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팝나무 아래서
이팝나무 아래서
  • 전주일보
  • 승인 2023.06.11 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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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배고팠던 시절에도 이팝꽃은 눈치도 없이 피더니 삼겹살에 소주로 배를 채운 이 봄에도 이팝꽃은 송아리 송아리 피어 오가는 사람들의 눈길을 붙잡는다 뒤꼍 아름드리 이팝나무가 고봉밥을 푸면 어머니는 솥뚜껑을 열고 깜밥 긁는 소리를 냈다 

얼굴이 누렇게 뜬 누이는 실실 웃고
막내는 배가 고프다고 칭얼거리던 늦봄이었다
뛰지 말고 책상에 앉아 공부나 하라고
공부를 잘해야 배를 곯지 않는다고 
어머니는 슬픔처럼 말했다

이팝나무가 이팝꽃을 됫박으로 퍼 주면 부뚜막 앞에 주저앉아 눈물을 훔치던 어머니가 왜 그렇게 불쌍했던지 알 수 없는 그런 봄이었다

 

#꽃이 밥알(이밥)을 닮았다고 하여 이팝나무라고 부른다. 이팝나무라고 부르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는 입하立夏 무렵에 꽃이 피므로 입하가 이팝으로 변음하였다는 것이고, 둘째는 이 꽃이 만발하면 벼농사가 잘 되어 쌀밥을 먹게 되는 데서 이팝 즉 쌀밥이라 불리게 되었다는 것이며, 셋째는 꽃이 필 때는 나무가 흰 꽃으로 덮여서 쌀밥을 연상시키므로 이팝나무가 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이李씨의 밥’이란 의미로 조선 시대에 벼슬을 해야 비로소 이씨인 임금이 내리는 흰쌀밥을 먹을 수 있다 하여 쌀밥을 ‘이밥’이라 했다. 이팝나무는 이팝나무에서 유래된 이름으로 생각된다. 뿐만 아니라 꽃의 여러 가지 특징이 이밥, 즉 쌀밥과 관련이 있다. 그런가 하면 이팝나무는 꽃이 많이 피면 풍년, 그렇지 않으면 흉년이 든다고 하여 예부터 신목으로 여겼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나무 중에서는 이팝나무가 가장 많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크고 꽃이 아름답기로 유명한 이팝나무는 경남 김해시 주촌면 천곡리 신천리에 있는 천연기념물 307호다. 그 외에도 각처에 천연기념물로 지정받은 이팝나무들이 있다. 다 자라면 높이가 20m에 달한다. 꽃은 5~6월에 흰색으로 피고 열매는 10월에 보라색으로 열린다. 공해에 강하여 가로수로도 심고, 정원이나 학교에도 심는다. 습한 곳에서도 잘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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