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총선에는 정말 깨끗한 사람을….
이번 총선에는 정말 깨끗한 사람을….
  • 김규원
  • 승인 2024.01.14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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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 아침에
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치르는 410일를 87일 남기고 있다. 뱃지만 달면 거액의 급여와 보좌 인력까지 나랏돈을 퍼 쓸 수 있도록 정한 법도 자기들 손으로 만든 국회의원이라는 자리 싸움이 벌어질 참이다.

이때가 되면 곳곳에서 스스로 잘났다는(?) 사람들이 쏟아진다. 화려한 가방끈 자랑은 기본이고 별 의미도 없는 지역 인연을 줄줄이 내세워 선거운동 명함에 빼곡하다. 지역행사이든 학교 행사, 심지어 씨족들이 모이는 장소에도 얼굴을 내민다.

저마다 최고의 일꾼이라고 자처하지만, 막상 당선해서 하는 일은 국민을 위해서가 아닌 패거리를 위한 일이다. 국민의 뜻을 수렴하여 반영한다는 본디 사명은 헌신짝 버리듯 버리고 자신의 이익을 지키는 일에 올인한다.

국회의원이 받는 세비가 월 1,300만 원, 일반수당과 입법활동비, 정근 수당, 명절휴가비 등을 합산하면 매월 5,500만 원에 달한다. 거기에 매년 1월에 상여금 1,000만 원, 매월 차량 유지비 등 1,000만 원 등을 합하면 19,100만 원 정도다.

그뿐만 아니라, 후원자들에게서 받는 후원금을 1년에 15,000만 원까지 받을 수 있고 올해처럼 선거가 있는 해는 3억 원까지 받을 수 있다. 거기에 국회에 45평 사무실과 보좌하는 비서관 등 8명과 인턴을 고용할 수 있다. 거기에 드는 경비 45,000만원도 매달 지급된다.

따로 갖는 특권도 있다. 국회에서 의정활동 중 발언이 법적 문제가 되어도 면책받을 수 있고 임기 동안 회기 중에는 국회의 동의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는다. 당선만 되면 화수분을 찾은 셈이 되니 저마다 불을 켜고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는 것이다.

이런 어마어마한 특권을 만들어 쏠쏠한 재미를 누리는 일도 그들 스스로 만들었다. 세계 각국의 제도 가운데 좋은 점만 가져와서 자신들에 유리하도록 만들었다. 18대 이전 국회의원들에겐 연금을 지급하는 제도가 있으나 19대 이후는 지급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선거운동 제도는 현역 의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규정이다. 선거일 120일 전부터 예비후보로 등록하여 간단한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정한 국회의원 선거법은 현역 의원들을 위한 선거법이라고 해도 좋을 법이다.

현역 의원들은 의정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지역구를 누비며 얼마든지 사전 선거운동을 할 수 있게 한 현행선거법으로는 신인이 당선되기는 하늘의 별 따기이다. 이름조차 알지 못하는 후보자가 당선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게 아성을 구축하고 4년 임기 내내 당의 공천을 따내기 위해 각자의 생각을 닫아버리고 당이 결정한 대로 의안에 대한 표결에 참여한다. 패거리 정치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유다. 이런 환경 때문에 나름 소신이 분명한 사람들은 재선에 나서지 않는다.

우리 국회가 점점 퇴락해 간 이유가 바로 패거리 정치에 있다고 볼 수 있다. 거액의 나랏돈을 마구 퍼 쓰는 반면 하는 일이라곤 지역구 관리와 당이 정하는 대로 찬반을 표하는 거수기 역할 뿐이다. 좋은 정치가 나올 수 없는 환경이다.

당의 방침에 거스르는 행동을 한 의원이 차기 선거에 공천받지 못하는 건 필연이다. 엄청난 나랏돈을 쓰면서 빈둥빈둥 놀기만 하는 의원들도 상당수 있다. 지역에서 절대적 지지를 받는 의원들은 국회보다는 지역구나 해외 시찰을 한답시고 나가 돌아다닌다.

선거 때 지역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지지가 확인되면 정당에서 공천을 주지 않을 수 없다. 지역구에서 지지가 높은 의원들은 정당 공천을 위해서도 4년 내내 공을 들이기 때문에 아무런 장애도 없이 재선 가도를 달리게 된다.

이런 요령꾼들이 득실거리는 국회이니 나라 정치가 엉망으로 변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시간이 지나면서 이런저런 일에 개입하게 되고 대부분 의원에게 남모르는 흠집이 나게 된다. 그런 사정을 잘 아는 조직이 바로 검찰이다.

지난 대선에서 검사 대통령이 나오자 일방적 폭주가 이어지고 국회가 철저히 무시되는 이유도 바로 그런 원인이 아닌가 한다. 국회 상임위에서 의원들 질문에 나 할 말만 하던 한동훈 당시 법무부 장관의 태도를 보면 검사들이 국회의원을 어떻게 보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회가 정한 법률을 정당한 이유조차 없이 거부권으로 되돌려보내기를 밥 먹 듯하는 대통령의 눈에는 국회의원이 모두 범법자로 보이는 지도 모른다. 심지어 부인 김건희의 주가 조작 의혹 사건에 대한 특별법조차 이유도 달지 않고 거부권으로 돌려보냈다.

지난날 김대중 대통령은 두 아들의 범법행위가 밝혀지자 국민 앞에 사과하고 아들을 구속하여 수사를 받게 하고 감옥에 보냈다. 김영삼 대통령도 아들 김현철의 비리 개입 사실이 드러나자 구속하여 재판받게 했다.

공정(公正)을 잃은 검사, 공정을 저버린 대통령, 곳곳에서 실수와 잘못을 저지르고도 국민 앞에 제대로 된 사과하지 않는 대통령의 행동이 더는 계속되지 않아야 한다. 대통령 선거는 큰머슴을 뽑는 선거였다. 황제를 만든 선거가 아니었다.

이제 총선에서 우리가 선출할 대표는 이런 막무가내 정권을 제어하고 감시하는 중대한 역할을 감당해야 할 사람들이다. 검사 정부를 감시하고 고발해도 떳떳한 인물들이 등장해야 나라가 바로 설 수 있다.

경력이니 정당 공헌도니 명분을 붙여 흠집이 주렁주렁한 인물을 공천하여 국회에 보내면 국회가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한다. 떳떳하고 당당한 새 인물을 골라서 나라 정치를 송두리째 바꾸어야 할 때다. 검사의 눈치를 보지 않을 인물을 국회로 보내자.

야당인 민주당이 국민 지지를 회복하는 가장 가까운 길은 바로 깨끗한 인물, 할 말을 할 수 있는 인물을 공천하여 선명한 정치판을 만드는 데 있다. 그 길이 나라를 바로 세우는 길이고 민주당이 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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