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달리기에서 만나는 상념들
새벽 달리기에서 만나는 상념들
  • 김규원
  • 승인 2023.06.29 14:4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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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숙/수필가
김영숙/수필가

 운동을 시작했다. 운동한다고 해서 그리 대단한 건 아니고 꼭두새벽부터 비몽사몽간에 뜀박질하는, 즉 조깅을 하는 일이다.

뭣이 그리 바쁜 것인지 퇴근 후에는 난타, 풍물, 시 낭송, 고고 장구까지 연예인도 아닌데 빡빡하게 동아리 활동을 하다 보니 도대체 따로 운동할 짬을 낼 수 없었다.

운동을 시작한 이유가 이것만은 아니다. 친정엄마가 육십 줄에 들어서면서 고혈압과 당뇨병으로 고생하셨는데 그런 엄마를 오 남매 중 내가 가장 많이 닮았다. 그 체질을 물려받지 않으려면 꾸준한 운동으로 건강을 지킬 수밖에 없다. 또한, 열심히 해서 건강도 지키고 다이어트도 좀 해볼 목적도 숨어있다. 물론 이 작심이 언제까지 유효할지 아직 장담할 수는 없다

밤새도록 마을을 덮어두었던 어둠이란 이불을 걷어내기 시작하는 아침에는 꽤 많은 지역민이 사선대 공원까지 또는 방수리 다리까지 달리고, 걷고, 경보까지 다양한 행태로 건강을 지키려는 발걸음이 분주하다.

뛰며 걸으며 보는 눈길마다 초록 물결이 넘실거린다. 말끔하게 목욕하고 나온 강가의 온갖 싱그러운 것들이 부스스한 내 가슴을 상큼하게 정화한다. 성미산 뒤에서 막 떠오른 금빛 햇살이 잔잔한 오원천 물을 만나 수면에서 통통 튀며 윤슬을 만들고 햇살의 가벼운 춤사위에 동화되어 강물은 끝없이 몸을 뒤척이며 넘실넘실 춤을 춘다.

부지런한 물새들도 분주하게 물 위를 날아다니자, 물결은 좌우로 갈라서며 길을 터준다. 부대끼고 뒤채며 살아가는 우리의 삶은 물결을 닮았다. 물새처럼 부지런히 아침형 인간으로 살다 보면 그 삶이 물결처럼 반짝반짝 빛을 내겠다는 다부진 소망을 안고 걷고 뛴다.

지나는 사람들을 지켜주는 경비처럼 무뚝뚝하게 서 있는 가로수의 빽빽한 이파리 사이의 좁은 틈을 비집고 나온 설익은 햇살이 군데군데 물결을 이루고 바람 따라 일렁이며 오가는 이들의 발등 위로 지나간다. 햇살의 빛 무늬 속에서 잎사귀들의 푸름은 마치 방금 샤워를 하고 나온 아이만큼이나 풋풋하다. 이슬을 듬뿍 머금은 풀잎과 꽃, 벌레들을 보며 뛰다 걷다 반복하다 보니 잠에서 덜 깬 눈처럼 부스스했던 마음이 저절로 상쾌해진다.

나뭇가지 사이의 둥지에서는 새들이 마치 자녀에게 밥 한 수저라도 더 먹이려고 온갖 입바른 소리 했던 나처럼 어지간히 쫑알거리고, 밤새 접고 있던 날개를 펼치는 푸덕거림은 내가 하루를 시작하며 계획하는 다짐처럼 더없이 힘차다. 텃밭의 남새도 담장의 호박 넝쿨도 덤으로 풍만하다.

햇살을 온몸으로 마시는 싱그러운 아침 공기는 열 제의 보약보다 낫다고 한다. 또한, 조깅은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다. 이렇듯 건강과 기분을 한 번에 챙길 수 있는 인기 좋은 운동이 조깅 아닐까? 이에 더해 요즘은 플로킹이 유행 조짐을 보인다. 플로깅이란 조깅하면서 쓰레기를 줍는 활동을 말한다. '이삭을 줍는다'는 뜻의 스웨덴어('plocka upp)' 조깅(jogging)'의 합성인데 요즘 세계적으로 확산하는 환경운동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선한 영향력으로 팬들을 열광시키는 임영웅이라는 가수가 SNS에 조깅 중에한 손에는 쓰레기를 가득이라는 설명과 함께 한 장의 사진을 공개했는데 역시 히어로답다며 누리꾼들은 칭찬을 아끼지 않았고 그의 팬들은 친환경 활동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 탄소 배출량 저감 활동에 동참하고 일상에서 환경보호 실천을 독려하고자조깅은 영웅처럼이라며 플로깅을 시작하기도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앞세우고 뛰다 보니 불현듯 우리 지역 사람이라고 저런 활동을 못 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앞선다. 언제 기회 되면 아침 운동을 위해 나온 사람들을 설득해 단순한 봉사활동에 그치지 않고 기후 변화 위기의 심각성과 탄소 저감, 건강증진 효과를 얻으니 일거양득 아니겠냐며 플로깅 모임 결성을 권유해봐야겠다는 나의 오지랖이 발동한다. 물론 내가 시작한 아침 운동이 작심삼일이 아닐 때 비로소 유효한 일일 테지만.

이렇듯 아름다운 것들의 향연을 챙길 수 있는 지금의 내가 참 좋다. 어렸을 때 등굣길에 운동화를 흠뻑 적시던 아침이슬이 한없이 싫기만 했는데, 햇살에 사그라지는 이슬을 보며 이슬처럼 사그라진 추억 속의 날들을 회상하는 아침추억은 바짓가랑이로 스며들던 이슬처럼 상쾌한 아침 공기가 가슴 속으로 스며든다. 등 뒤로 따라붙은 햇살이 포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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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시대 2023-06-30 09:06:39
임영웅의 선한 영향력은 어디까지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