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생의 정치, 절실하다'
'상생의 정치, 절실하다'
  • 신영배
  • 승인 2023.07.12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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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7월 중순으로 접어들면서 기온이 점점 더 오른다. 장마는 그칠 생각이 없는 듯, 오다 말기를 거듭한다. 국내 정치 또한 지루한 장마처럼 끈적거린다. 한마디로 ‘어리둥절 정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여전히 지난 정부의 유령을 찾아내느라 여념이 없다. 모든 사안이 다수 국민의 뜻보다는 오로지 대통령실의 생각대로 모든 일이 결정되고 시행되는 듯하다.

중요한 문제가 발표되면 여당 의원들조차 그 내용을 몰라 뒤늦게 확인하느라 허둥대는 모습이 이젠 낯설지 않을 정도다. 이제는 국민의 뜻을 수렴하고 국민 통합을 생각할 때가 되었지 싶은데 아직도 이 나라는 대통령의 의중을 살피는 정치로만 치닫고 있는 듯 보인다.

언제까지 ‘따로국밥 정치’를 계속할지 알 수 없지만, 오늘 우리가 처한 형편과 동떨어진 느낌을 지우지 못한다. 최근에 뉴스 머리기사를 장식한 몇 가지 사안에서도 여전히 같은 맥락을 감지할 수 있다.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도 가장 큰 피해가 우려되고 있는 우리 정부만 반대하지 않고 있다. 반면 남태평양 여러 나라와 중국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 모든 나라가 극렬하게 반대를 외치고 있다. 가장 걱정해야 할 우리 정부가 외려 일본 정치권을 대변하고 있는 듯 보이는 건 결코 기자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다. 

‘일본이 방류하는 오염수가 기준에 부합하고 한국 해역에 유의미한 영향은 없다’라고 한국 정부가 11일 IAEA 평가에 동조했다. 그것도 무엇을 잘못했는지는 몰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인다고 했다. 안전하고 먹을 수 있을 만큼 해가 없다고 설명하는 IAEA 사무총장의 코미디언 같은 표정은 마치 우리를 조롱하러 온 듯했다. 그렇게 깨끗하다면 공업용수로 쓰든지 할 일이지 왜 돈을 들여 바다에 버리냐고 어린아이들도 묻고 있을 정도다.

이와 관련한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9일 노컷뉴스가 의뢰해 알앤서치가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IAEA의 발표를 신뢰하느냐는 물음에 대해 응답자 39.4%만 신뢰하는 편이라고 답했고 56.3%가 신뢰하지 않는다고 응답했다. 응답자의 성향 분포를 보면 보수성향 26.1%, 중도 44.7%, 진보 20%, 모름 9.2%였다. 보수와 중도성향 응답자가 70.8%인 걸 보면 국민 대다수가 IAEA의 발표를 믿지 않는다는 게 분명하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가 일본 편을 드는 이유를 도대체 모르겠다. 

이처럼 국민의 반대가 큰 이번 사안에 대해 우리 정부가 왜 일본 편을 들어야 하는지 명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 국민이 이해할 수 있는 이유가 없다면 국민의 뜻을 거스르는 정부다. 민주주의는 선거를 통해 국민의 뜻에 따를 일꾼을 뽑는 일이다. 선거에서 선출된 일꾼은 당연히 국민의 뜻을 물어 그에 따라 일해야 한다. 국민의 뜻에 따르지 않는 정책은 곧 국민 배신행위이자 국정농단이다.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간다’라던 약속은 어디로 가고 ‘내 맘대로’ 마이웨이를 외치고 마구 달리는지, 답답하기 그지없다. 대통령뿐만 아니라 국무위원들도 내 멋대로다.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 개설 노선을 갑자기 변경해 시행하려다가 야당이 문제 삼자 계획 자체를 없던 일로 하겠다고 되치고 나온 원희룡 국토부 장관 역시 오만방자하기 그지없다. 

서울–양평 간 고속도로는 지난 2008년부터 추진해 온 일이다. 주말이면 두물머리에 나들이 나온 인파로 엄청난 교통체증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정부와 경기도, 양평군은 고육책으로 고속도로를 개설키로 하고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마쳤다.  

하지만 국토부가 반드시 거쳐야 할 절차와 설명도 없이 임의로 고속도로 노선을 바꿔 시행하려다 속내가 들통나자 아예 국책사업을 취소하겠다고 되치고 나왔다. 마치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꼴이다. 그것도 모잘라 원희룡 장관과 국민의힘은 사업 백지화의 원인을 민주당 탓으로 돌렸다. 적반하장도 유분수다.

더욱이 원희룡 장관은 노선 변경에 대한 이유를 추궁하자 변경 노선의 종점 인근에 김건희 여사 일가의 땅이 있다는 것을 전혀 몰랐다고 발뺌했다. 그는 그러한 사실을 사전에 알았다면 자신의 정치생명과 장관직을 걸겠다고 큰 소리를 쳤다. 하지만 원 장관의 얄팍한 셈법은 곧바로 들통이 났다. 지난해 국정감사 때, 민주당 한준호 의원이 양평군 강상면 병산리 일대의 김건희 여사의 땅 지목변경 사실을 추궁하고, 원 장관이 답변하는 모습의 동영상이 증거로 남아 있었다. 

그렇다면 그는 당장 사직해야 옳다. 정부가 주민들의 교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추진해 온 국책사업을 전면 백지화한다고 선언하는 국토부 장관의 태도에 국민은 할 말을 잊는다. 마치 자신의 속내가 들키자 생떼를 쓰며 앙탈하는 철부지 아이를 보는 듯했다. 더욱이 국책사업 취소는 장관의 전결 사항이 아니다. 

이 정부 인물들은 도대체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일이 거의 없다. 국민 앞에 머리를 숙이는 일은 선거 때에만 연극처럼 보여주는 코미디 쇼다. 국민을 나라의 주인으로 안다면 절대 이런 일이 있을 수 없다. 국민을 만만하게 보는 게 아니라면 이처럼 군림하듯 제멋대로 하면 안 된다. 가까스로 13만 표로 승패가 갈린 정권이 할 수 없는 태도이다. 한풀이하듯 전 정권을 흠집 내는 일이 아직도 진행형이고 편 가르기가 계속되고 있다.

힘 있는 쪽에 붙어야 산다는 오랜 독재 시대의 유물들을 일깨워 강력한 공권력으로 으스대는 정치는 이제 그만하자. 약속대로 국민만 보고 가는 정치로 돌아서야 한다. 고물가에 수출은 늘지 않아 힘들어하는 국민이다. 나라의 주력이던 반도체 산업이 급전직하, 삼성전자도 적자를 거듭한다는 소식이다. 세계 경제가 숨 고르기에 들어섰다는 전문가의 분석이다. 무역수지도 적자를 거듭하고 따라서 달러 수지도 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지금 국민이 조용한 것은 살아가기가 팍팍해서 다른 곳을 돌아볼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점점 힘들어하는 국민의 곁을 부축해 일어서는 데 주력할 때다. 권력놀음에 취해 국민의 삶을 짓밟는 짓은 이제 그만하자. 그동안 이뤄놓은 경제 수준을 이어가기 위해 대한민국 모두가 성장할 수 있는 '상생의 정치'가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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