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 언론이 이런 수모를 당하는가?
어쩌다 언론이 이런 수모를 당하는가?
  • 신영배
  • 승인 2017.11.2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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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 대표이사

익산시의회가 지난 10일 ‘언론관련 예산 운용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을 통과 시킨 것과 관련, 전북도내 법조계에서는 헌법에서 정한 언론·출판의 자유는 물론 일반 시민의 알권리도 심각하게 침해된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전북시민사회단체 또한 논평을 통해 익산시의회의 편향된 조례 개정을 비판했다. 이어 전북민주언론시민연합도 익산시의회의 언론조례 개정은 정치권력이나 특정 세력에 의해 의도적으로 악용될 가능성을 지적했다. 익산시 출입기자들과 전북기자협회도 성명을 내고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그럼에도 익산시와 시의회는 조례공포를 예정대로 강행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과 관련, 지역신문 발행인으로서, 도민의 한사람으로서 매우 유감스럽다. 왜냐하면 지방자치단체에 편성된 홍보비 예산은 익산시의회가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언론사 길들이기 내지는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려고 편성된 예산이 아니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는 지역의 건전한 언론창달을 위해 일정한 예산을 편성해 지원하는 의무와 책임이 있다. 건전한 언론이 존재해야 건강한 여론이 형성되고 그 여론을 바탕으로 각종 정책을 수립하거나 집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과 도민들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홍보비를 책정하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익산시의회는 홍보비 용도에 대해 제대로 몰랐거나, 아니면 알면서도 자신들이 가진 권한을 십분 활용하여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고 길들이기를 통해서 자신들의 편안한(?) 의정활동을 보장받기 위해 언론조례를 개정하였고 익산시장은 모른 척 기간 내에 공포를 하려는 의혹이 드는 것은 나만의 생각이 아닐 것이라는 짐작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언론이 제대로 된 사실을 확인한 후 보도를 하라는 취지의 조례개정임에도 기자들과 언론사가 나서 크게 반발하는 이유 또한 언론의 특권을 유지하려는 속셈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쉽게 표현하면 오보를 하지 않으면 된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다. 얼핏 들으면 맞는 이야기 같지만 속내는 그렇지 않다.

언론의 역할은 지난해 JTBC의 태블릿 PC보도 한 방에 무도한 박근혜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사실을 통해서 온 국민이 절감했다. 언론이 주저하며 보도를 머뭇거리고 있으면 사회가 병들고 나라가 썩어간다.

의혹을 두고 보완취재를 거듭하는 동안 때를 놓쳐 ‘스모킹 건’을 놓칠 수도 있다. 언론은 경찰이나 검찰처럼 수사를 할 수 있는 기관이 아니어서 특정 사안에 대해 사실 확인 여부가 쉽지 않기 때문에 합리적 의혹을 제기하는 수준에 그치는 일이 허다하다.

이 과정에서 보도된 내용이 사실이 아닐 경우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는 사례가 있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는 일이다. 물론 대다수 언론보도는 사실에 입각한 합리적 의혹제기로서, 훗날 사법당국에 의해 사실로 밝혀지는 사례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만약 언론사가 제대로 확인되지 않은 기사를 세상에 내보낼 경우, 이행 당사자는 언론중재위원회뿐만 아니라 형사고발을 비롯해 손해배상소송까지 청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있다.

따라서 익산시의회가 이번에 개정한 내용대로 ‘언론매체의 보도에 따른 언론중재위원회의 정정보도 결정이 난 때에는 1년 동안 홍보비 예산을 지원하지 않고, 해당 기사에 대한 벌금형 등이 결정된 때에는 3년 동안 홍보비 예산을 지원하지 않는다.’고 개정한 것은 납득할 수가 없다.

한마디로 언어도단이다. 다시 말하면 익산시의회와 익산시를 출입하는 기자는 제대로 확인되지 않는 비판기사는 쓰지 못하도록 조례로 대못을 박아버린 것이다. 언론중재위원회의 조정 사례를 보면 기사의 핵심과는 거리가 먼 숫자 등이 부정확하게 기사의 내용에 포함되어 있을 경우에도 정정 보도를 결정하기도 한다.

보도된 내용의 흐름은 사실이지만 사소한 인적사항이나 숫자 등에서 오류가 생기면 종종 정정보도 결정을 내리는 경우를 경험한 적이 있다. 예컨대 익산시의회를 비판하는 기사가 나오면 기사의 내용이 사실일지라도 만약 기사 내용 중 사소한 실수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이 경우 언론중재위원회의 정정보도 중재가 내려질 수 있다. 그렇게 되면 해당 언론사는 1년간 홍보비 예산 지원에서 배제가 된다. 당연히 출입기자는 취재와 기사쓰기를 주저하지 않겠는가.

이번에 조례개정 발의를 주도한 익산시의회 의원 또한 이러한 부작용과 반발을 모를 리 없다. 자신의 잘못을 질타하는 언론을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지금의 자유스러운 언론환경을 위해 숱한 인사들이 목숨을 걸고 투쟁하다가 해직기자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이게 나라냐?’며 국민 대다수가 촛불을 들었다. 민주주의가 무엇인가. 다양한 언론들이 자유롭게 출입하며 집행부와 의회를 견제하고, 비판하고, 칭찬하며 건전한 경쟁관계를 유지할 때, 정의로운 세상이 열릴 수 있다.

더욱이 의회는 언론과 맥을 같이하며 집행부의 살림살이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마땅하다. 이 문제로 익산시와 시의회는 물론 지역 언론사 모두가 수모를 당하는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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