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고 답답한 나라(2)
뜨겁고 답답한 나라(2)
  • 김규원
  • 승인 2022.08.07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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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정말이지 뜨겁고 답답해 숨이 막힐 지경이다. 낮 체감기온이 36~7도를 넘나들어 어디 시원한 곳을 찾아갈까 생각해도 볕이 너무 뜨거워 나서기가 겁난다. 견디다 못해 에어컨을 조금씩 돌리지만, 전기료가 올랐다는데 얼마나 내야 할지 몰라 이내 끄고 선풍기로 견딘다.

글 제목을 뜨겁고 답답한 나라(2)’라고 한 건 2016813일 본지 14면 필자의 칼럼 제목이 뜨겁고 답답한 나라였기 때문이다. 당시 기온이 34~6도를 넘나들고 나라 정치는 이정현 대표와 짝짜꿍에 세월 가는 줄 모르던 박근혜 전 대통령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당시에는 전기료 폭탄을 걱정하는 사람들을 위해 혹서기 전기료 일부 감면제도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 감면 비율이 미미해서 피부에 닿지 않는다는 내용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감면은커녕 요금이 올랐으니 누진 요금에 인상분까지 합하면 감당 못 할 수준이 될까 걱정이다.

왜 하필이면 20168월의 칼럼을 찾아보았는지 묻는다면 6년 전 그 시기부터 국정 농단의 기미가 슬슬 세상에 드러나기 시작하던 때이고 지금처럼 덥고 답답했기 때문이다. 그때의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은 30%대는 유지하고 있었다.

어쩐지 요즈음의 나라 분위기가 그 시기와 비슷한 느낌이어서 찾아보았다. 그래도 그 당시에는 집권 4년에야 문제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는데 이번 정부는 석 달(90)을 채우지 못하고 국정 지지율이 20% 초반으로 떨어졌다. 거기에 온갖 구설수가 겹쳤다.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던 장관

지난 75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 도어스태핑에서 박순애 장관에 대해 묻자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에 이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라며 다른 정권 때하고 한 번 비교를 해보세요. 사람의 자질이나 이런 것들을이라고 말한 뒤 자리를 떴다.

거기에 한술 더 떠서 윤 대통령은 청문도 거치지 않고 박 장관을 임명하면서 언론에 시달리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라고 위로했다는 후문이 나왔다. 그렇게 훌륭한 인물이 음주운전 전력에 연구실 갑질과 논문 게재 금지 조치 등 참담한 사실이 드러났다.

지난 2MBC는 박 장관이 서울대 재직시절 논문 이중 게재 등 문제로 한국행정학회로부터 두 번이나 투고금지 처분을 받은 사실을 공개했다.

“[1] 20118월 한국행정학회로부터 '자기 논문 표절'로 논문 게재 취소와 2년의 투고 금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1999년 제출한 <The Structure of Public Support in Regional Transportation Policy>란 논문을 미국교통학회에 중복 게재한 사실이 12년 만에 밝혀졌기 때문입니다.”

“[2] 20123월 한국정치학회에서도 '중복 게재'로 논문 게재 취소와 3년의 투고 금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미국 대학 학위 논문을 행정학회와 정치학회에 각각 중복 게재한 사실이 역시 10여년 만에 드러났기 때문입니다.”라는 내용이다.

해당 기사는 MBC는 박 장관이 거짓말을 거듭하고 있음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여실히 드러냈다. 아울러 쌍둥이 아들 교육과 관련한 거짓말도 폭로했다. 아들의 생활기록부 수정 문제 등 교육자가 해서는 안 될 일이 자행되었음을 드러낸 것이다.

이런 사람을 두고 훌륭한 사람이라니 윤 대통령의 인물 판단 기준이 어떤 정도인지 알만하다. 부인의 논문 표절 의혹을 국민대에서 눈감아 주자 교수들이 불같이 들고 일어나 규명을 요구하고 나선 일과 겹쳐 온통 문제 인물들이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이런 가운데서도 박 장관은 물러날 기미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율이 24%까지 내려가는 이유 가운데 가장 큰 문제가 인사라는 응답이 몇 번이고 분석되어도 이에 대한 반응이 없다. 대통령실 인사에 사적 채용이 잇따라 드러나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니 지지율이 점점 더 떨어진다.

 

국민을 물로 보는 건 아닐까?

선거에서 0.74% 우세를 차지하여 가까스로 대통령 자리에 올랐으면 조심하고 국민의 지지를 얻기위해 마음을 써야 할 터이다. 더구나 국정 지지율이 24%까지 떨어져 이러다가 20% 아래로 떨어질 가능성도 보인다. 그런데도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지 여유 만만이다. 나라가 법으로만 유지되는 건 아니다.

취임 90일 동안 전 정권에 대한 비난과 검찰과 경찰 장악, 부자 감세 정책 이외에 눈에 뜨이는 정책이나 변화가 보이지 않는다. 고물가 · 고금리 · 고환율의 3고 시대를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국민과 공감하고 안심하게 하는 일 따위에 관심을 두는지조차 알 수 없다.

여론이 바닥을 치고 국민이 더위와 불안에 안절부절인데 대통령은 서울에서 휴가를 시작하면서 각 부처에 휴가를 가도록 종용했다. 나라가 위기를 벗어나 안정하고 편안해진 상황에서 휴가도 생각하는 게 바른 생각일 것이다.

그리고 휴가 동안 연극을 보고 배우들과 사진 찍으며 즐겁게 노는 장면을 내보냈다. 그 장면을 보면 정말 아무런 걱정이 없었다. 그가 3고에 시달리는 국민을 걱정하는 대통령의 모습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정말 국민을 물로 보는 건지 모르겠다.

요즘 신문과 방송, 인터넷 뉴스포털을 달구는 기사들은 거의 모두 용산 대통령실과 대통령 내외의 행보가 차지했었다. 그런데 오늘(7) 아침에는 다음과 네이버 포털 기사 목록에서 한꺼번에 그런 기사가 모두 사라졌다. 박순애 교육부 장관의 기사만 달랑 남았다.

홍보기획 비서관이 임명되어 민심 이반에 대한 대책으로 포털에 어떤 힘이 작용하는지 모르지만, ‘눈 가리고 아웅하는 방법으로 덮을 수 없는 난국이다. 대통령이 사과하고 다 뜯어고치는 결단을 내리지 않으면 국민이 언제까지 바라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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