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주일보
  • 승인 2023.03.13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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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수 시인
정성수 시인

늙은 어머니가 아침부터 떨고 쓸고 닦고 
부산을 떨면
영락없이 목욕탕에 가는 날이다
어무이 목욕가려고?
그려! 오늘은 목간통에 가서 하루 종일 지지야것어
목간통이 아니고 목욕탕이라고
이눔아 때 빼고 광내는디 목간통이면 어쩌고 
목욕탕이면 우짼다냐 하면서
주먹만한 어머니의 전용 때밀이 돌을 챙기신다
이태리타월을 가져가시라고 하면
나는 죽어도 외제는 안 쓴다 
이 돌로 쓱쓱 문지르면 
삭신 구석구석이 시원한디 
얼어 죽을 놈의 이태리타월이냐고 하신다
우리 집 꽃은 늙은 어머니다

어머니라는 말은 생명을 탄생시킨다는 점에서 모든 사물의 시원始原을 상징하는 뜻으로 쓰인다. 또한 자식들을 위해 헌신하고 너그러움은 인자함의 표상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어머니의 모습은 부드러우면서도 강하고, 엄하면서도 끝없이 자애롭다. 원시시대에는 모권母權 중심의 사회였다. 부족사회로 들어오면서 가부장적 제도로 인해 부권父權이 확립되기 시작하였다. 그 후 오늘날까지 여성들은 남성우위의 사회제도 아래에서 살아왔다. 뿐만 아니라 어머니들은 종속적 제도 아래에서도 막중한 자신들의 의무를 묵묵하고 성실하게 수행하는 것을 천직처럼 여겼다. 유교가 자리를 굳히면서 여성의 지위는 삼종지의三從之義에 묶여 출가 전에는 아버지를, 출가 후에는 남편을, 남편이 죽은 뒤에는 아들을 쫓아야 하였다. 가정에서 어머니의 역할은 자녀들을 훌륭히 기르고 가르치는 책임 외에도 부과된 임무가 많았다. 우선 한 가정의 주부로서 살림을 책임지고, 남편을 받들고 가족관계를 원만히 이끄는 역할까지 도맡았다. 그러나 어머니들은 무엇보다 자녀를 기르고 가르치는 의무를 소중히 생각하였으며, 자신의 희생을 오히려 보람으로 생각했다. 이런 상황에서도 어머니의 위치는 절대적이다. 어머니는 스스로 권리를 주장한 적은 없으나, 어머니의 존재는 모든 제도를 초월하여 존경과 사랑을 받아왔다. 수많은 문집에 들어 있는 시문이나 전傳 등에 어머니를 그리는 정을 담은 사연들이 이런 사실을 대변해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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