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개
진도개
  • 전주일보
  • 승인 2016.11.23 1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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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또는 지방자치 공공기관에서 짐승을 기르는 것을 축양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지금까지 가축으로 기르는 천연기념물이 7종 있다. 진도의 진도개(53호, 1962년), 연산의 오계(烏鷄, 일명 오골계(烏骨鷄) 265호, 1980년), 제주의 제주마(일명 조랑말, 347호, 1986년), 경산의 삽살개(368호,1992년), 경주의 개 동경이(東京狗:540호, 2011년), 제주의 흑우(黑牛, 546호, 2013년), 제주의 흑돼지(550호, 2015년)다.

진도군은 지난 2012년 진도개가 천연기념물 53호라는 뜻을 담아 5월 3일을 진도개의 날로 지정하고, 진도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기 위해 매년 '진도개 페스티벌'을 열고 있다. 올해는 2∼3일 이틀간 진도개 테마파크에서 '치유와 공감, 진도개는 내친구'란 주제로 다양하게 펼쳐졌다

그런데 박근혜 정권의 정치인들은 유별나게 진돗개를 좋아하는 것 같다. 박 대통령부터가 “쓸데없는 규제는 우리의 원수”라며 “한번 물면 살점이 완전히 뜯겨 나갈 때까지 놓지 않는 진도개처럼 규제 철폐에 임하겠다"는 말을 했다.

앞의 비유는 빼고 그냥 규제 철폐에 전력하겠다고만 했어도 충분히 먹혔을 것을 굳이 '진도개'를 들먹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청와대에서 출퇴근할 때마다 나와서 반겨주는 진도개 암수 한쌍 '새롬이'와 '희망이'가 생각났을까.

새롬이와 희망이는 박 대통령이 2013년 2월 제18대 대통령으로 취임 할 때 1990년부터 23년 동안 살아온 서울 삼성동 자택을 떠나는 것을 기념해 삼성동 주민들이 선물한 태어난 지 1개월 된 진도개 암수 한쌍이다.

또 지난해 청와대 비선 문건들이 외부로 유출되면서 여론의 수세에 몰린 청와대가 허겁지겁 여권 중진들을 초청한 자리에서 “청와대 실세는 진도개”라는 농담을 던졌다. 또한 비선 실세로 지목된 정윤회씨도 자신의 내용이 담긴 문건 유출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는 한 언론사 회견에서 "이제는 토사구팽당한 사냥개에서 벗어나 진도개가 되겠다"고 말했다.

진도개를 자신들만 좋아하면 그만이지 굳이 공적인 일까지 진도개를 연결시킬 필요가 있을까. 그래도 진도개처럼 되겠다니 정치인들의 진도개 사랑은 정말 남다르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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