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가와 정치꾼, 그리고 지자체장
정치가와 정치꾼, 그리고 지자체장
  • 고재홍
  • 승인 2008.08.27 11: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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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광복절에 K군수가 다시 구속됐다. 지난해 7월 법정구속된 지 13개월만이다. 법정에서 진실이 가려지겠으나 해당 지자체는 1995년 이후 3명의 민선군수가 모두 4차례나 구속되는 진기록을 남겼다.

지자제 이후 도내에만 10명이 넘는 단체장이 선거법과 뇌물 등 부적절한 혐의로 중도하차했다. 지방의원의 불미스런 사건도 적지 않다. 도내는 물론 전국에서 구속된 지자체장이나 정치인은 헤아릴 수 없다.

소싸움으로 유명한 청도(淸道)군은 2005년부터 해마다 지자체장 선거를 치룬다. 당선을 위한 공천헌금이나 금품살포 및 향응, 당선후 인사나 사업을 미끼로 한 금품수수 혐의가 대부분이다.
D시 공무원노조에서 "지자체 공무원이 승진을 위해 지자체장에게 5000만~1억5000만원 뇌물을 건네는 일이 비일비재하다"고 폭로한 적이 있다. 공천헌금과 선거자금을 회수하고 다음 선거자금을 위해 공무원 인사가 돈줄로 이용된다는 것이다. 도내에서도 승진뇌물 문제로 탈락된 1순위 공무원 자살까지 벌어졌다. 승진뇌물은 부당한 청탁이나 민원 관련 비리에 빠질 가능성을 높여 결국 피해자는 주민이다.

함량미달 재력가의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 당선이 적지 않고, 구속자도 관선보다 훨씬 늘었다.

여기에는 '이상한 특성'이 있다. 지자체장이 금품이나 비리 관련 잡음이 많을수록 정치행정가(정치가) 출신보다는 정치꾼으로 평가받는 부류가 대다수라는 점이다. 구속된 지자체장을 봐도 이런 경향은 확연하다.

'정치가'로 평가받는 인물에는 도내에서 송하진 전주시장 등을 꼽을 수 있다. 정치가형 지자체장 특성은 몇 가지가 있다. 정상교육을 받은 것은 물론 학력수준이 월등하다. 유수대학을 졸업했음은 물론 어려운 시험도 통과하고 오랜 행정경험을 자랑한다. 물론 이들도 지자제로 선거를 통하지 않고는 지자체장 진입이 원천 봉쇄돼 민심 획득 노력도 치열하지만, 그 이전 실력을 갖추고 행정을 두루 섭렵했다는 점이다. 삼가할 줄 알고 도덕성 때문인지 큰 무리수를 두지 않는다. 부정비리로 언론이나 입줄에 오르내리지 않고, 법정으로 비화되거나 구속사건에 연루되는 일이 거의 없다.

반면 '정치꾼' 출신은 다르다. 정상교육도 일천하고 행정경험도 없이 오로지 정치로 시작해 지방의원을 거친 경우가 상당수다. 물론 다 그렇다는 말은 아니다. "노랑 깃발만 달면 막대기를 꼽아도 된다"는 시절 정치를 시작해 윗사람 눈도장 찍기에, 민심에 파고들어 표받는 기술만 능란하다. 거짓 약속과 헛공약, 대중영합주의(포퓰리즘), 마타도어, 술수 등은 이런 부류에서 주로 나온다. 공천헌금을 무시할 수 없던 시절도 있었으니 당선되면 할 일은 뻔했다. 정책을 잘펴 주민생활을 살찌우고 지역발전을 꾀할 것인가 보다 다음 선거자금 확보와 차기선거에 몰두한다.

'네편 내편'이 확연해 반대파를 한직으로 내몰거나 불이익을 준다. 행정도 모르고 예산 개념도 없이 조선시대 '사또'처럼 군림하려 들고, 예산을 활용해 선거에 도움준 사람 은공을 갚으려 무리수를 두거나 선거조직을 짜는데도 활용한다. 각종 사업이나 공무원 인사가 정실에 흐르고, 금품수수로 본인이나 주변 인물이 구속되기도 한다.

'정치가'와 확연히 대별되는 '정치꾼' 지자체장 행태다. 1년여가 있으면 또 다시 지자제 선거가 실시된다. 수많은 인물들이 지자체장과 각급 의원 선거에 나서 침이 튀기도록 지역발전과 소득증대를 외칠 것이다.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고, 정치가는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이 있다. 정치가는 신념에 따라 민족과 국가, 지역과 주민이 우선이나, 정치꾼은 이해관계에 따라 자신의 안위와 미래가 우선이다.

주민들도 사리에 어두워 관혼상제나 잘 챙기거나 골목을 자주 누비고 악수해본 정치인을 선호하거나 혈연. 학연. 지연 등에 좌우된다면 지자제 정착은 요원하다. 정치인과 정치꾼 식별 능력은 주민이 가져야 한다.

'인물과 실력, 도덕성과 안목' 등이 선택기준이 돼야한다. 주민은 자신의 의식수준을 초월한 지자체장이나 지방의원을 뽑을 수 없다.

내가 뽑은 지자체장이 정치가인지, 정치꾼인지 구별할 줄 아는 유권자의 의식전환이 더욱 절실하다.
/고재홍 부국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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