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후보가 선출되기 바라며
최선의 후보가 선출되기 바라며
  • 전주일보
  • 승인 2021.09.05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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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 규 원/편집고문
김 규 원/편집고문

선선해진 날씨에 새벽에는 창문을 닫아야 하는 가을이다. 곧 추석 명절이 다가오고 들에는 오곡이 익어 수확을 기다리는 좋은 시절이언만, 사람들은 얼굴을 감추고 눈만 내놓은 채 불안한 시선을 주고받는다. 늘 무엇인가 갈구(渴求)하며 욕심을 채우지 못해 눈을 희번덕이는 시선도 있다.

이 좋은 계절에 코로나바이러스에 막히고 발목이 잡혀 살아도 사람들의 꿈은 저 하늘 구름 위쯤 어디에 있다. 오래지 않아 이 형극(荊棘)의 시간을 벗고 훨훨 날아다니는 자유로운 세상을 꿈꾼다. 이 혼란 속에서 내가 나비인지 나비가 나인지, 지금 사는 게 꿈인지 장자(莊子)의 호접몽(胡蝶夢)을 생각한다.

정치판이 본격 대선 레이스에 접어들어 뜨겁다. 먼저 시작한 민주당은 4일부터 지역을 돌며 정당 후보자를 선택하는 투표를 진행하고 있다. 그 첫 지역인 대전 충남 대회에서는 예상을 깨고 이재명 후보가 이낙연 후보를 더블 스코어로 누르고 앞섰다는 소식이다. 득표 상황을 보면 이재명 14,012(54.81%), 이낙연 7,007(27.41%), 정세균 2,003, 추미애 1,704, 박용진 624, 김두관 214표로 집계됐다. 충북과 세종시의 지역 투표가 현재 진행 중이어서 오후 6시경에 밝혀질 예정이라지만, 충남 지역과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이다.

두 후보와 별 연관이 없는 충청지역의 성향을 보면 거의 전국의 평균으로 짚어볼 수 있다고 짐작한다. 이런 정황을 미루어 생각하면 앞으로 지역 투표의 흐름이 이재명 후보에게 돌아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앞선 투표 성향이 그동안 선택하지 못하고 망설이던 표를 끌어모아 다음 투표에서 더욱 쏠림 현상으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여타 후보들 가운데는 승부의 추가 기울어버린 경쟁에서 들러리 서느니 특정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사퇴하는 이도 나올 것이다. 후보자의 연고지 투표 결과에 따라 자신의 한계를 가늠하게 되면 무의미한 레이스를 계속할 의지를 잃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한심한 것은 이낙연 후보 지지층의 반응이다. 그의 지지자들은 이재명이 후보로 선출되면 국민의힘 후보에게 투표하겠다고 공표하며 반발하고 있다고 한다. 이낙연 후보 지지층의 40%가 이런 생각을 한다니 두 사람의 대립 골이 너무 깊어져 입으로만 말하던 원팀은 물 건너간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참으로 못난 생각이고 어처구니없지 않은가?

국민의힘 진영을 살펴보자. 선거에서 후보자 병()에 걸리면 좀처럼 헤어나지 못한다. 특히 대통령 후보를 꿈꾸던 이들은 그 맛을 잊지 못한다고 한다. 후보자를 둘러싼 자들이 그려내는 그럴듯한 희망, 그리고 곳곳에서 만나는 이들이 보여주는 환호와 격려에 고무되어 자신의 위치조차 망각한다고 한다. 호접몽 속에서처럼 자신이 나비인 줄 착각하는 선거병은 특히 정치 신인들에겐 독약이다.

지금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마당에도 자신이 고치를 벗고 나비가 된 것인 줄 아는 신인들과 노회한 정치인들의 싸움이 한창이다. 어쩌다가 나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말 한마디를 내놨다가 졸지에 5단계를 뛰어넘어 검찰총장에 발탁된 윤석열은 다시 한번 5단계를 뛰어 대통령 자리를 노린다.

그는 자신을 그 높은 자리에 앉혀준 손을 물어 독을 퍼뜨려 가사 상태에 이르게 했다. 그리고 가사 상태의 정권에 반발하는 이들의 환호에 잘못 그려진 여론조사를 실상(實像)이라고 믿으며 높고 힘 넘치는 자리를 박차고 나와 대통령이 돼보겠다고 나섰다. 그 여세를 몰아 여론조사의 힘으로 국민의힘에 무혈 입성하여 앞자리를 꿰차고 앉았다.

대통령 후보가 되려면 적어도 나라를 경영하는데 필요한 경험이나 국정 전반에 관한 기본적 이해는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오로지 9번의 사법시험 공부 경력과 검찰에서 우직한 힘으로 누군가를 수사하여 죄인으로 감옥에 보내는 일에 능숙함을 보여주었던 그다. 현정권 속의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반기를 들어 대드는 광경에 야권의 환호가 몰려 대선후보 여론조사에서 높은 수치를 기록했던 것이 그가 대선 후보로 나선 이유다.

그러나 여론조사라는 허울 좋은 수치가 나라의 최고 권력을 차지할 자격을 말하지 않는다는 걸 사람들은 최근에 인식하기 시작했다. 국민의힘 12명 예비후보 가운데 단연 선두를 차지하던 그를 향한 여론이 정체기를 거쳐 조금씩 줄어들더니 홍준표 후보가 점차 근접하는 수치로 치고 올라왔다.

세상사를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듯 그의 말은 극단적이고 상식을 벗어나는 것이어서 사람들은 그들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했을 것이다. 그에 대한 여론조사 쏠림에 기회주의자들이 합류해 한꺼번에 많은 답안을 일러주고 있을 터이지만, 사람의 소양이나 인격은 한꺼번에 심어질 수 없는 것, 앞으로도 어떤 변화가 나올지 아무도 모른다.

국민의힘은 15일 국민여론조사를 통해 12명의 후보 가운데 8명을 선발하는 1차 컷오프를 시행한다. 104일 여론조사 70%와 당원투표 30%를 합산하여 4명의 후보를 선택한 다음 115일 여론조사와 당원투표를 반반 합산하여 최종 후보를 골라낸다. 대결 구도는 홍준표 후보가 윤석열 후보와 대등하게 견줄 위치를 확보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다. 흐름이 볼만할 것이다.

대통령이라는 자리는 아무에게나 주어지는 자리가 아니다. 적어도 기본을 갖추어야 하고 특정 문제에 편향된 사고를 지니지 않고 국가 위기에 적절하게 대응할 능력과 자질을 가져야 한다. 어떤 후보가 선출되고 내년 3월 선거에서 누가 대통령 자리를 차지할지 지금 알 수 있는 일은 없다. 그러나 현명한 국민은 이 어려운 시기를 잘 넘을 수 있는 인물을 골라낼 것이라고 믿는다. 20대 대통령 자리는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고 어려운 자리가 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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