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산물은 식량안보의 핵심이다
수산물은 식량안보의 핵심이다
  • 신영배
  • 승인 2023.06.14 0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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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살다 보니 이런 날도 있다. 국내산 천일염 포대 값이 치솟아 한 포대(20㎏)에 30,200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도 마트에서 구입할 수 없다. 또 온라인 쇼핑몰 11번가는 지난 6일부터 12일까지 엿새간 국내산 천일염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14배가 늘었다.

국내 천일염 최대 산지인 전남 신안 비금 농협관계자는 “주문이 2개월치가 밀려 있다. 하루에 주문이 2000개 가까이 들어오니 택배회사가 감당을 못하는 상황”이고 신한군수협에서는 밀려드는 주문을 소화하기 위해 아르바이트까지 고용했다고 한다.

김장철에 반짝 수요가 밀리는 소금이 하필이면 장마철을 앞두고 갑자기 특수를 맞고 있을까? 생각해보니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영향이거니 싶다. 오염수를 방류해 바닷물이 오염되면 소금에도 방사능 성분이 영향을 줄것은 자명한 일이다. 그래서 미리 소금을 사재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일염과 젓갈로 유명한 전북 부안 곰소항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가격 고하하고 없어서 못판다는 것이다. 필자의 지인은 수일전부터 곰소 소금을 구하기 위해 백방으로 수소문했으나 겨우 10포를 확보했다고 푸념했다.   

천일염을 판매하는 인터넷 포털에서는 주문량이 폭주해 배송이 늦어지고 있다는 안내가 보이고 소금을 구매한 한 소비자는 “오염수 방류에 대비해 구매했다. 오래 먹으려고 샀지만 슬프다.”라는 상품평을 보이기도 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가 국내는 물론 중국과 홍콩, 대만 등 일본과 인접한 국가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방사능에 오염된 물을 희석해 바다에 버리는 일은 정치적인 문제를 떠나 인류의 건강과 직결한 문제다. 더구나 일본과 인접한 우리나라는 일본 본토보다 더 심한 영향을 받을 수 있다.

바닷물은 해류를 따라 뭉치듯 흐른다. 바다에 풀면 대야에 잉크를 떨어뜨릴 때처럼 번져나가 흐르는 게 아니다. 연안에서는 근처를 맴돌지만, 해류에 흘려보내면 그 흐름을 따라간다. 일본은 오염수를 후쿠시마 연안에 버리지 않는다.

터널을 만들어 내보내는 이유는 바로 해류에 흘려보내서 자국 연안에 영향을 줄이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일본의 의도는 훨씬 더 나쁘다. 오염수를 먼바다에 방류해 해류를 타고 일본에서 먼 곳으로 보내는 의도가 읽히는 대목이다.

후쿠시마 어민들조차 반대하는 오염수 방류는 모든 국가가 나서서 만류하고 성토해야 할 일이다. 더구나 우리는 가장 가깝고 해류를 따라 우리 바다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부는 영향이 없다고 방류에 찬성하는 모습을 연출하고 주변 인물들은 서로 오염수를 먹겠다고 한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저마다 오염수를 마시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국무총리마저 오염수를 마시겠다고 했다. 그동안 언론에 나온 후쿠시마 오염수 마실 사람들을 합하면 제법 많은 숫자가 된다. 희망자가 많은데 오염수가 없어서 못 마시는 판이다.

내년 총선 때까지 충성스럽게 오염수를 마시겠다는 사람이 상당수 나올 듯하다. 그렇다면 이참에 후쿠시마에 가서 오염수를 퍼다가 국무총리 이하 각료들과 국민의힘 의원과 지방에서도 마시겠다던 사람에게 팔면 제법 돈이 되지 않을까 싶다.  

북청 물장수가 아니라 ‘후쿠시마 오염수 장사’로 떼돈을 벌어볼 꿈은 생각만 해도 짜릿하다. 아마 오염수를 팔면 저마다 큰 통으로 사서 마시겠다고 날개 돋치듯 팔릴것 같다. 아마도 어르신(?) 눈에 들려면 많이 마셔야 할 것이므로.

물론 절대 집에 가서 마시지는 않을 것이고 살그머니 오염수를 버리고 깨끗한 물을 담아 마시는 인증샷도 SNS에 올릴 것이다. 가끔은 눈을 질끈 감고 오염수를 현장에서 마시는 돈키호테도 나올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일단 공천은 받아야 할 것이니까.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도 마음은 천근 추에 눌리듯 답답하고 아프다. 어쩌다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는지. 바다에서 고기를 잡으며 살아 온 수많은 어민과 수산물 판매 가공업자, 횟집 등 수산업 종사자들은 지금 전전긍긍,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다.

방류가 시작되면 수산물 소비가 격감할 것은 자명하고 팔리지 않은 생선과 해산물은 어찌할 것인가? 어민들은 방사능 물질 검사원을 두어 매일 오염 여부를 일기예보 처럼 인터넷에 올리라고 하지만, 그래봐도 수산물 소비가 늘지는 않을 것이다.

정부가 해 온 일이 믿을 만했다면 이런 사태에 이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즉흥적이고 엉뚱하기만 했던 지난 1년을 돌아볼 때 삼척동자도 이 정부를 신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이는 그들과 잇속이 닿는 한통속 사람들조차도 겉으로만 그들에 공감하는 척한다고 했다.

이대로 방류가 진행되면 국내 산업의 한 축이 무너진다. 어업과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김, 미역, 각종 어류 양식업종, 수산업과 관련한 제조업과 유통업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대참사가 뻔히 보이는데, 일본의 이익만을 위한 정부는 역사 이래 없었다. 구한말 친일세력들도 이 시대에 생존하고 있다면 아마 원전 오염수방류는 반대했을 것이다. 

한국 사람들이 가장 염려하는 일은 건강이다. 몸에 좋다면 뱀도 삶아 먹기를 마다하지 않고, 개고기는 물론 한때 불개미 조차 볶아먹던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이 핵발전소 사고로 터진  오염수가 방류된 바다에서 난 수산물을 먹겠는가?

정부는 이 사태를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으로 보는지 몰라도 필자의 생각으로는 ‘천만의 말씀’이다. 방사능 수치가 0.0001% 수준이라고 해도 3중수소나 세슘의 영향이 있다면 수산물은 거들떠보지 않을 것이다. 

방류하는 순간 엄청난 파장과 함께 심각한 사태가 발생할 것은 자명하다. 해결책은 원전 오염수를 육상에 가두어 두도록 하는 길밖에 없다. 방류할 경우 어민들과 수산 관련 업종을 구할 방안은 없다. 재고해야 한다. 막아야 한다. 수산물은 대한민국 식량안보의 핵심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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