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당시 신임 교통국장으로 부임한 데이빗 칸의 놀라운 지도력의 영향이었다. 그는 부임하자마자 지하철 역사와 주변의 낙서를 지우고 청소하는 일부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자 지하철 주변의 범죄사건이 75%나 줄어든 것이다. 데이빗 칸은 환경이 흐트러지게 되면 기운이 흐트러지게 되고, 이는 곧 공명(共鳴) 현상을 일으켜 범죄행위로 이어진다는 점을 간파한 것이다.
또한 디즈니랜드에는 카스토디알(Custodial)이라고 하는 청소 스태프 600명이 활동하고 있다.
그들의 임무는 각자 맡은 구역을 15분 간격으로 돌면서 깨끗하게 청소를 한다고 한다.
여기저기 제멋대로 버려진 쓰레기는 그 이상의 부정적 결과를 양산하기 때문에 그것을 치우는 것이야말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파악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을 ‘스페이스 클리어링(Space-Clearing)’이라고 한다. 이는 물리적 공간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것을 의미하지만, 또한 복잡하게 얽힌 상황적 환경을 정화하는 의미도 담겨 있는 것 같다.
얼마 전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일어난 성폭행 사건을 보면서 우리의 교육적 환경이 얼마나 취약한가를 생각해 보았다. 사회 곳곳에 독버섯처럼 돋아난 향락 산업이 어린이들의 눈과 귀를 모으기에 충분했고, 포털 사이트와 게임산업을 통해 침입한 퇴폐적, 향락적 풍조는 어찌 보면 그와 같은 사건을 만들어낸 직접적 원인이라고 할 수 있다.
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아이들의 하루 평균 인터넷 이용시간은 106분이고, TV 이용 시간은 62분이라고 한다. 청소년들이 이 시간 동안 선정적, 퇴폐적, 폭력적 장면을 접하면서 무엇을 배울 것인가를 상상해 보면 두렵다.
그것뿐이 아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물리적 환경 또한 심각하게 훼손되어 있음은 말할 것도 없다. 시민의 휴식 공간이라고 하는 공원은 물론이고 심지어는 시골 마을 앞에 있는 정자나무 그늘도 오염되어 있다고 한다. 학교 환경은 어떠한가. 교실에는 책·걸상이 혼란스럽게 놓여 있고, 교실 바닥에 휴지가 뒹굴고 있다고 한다.
학교 앞 슈퍼에는 유해음식이 버젓이 놓여 있고, 문방구에는 폭력을 유인하는 장난감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아무리 교육적 기능과 역할을 강조한들 우리 청소년들이 건전한 사고로 바르게 성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스페이스 클리어링(Space-Clearing)에 관심을 갖는 일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 우리 아이들이 맑은 영혼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도록 환경을 바꿀 필요가 있다.
학교와 사회의 물리적 환경을 깨끗하게 일신해야 한다. 또한 아이들이 즐겨 찾는 인터넷 환경도 바꿔 주어야 한다. 단지 유해프로그램을 차단시켜야 한다는 소극적인 방법으로는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없다.
더더욱 아이들을 인터넷으로부터 격리시켜야 한다는 주장은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 못한 단견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정보의 품격과 질에 대한 철저한 검증이 선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학교현장에서도 스페이스 클리어링(Space-Clearing)의 교육적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고 이에 대한 적극적인 교육을 해야 한다. 최근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청소를 시키는 것에 대하여 많은 학부모들이 못마땅해 한다는 얘기를 들으면서 스페이스 클리어링(Space-Clearing)의 의미와 기능이 무시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새정부 출범에 따라 학교 교육력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제시되고 있으나 데이빗 칸의 신념과 카스토디알(Custodial)의 실행은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우리 아이들이 바르게 성장할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은 물론이고 정서적 환경까지도 어떻게 바꿀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있었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