것이라는 걱정도 든다.

진짜 범죄자들을 몽땅 풀어주며 죄를 사면하여 내 편으로 만든 검찰 권력은 오늘도 만만한 피의자를 사냥하는 즐거움에 빠져 있는 듯하다. 정권을 잡아 1년하고도 2개월이 지났으니 이제는 국민의 삶을 보살피고 끌어안아 함께 갈 법도 한데 기미조차 없다.

문제가 있으나 없으나 지난 정권을 탓하는 건 습관이 되어 일단 원망부터 시작한다. 이 정부가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진 정부가 아니고 지난 정부 5년, 그리고 박근혜 정권 4년, 또 그 이전 이명박 정부 5년의 바탕을 이어왔다.

이번 새만금 잼버리가 어설픈 준비와 진행으로 망신을 사게 되자 대통령실은 4일 “준비 기간은 문재인 정부 때였다. 전 정부에서 5년 동안 준비한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미 지난해 폭염 관련 문제점을 국회에서 지적했던 일에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건 이 징부다.

1년 전인 지난해 8월 18일 국회여성가족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이원택 의원이 새만금 세계잼버리 공동 조직위원장인 김현숙 여가부 장관에게 질의한 적이 있었다. 이 의원은 현장에 아직 많은 부분이 미비해 있음을 말했다.

이 의원은 “빨리 현장에 가보셨으면 좋겠다. 배수 시설이나 샤워장, 상하수도, 대집회장, 샤워장, 화장실, 급수대 등 시설들이 전체적으로 늦어지고 있다. 잘못하면 준비 상태가 상당히 문제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여가부 국정감사에서도 “폭염이나 폭우 대책, 비산먼지 대책, 해충 방역과 감염 대책, 관광객 편의 시설 대책, 영내외 프로그램 이것 점검하셔야 한다”며 “전 세계에서 다 바라보고 있는 이 대회가 정말 어려운 역경에 처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지적했었다.

이에 김 장관은 “말씀하실 것들은 지금 저희가 태풍, 폭염에 대한 대책도 다 세워 놓아서 의원님께 보고드리도록 하겠다”고 답했다.

이 의원은 또 “두고 보시라. 이 책임은 장관님께 나중에 역사가 물을 것이다”라고 경고했고, 김 장관은 “차질 없이 준비하도록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는 파이낸셜 뉴스의 기사다.

그러고 보면 이번 사태는 이미 이원택 의원이 우려했던 일들이 그대로 문제점으로 들어난 셈이다. 지난 정부 탓을 할 수 없는 정황인데도 정치적으로 몰아붙이는 ‘남탓’이 행사가 끝난 후에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하다.

전라북도는 6년 전 잼버리 유치 소식에 환호하며 잼버리가 전북발전과 새만금을 세계에 알리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믿었다. 그러나 잼버리 준비와 진행은 전북의 몫이 아니라 대회 조직위가 도맡아 처리했고 예산 집행도 여가부와 대회조직위가 주도했다.

실제로 잼버리 행사에 필요한 대부분 사업은 여가부와 조직위가 계획을 수립했고 예산도 집행했다. 잼버리 참가자들과 관련된 각종 행사, 먹거리, 화장실, 샤워장 등은 모두 조직위 책임 아래 사업이 짜였고 예산이 집행됐다.

대회 조직위 공동위원장은 이상민 행안부 장관과 박보균 문체부 장관, 김현숙 여가부 장관, 김윤덕 국회의원(민주당), 안규백 한국스카우트연맹 총재(민주당 국회의원) 등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사업을 집행하고 주관한 건 여가부와 여가부 출신 인사들이라고 한다. 현재 잼버리 조직위원회 사무처장도 여가부 고위 공무원 출신이라고 한다.

43,000명을 한자리에 몰아넣고 야영하는 계획부터 무리였다. 야영지 배수 문제도 일찍부터 불거져 문제로 지적되었지만, 배수처리조차 제대로 되지 않아 국제적 망신을 샀다. 그렇게 허술한 준비를 하면서 1,000억 원이라는 예산을 어디에 썼는지 규명할 일이다.

영국과 미국 등 몇나라 대원들이 현장을 떠나고 부실 행사로 지적되자 여당 정치권은 슬그머니 전북도에 책임을 미루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잘되면 내 공로, 잘못되면 남의 탓’으로 몰아가려는 그들의 행태에 전북도 공무원들은 분토을 터뜨리고 있다고 한다.

전북도 공무원들은 잼버리 시작 전부터 배수 문제로 골머리를 앓다가 대원들의 입영이 시작되면서 온갖 뒤처리에 악몽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일부 국가가 현장을 떠나면서 매일 전북도 공무원들이 화장실을 치우는 등 뒤치다꺼리에 동원되고 있다.

전북도는 남은 기간 최선을 다하기 위해 지역별로 분산하여 관광과 풍속과 문화 체험 등을 계획하고 실추된 전북의 이미지를 살리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어설픈 정부에 기대기보다 스스로 좋은 계획을 마련하겠다는 생각이다.

좋은 구상이다. 사실은 처음부터 그런 계획으로 잼버리를 운영했더라면 행사장에 참여하는 인원이 적어서 일시적인 혼란에 그쳤을 것이다. 원래 스카우트 잼버리는 그런 형식으로 치러지는 게 관례였다는 원로 스카우트 대원의 의견도 있었다.

떠벌리기 좋아하는 정부 고위 공직자들이 단순한 생각으로 거대한 행사를 치러 공을 세우고 싶어서 이런 엉뚱한 기획을 하지 않았을까 싶다. 이제 남은 기간을 최대한 알찬 내용으로 마무리하여 멋진 추억을 안겨 대원들을 보내야 한다.

그러고 나서 이 행사를 주도한 여가부와 조직위의 잘잘못을 차분하게 따질 일이다. 뭐 하나 제대로 하는 일이 없는 정부다. 차후에 국회가 열리면 제대로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책임소재를 정확하게 가려야 할 것이다. 전북은 너무 큰 손해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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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진영 2023-08-07 13:09:52
3천억 예산을 어떻게 썼는지도 들여봐야 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