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상나무
구상나무
  • 전주일보
  • 승인 2020.11.29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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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은 구상나무가 비바람 눈보라에도
허리가 꼿꼿하다
덕유산에서
끈질긴 세월을 버텨내느라
살가죽이 텄다
구상나무는 한 방울 남은 수액까지 내주고
희디흰 눈꽃을 피워냈다
상고대가 세세만년 피고 져도
무념의 하늘 향해
터를 잡은 까닭을 말하지 않는다
세상에 맞서려면
살점은 다 버리고 흰 뼈만 남아야 한다고
구상나무는
부르튼 발을 끌고 올라온
인간들에게
허무적멸虛無寂滅이 별게 아니라 한다
마침내 흰 몸으로 서 있는 구상나무가 죽은 듯 살아서
긴 세월 잘 버티고 있다는 걸
덕유산은 알기나 할까

ㆍ 덕유산德裕山 : 전북과 경남 북부 경계에 있는 산

구상나무는 우리 땅에서만 자라는 한국특산식물이다. 구상나무를 비롯해서 미선나무와 개느삼이 한국특산식물 대표적인 나무들이다. 그 중 큰 나무로 관심을 끄는 것은 단연 구상나무다. 잎도 잘 떨어지지 않고 수형이 좋아 외국에서는 크리스마스트리로 귀하게 여기는 나무이기도 하다.

구상나무는 한라산, 지리산, 덕유산, 가야산 등 남부 고산들로 해발 1000미터가 넘는 곳에서만 만날 수 있다. 구상나무는 원래 분비나무를 선조로 하여 생긴 파생종이다. 분비나무와 비슷한 점이 많고, 구상나무 씨를 심으면 분비나무가 다수 나온다고 한다. 구상나무는 열매의 색깔에 따라 푸른 구상나무, 붉은 구상나무, 검은 구상나무 3품종으로 나누기도 한다.

원래부터 따뜻한 곳을 좋아하지 않는 구상나무는 지구가 빙하기일 때 산 아래에서도 널리 자랐다. 빙하가 북으로 밀려나고 기온이 높아지자 구상나무는 차츰차츰 온도가 낮은 산 위쪽으로 올라가기 시작했다. 이제는 더 이상 갈 데가 없는 산의 맨 꼭대기까지 올라와 버렸다. 이제 구상나무는 멸종위기 식물이 되었다. 한라산이나 지리산이나 덕유산 꼭대기에서 처량하게 형해形骸만 남은 고사목들은 대부분 구상나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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