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주을 재선거 무공천을 환영하며
민주당 전주을 재선거 무공천을 환영하며
  • 신영배
  • 승인 2022.12.14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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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인/대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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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이 내년 4전주을선거구 재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기로 했다. 예견했던 결정이지만, 선거에 목매는 이들의 간절한 공천 희망을 덮고 무공천을 결정하기까지 적잖은 갈등이 있었을 것이다.

여러 반발과 갈등을 무릅쓰고 이러한 결정을 해야 할 만큼 민주당의 형편은 녹록치 않다는 반증일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 아픈 살을 도려내는 마음으로 다잡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박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민주당은 이번 재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고 책임 정당의 모습을 보이는 게 당연했다. 좀 더 일찍이 이런 결정을 했더라면 지난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참담한 성적표를 받지 않았을 것이다. 만시지탄(晩時之歎)이지만, 이 일로 민주당의 운신 폭이 조금이나마 편해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국민 앞에 무책임한 정당이 아니라는 인식을 주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이번 결정을 두고 그동안 권토중래(捲土重來)했던 입지자들의 입장은 당혹스럽겠지만 현 민주당의 형편을 이해하는 당원이라면 중앙당 결정에 두말없이 승복해야 옳다.

그동안 공들인 게 아까워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하려는 인물도 있겠지만, 공연히 정치 이력만 나빠질 뿐, 바라는 성과를 거두지는 못할 것이라고 판단된다. 

#과이불개(過而不改)에서

지난 11일 전국 교수회의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과이불개를 선정했다. 그 이유는 정치권이 잘못을 저지르고도 전혀 반성하거나 사과하지 않는 상황을 지적한 것이다. 정부 여당만 아니라 야당인 민주당도 자기합리화로 얼버무리는 태도에 국민은 실망했다.

정당도 자칫 잘못 판단하면 오류에 빠져 잘못을 저지르기 일쑤다. 그럴 때 솔직히 잘못을 인정하고 재발하지 않을 약속과 적절한 사과를 하는 태도가 신뢰를 얻는 방법이다. 뭔가를 보호하고 내세우기 위해 감추고 얼버무리는 태도는 이젠 버려야 한다.

민주당은 지난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선거에서 잘못을 사과하지 않고 후보를 냈다. 결국 어물어물 넘어가 보려고 뭉그적거린 잘못이 오늘의 사태에 이르렀다. 결코 지도자는 자신만 깨끗하다면 아무런 잘못이 없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거느린 모든 사람의 잘못에는 지도자의 책임이 반드시 들어있기 마련이다.

엄격했더라면 감히 잘못을 저지를 생각을 하지 않았을 터이다. 휘하에 사람을 불러들여 쓴 지휘자는 당연히 아랫사람의 잘못에도 책임이 있고 그 잘못에 대해서 사과하고 용서를 비는 건 당연하다. 법에 정한 내용이 아니면 책임질 일이 없다는 생각이 혼란을 부른다.

정부와 여당, 야당 국회의원까지 모두 오늘의 경제 삼중고와 이태원 참사 등에 크고 작은 책임을 느껴야 한다. 정치는 군림하고 누리는 게 아니다. 보살피고 도와서 국민을 편안하고 행복하게 하는 데에 근본을 두어야 한다.

지난날의 정치는 목민(牧民)’을 최고 덕목으로 삼았지만, 오늘의 정치는 위민(爲民)’이다. 어리석은 백성을 가르치고 이끄는 정치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내 몸을 바치는 충직한 머슴이어야 한다잘못했을 때는 솔직하게 인정하고 국민 앞에 머리 숙여 용서를 구하는 일이 바른 정치다.

지도자의 권위는 스스로 챙기는 게 아니다. 국민이 따르고 지지하는 데서 자연스럽게 빚어나오는 존경과 사랑이다. 정부와 국회, 지방정부와 지방의회, ··축협장 등 모든 선출직 공직자가 경계해야 할 일이다.

#패거리 정치에서 벗어나야!

오늘의 정치가 삼류 정치로 전락한 데는 소위 계파정치라고 부르는 패거리 정치가 한몫했다. 현실을 살펴보면 유능한 정치 지망생들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없다. 그동안 정당들은 상향식 공천이라는 이름으로 정치신인들의 입성을 사실상 차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4월 전북자원봉사센터를 비롯해 도 출연기관, 봉사단체, 체육회 간부, 공무직 노조, 청원경찰 등은 송하진 전 전북지사의 3선을 위해 불법으로 권리당원을 모집하는 등 선거에 개입한 혐의로 적발돼 최근 재판에 넘겨졌다.

여기에 전·현직 공무원과 전 비서실장, 송 전 지사의 부인 또한 조직적으로 권리당원을 모집한 혐의로 기소됐다. 모두가 당내 경선에서 50%를 차지하는 권리당원들의 투표를 의식해서다. 이번 검찰수사에서 밝혀지지 않았지만, 전북도와 연계된 용역 및 물품납품 업체(관급)들 또한 송 전 지사의 3선을 위해 권리당원 모집에 열을 올렸다는 말도 있다. 선거 때 후보자에게 잘 보여야 훗날 업체의 존폐가 결정되기 때문이라는 것이 관계자의 증언이다. 

아무튼 이러한 선거전통(?)이 악순환을 거듭하면서 끼리끼리 해 먹는정치풍토가 반복됐다. 민주당의 경선 승리가 곧 당선이라는 공식 때문에 후보자와 그 측근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권리당원 모집과 함께 여론조사에만 총력을 기울였던 것이다.

결국 정치에 염증을 느낀 다수의 시민이 정치를 외면했다. 그 결과 시민 수준에 비해 형편없이 저급한 인물들이 정치를 엉망으로 만들었다특히 전북은 그러한 현상이 두드러져 팔다리가 제대로 움직이지 않는 정치가 이어졌다.

코빼기도 못 본 놈이 정치 무대에 설 수 없음은 당연했다. 낯이 익어야 패거리에 들어갈 수 있고 그 패거리에게서 해가 묵어야 전면에 나설 수 있었다아니면 상당 기간 돈을 들이면서 안면을 트고 돈의 힘으로 세력을 만들어 정치판에 끼어드는 방법이 효과를 발휘하기도 했다.

최근에 그런 방법으로 꾸준히 안면을 트고 지지 세력을 만들어 지방 정가에 데뷔하는 방법이 점점 늘고 있는 추세다. 이런 상황에서 지방정치가 제대로 자랄 수 없음은 당연하다. 정당 공천 또한 엄격하고 공정한 심사 규칙을 세워 냉정하게 판단하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유권자의 의식개혁과 함께 정당의 뿌리부터 달라져야 중앙정치와 나라가 바로설 수 있다. 민주당이 국회의원 전주을 재선거에 공천을 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이상의 패거리 지역정치를 차단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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