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자 지침서
배우자 지침서
  • 전주일보
  • 승인 2016.10.30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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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침서(指針書)는 말 그대로 어떤 지침을 적어놓거나 지침으로 사용할만한 책이라 할 수 있다. 전문적으로는 회사나 조직 등에서 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각종 지침을 규정하고 이를 명시한 문서를 말한다. 지침서에 별도로 정해진 서식이 있는 것은 아니다. 그 회사나 조직이 목적에 따라 업무 실시의 방법, 관리, 계획 등에 필요한 여러 지침을 규정하면 된다. 어떤 지침을 수행하느냐와 관련해 검사(檢査), 업무, 영업, 작성, 경영, 관리, 심사, 안전지침서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배우자지침서'라는게 나왔다. 행정자치부가 일부 지역 단체장 사모님들의 도(度)를 넘는 '갑질'이 이어지면서 말썽을 빚자 지침을 만들어 각 지자체에 통보했다. 이 시대 '단체장 사모님들의 금도(襟度·행동의 경계 혹은 넘어서는 안되는 선)'를 규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사모님의 도를 넘은 말썽 사례들은 다양하다. 한 지자체장의 사모님은 부군의 당선 이후 2년 가까이 지자체 여직원들에게 차량 운전은 물론 의전업무 등을 수행하게 했다.

직원들은 관용차량에 사모님을 모시고 교회 행사장 등을 찾아다녔다. 사모님의 사적인 일 처리에 공직자들의 공적인 업무가 강제당한 것이다. 해당 지자체는 사모님의 이같은 행위로 행자부로부터 시정조치를 받은 바 있다. 또 다른 지역의 단체장 사모님은 단체장 남편의 해외 출장에 동행하면서 그 비용을 지자체 예산으로 충당케 했다. 이 출장은 외형은 공적인 성격을 띄었지만 실상은 대부분 관광성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경우가 두세차례나 됐다. 논란이 일자 뒤늦게 이 비용을 개인 돈으로 채워넣었다고 한다. 어찌 이들 사례뿐이랴. 공직의 인사에 사모님들이 개입했다가 적발되는 일도 적지 않다. 이들 행위는 법령에 위반될 뿐 아니라 공직 비리의 원천이 되기도 한다. 오죽했으면 행자부가 지침을 통해 제어하고 나섰을까.

지방자치의 병폐를 더해 '지방자치 무용론'을 불러오게 할 정도다. 행자부 지침은 단체장의 부부동반 해외출장 시 공적 목적 외에는 경비 지급을 할 수 없도록 했다. 단체장 부인의 사적 활동에 공무원 수행이나 간부공무원(부인) 동원은 물론 관용차량을 사적 행사에 이용하는 것도 금지했다. 단체장이 바뀔 때마다 관사의 비품을 교체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단체장 부인과 친인척의 공직 인사개입 금지도 적시해놓았다. 풀뿌리 민주주의 실현을 위해 애쓰라고 뽑아준 단체장에 기대 그 주변의 선출되지 않은 유사 권력의 횡포는 지방자치 제도의 골간을 흔든다. 유권자들도 별도로 지침서를 제시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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