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말씀
어른의 말씀
  • 전주일보
  • 승인 2021.05.23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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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어른들의 따끈따끈 한 말씀
식기 전에 들어야 한다네

건너 뜸 과부 유 씨네 외딸 년은
후레딸년이라고 동네방네 소문이 벌쭉해
학교 다닐 때도 그렇게 제 에미 속을 썩였싸터니만
시집을 가서도 정신을 못 차리고
툭하면 돈을 내노라고 손을 벌리데
내게 해준 것이 뭐가 있느냐고 목줄에 핏대를 세우면서
참 싸가지 없는 년이
제 에미를 전대로 알더라고
그 뿐이 아니 랑게
언제는 그놈이 아니면 목을 매겠다고 엄포를 놓더니
서방 놈이 속을 썩여 못살것다고
징징 짜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통에 불을 지르네

병아리도 장닭 밑에서 커야한다는
옛 어른들의 따끈따끈한 그 말씀 하나도 안 틀리데
고년을 보니

 

키가 자라고 힘이 세다고 어른이 아니다. 나이를 먹었다고 어른이 아니다. 어른은 자신의 언행에 책임을 질 수 있는 사람이다. “어른이 되었으니 술도 맘껏 마실 수 있고 연애도 실컷 하고 폼 나는 자동차도 사고 근사한 옷 입고 거울 앞에서 우쭐거려도 보고 일주일에 한 번씩 외식도 하고 일 년에 한 번은 꼭 해외로 여행도 떠나고 그렇게 어른이 되었다고 자신했는데... 꽃이 피고 구름이 흐르고 지하철이 달리고 별이 빛나고 시간이 지나 나이만 든 어른이 되고 나니 왜 아픈 걸까 왜 서러운 걸까 왜 눈물겨운 걸까 아파도 아프다고 말할 수 없고 하루 종일 바삐 움직여도 지갑은 채워지지 않고 남의 행복과 내 삶과 자꾸 비교하게 되고 가끔씩 찾아오는 우울한 감정을 어찌 감당해야 할지 몰라 쩔쩔매고 차라리 다시 돌아갈까 어른이 아닌 그 시간으로 아니지, 아니다 먼 훗날, 이 시간도 또 그리운 시간이 되겠지 나이만 먹었지 난 어른이 되려면 아직 멀었다고 혼잣말을 내뱉으며 또 시간은 흐르겠지 그리고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맞이하겠지 진짜 어른이 된 나를,” 김이율의 ‘잘 지내고 있다는 거짓말’ 중에서 빌린 말이다. 철이 들면 어른이다. 옳은 것과 그른 것을 판단할 줄 알면 어른이다. 짜장면 맛이 없다고 생각되면 어른이다. 방귀를 뀌고 미안해하면 진짜 어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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