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가스,바퀴벌레
연탄가스,바퀴벌레
  • 전주일보
  • 승인 2018.04.04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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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煙炭·무연탄)은 우리의 산업화 초기인 60, 70년대만 해도 주요한 생활연료였다. 요리나 난방에 절대적이었다. 땔나무나 가공되지 않은 석탄 대용품으로 각광을 받았다. 

무연탄과 코크스, 목탄 따위의 가루에 피치, 해조, 석회 등의 점결제를 섞어 만들었다. 탄이 잘 타도록 위 아래 여러개의 구멍(19개 혹은 22개)을 뚫은 관계로 ‘구공탄’, ‘구멍탄’ 등으로 불리기도 했다. 

서민들의 필수 생활용품이었지만 폐해도 많았다. 우리 고유의 주거문화 형태인 온돌 난방의 방바닥 벌어진 틈새로 탄이 탈 때 새어 나온 무색무취의 일산화탄소가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는 죽음의 가스 역할을 했다.

바퀴벌레는 3억5천만년 전 고생대 석탄기부터 서식, 지구 역사에서 가장 오래 된 종(種)의 하나다. 화석으로 발견된 모습과 현재의 모습이 별반 다르지 않아 '살아있는 화석'으로 일컫는다. 끈질긴 생명력은 어떤 환경에도 적응이 가능한데다 먹지 못하는 것이 없고 뛰어난 운동신경, 학습능력, 번식력 등에서 비롯된다. 그러나 그 몸 자체가 세균덩어리여서 인체에 접촉할 경우 각종 병균을 옮기고 피부질환과 호흡기 질환을 일으켜 인류의 적이라 할만한 적색종이다. 

6월 지방선거 공천 등 독선적인 당 운영에 반발하고 나선 중진의원들을 겨냥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틈만 있으면 '연탄가스'처럼 비집고 올라와 당을 흔든다"고 했다. 정치적 반대파에 대한 이같은 비유외에 '바퀴벌레', '암 덩어리', '고름', '충치' 등의 표현도 곁들여졌다. 

홍대표의 '막말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대 계집애들(2011년 10월 서울 홍대 앞 대학생들과의 '타운미팅'에서의 발언)', '진짜 맞는 수가 있다(2011년 7월 한 기자에게)','영감탱이(장인 지칭)'등등. 상대를, 대중을 어리둥절하고 황당하게 한 발언의 사례가 적지 않다. 최근에는 그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장제원 대변인이 경찰을 향해 '미친개에게는 몽둥이가 약'이다고 했다가 공분을 샀다. 

그의 막말과 관련해 여기저기서 비난이 일자 "나는 막말을 한 적이 없다. 그 상황에 가장 적절한 비유를 하면 할말 없는 상대방은 언제나 그걸 '막말'로 반격을 한다"고 오히려 반박(?)하고 나섰다. '막말이란 되는대로 함부로 하거나 속된 표현'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더하며 "향단이, 바퀴벌레, 암덩어리, 연탄가스, 영남지역에서 친밀감의 표시로 지칭하는 영감탱이 등은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서민적인 용어를 알기쉬운 비유법으로 표현한 것이다"고 강변했다. "상대방은 이것을 품위없는 막말로 매도해 왔다"는 억울함(?)도 빼놓지 않았다.

'서민적이며, 친숙하고 맞는 말을 막말로 매도하는 세상'이라는 그의 강변을 우리 서민들이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는 것 아닌가. 도대체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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