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간 군산보건소 금연 클리닉은 비교적 밝은 분위기였고, 세 명의 상담사 선생님이 흡연자 상담에 분주했다.
“금연 상담을 하면서 가장 좋은 것은 상담 받으신 분이 금연을 하여 더 건강해질 때 보람을 느낌니다”
금연 전문 상담사 선생님이 상담에 대해서 가장 먼저 꺼낸 이야기는 역시 ‘보람’이었다.
그래서인지 상담사 선생님들의 표정은 매우 좋았고 상담 받는 분위기도 편하게 느껴지기까지 했다. 때마침 상담 신청자가 있어 이를 지켜봤다.
우선 보건소에 전화를 걸어 금연 클리닉에 대해서 안내를 받고 예약을 하면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예약 후 방문해 금연 상담을 받고자 할 때 금연 등록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금연 상담 신청서에 혈압 등 기본적인 건강 정보가 필요함으로 이런 기회에 고혈압이 있는지 검진이 가능하다.
이어 니코틴 의존도에 대해서 여러 가지 설문조사를 통해 자신의 니코틴 의존도를 평가한다. 담배가 중독성을 갖는 중요한 원인은 바로 니코틴 중독이기 때문에 어떻게 니코틴 중독으로 인한 금단증상을 극복하느냐가 금연의 핵심 키라 할 수 있다.
자신의 니코틴 의존도를 파악해 앞으로 나타날 금단증상에 대처할 수 있는 전략을 미리 생각하는 것이다.
서류 작성이 끝나면 바로 기본적인 금연 교육을 받게 된다. 담배는 어떤 성분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무엇이 몸에 좋지 않은가, 금단증상은 왜 생기며, 어떻게 담배를 끊어야 하는가 등등 성공적인 금연을 위해 필요한 지식들을 잠시 배우는 과정이다.
준비된 여러 가지 사진들과 교육 자료들을 놓고 친절한 설명을 듣게 된다. 막연히 담배가 몸에 안 좋다고 알고 있었지, 왜, 어떻게 안 좋은지 잘 몰랐는데 설명을 듣다 보면 정말 담배는 백해무익한 것이고 건강을 위해서 반드시 금연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서류 작성을 하고 교육을 받다 보면 약간 지루해 졸릴 수도 있는데 잠이 확 깨는 단계를 거치게 된다. 바로 호기 일산화탄소 측정이다. 일산화탄소는 흔히 연탄가스 중독을 일으키는 가스로 잘 알려져 있으며 담배를 피울 때 발생하는 대표적인 가스이다.
일산화탄소는 산소보다 적혈구와 결합하는 능력이 훨씬 강해 적혈구가 산소를 옮기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때로는 사망에 까지 이르게 하는 치명적인 가스이다. 이런 가스가 내 몸 안에 얼마나 있는지 측정해보는 실험을 직접 할 수 있다.
일산화탄소가 30%에 이르면 생명이 위험해지는데, 비 흡연자는 1~2%정도로 낮고 흡연자는 5~8%까지 일산화탄소 농도가 올라간다.
연탄가스로 일산화탄소 중독 상태로 살아간다니 참으로 무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비록 지금 당장 생명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라도 일산화탄소가 몸 안에 많이 있어 폐 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따라서 약간의 운동만으로도 숨이 차게 된다. 다행인 것은 금연을 하면 금방 일산화탄소는 줄어든다는 것이다.
일산화탄소 측정까지 하면 금연을 하기 위한 준비가 완료된다. 이제 본격적인 금연 전략을 세우게 된다. 금연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금단증상을 이겨내는 것이다. 금단증상을 이겨내기 위해서 여러 가지 상담과 행동요법들을 하게 되지만 때로는 금연보조제 (니코틴 패치, 니코틴 껌, 캔디) 등이 도움이 된다. 하지만 평생 패치를 붙이고 껌을 씹으면서 살 수는 없다. 점차적으로 보조제의 양을 줄여나가면서 여러 가지 행동요법 등을 통해 스스로 금단증상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6주간 개별 상담을 통해 여러 가지 어려운 점에 대해서 상담과 도움을 받게 된다. 실수로 담배에 손이 가게 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이겨낼 수 있도록 든든한 지원자를 얻게 된 셈이다.
6주 동안 금연에 성공하게 되면 이후 6개월간 이메일, SMS, 전화 등을 통해 금연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6주간 상담을 받아본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 차근차근 전략을 세워서 담배를 끊는다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 금연 성공자 -
"담배 끊고 나니까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어요!"
이날 보건소 소개로 금연 클리닉 과정을 성공적으로 마친 금연 성공자를 만나 볼 수 있었다. 보건소 근처에서 음식점을 경영하고 있는 사장님으로 대학생 때부터 얼마 전까지 30년간 하루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웠다고 했다.
# 전에 담배를 끊으려고 시도해 보신적이 있나요?
- 담배 여러 번 끊으려고 했죠. 그런데 이상하게 끊으려고 할 때 마다 신경 쓰는 일이 생기고 그러면 또 피게 되고 그래서 자꾸만 실패하게 됐다.
# 보건소 금연 클리닉은 어떻게 알게 됐나요?
- 보건소 근처에 살다 보니까 오고 가면서 보건소 금연 클리닉 현수막을 보고 혹시나 해서 방문하게 됐다.
# 금연 클리닉을 방문해보니까 어떻던가요?
- 상담사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사명감을 가진 적극적인 태도와 열정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상담을 받으면서 일산화탄소 수치가 매우 높게 나와서 깜짝 놀랐고, 반드시 금연을 해야겠다고 굳게 마음먹었다. 몇 일 금연을 하고 다시 가서 측정을 해봤는데 정상으로 나와 매우 기뻣다.
# 금연을 하시면서 금단증상은 없었나요?
- 있었다. 그런데 전에 혼자 할 때는 너무 힘들었는데 껌도 받고 패치도 붙이고 하니까 확실히 힘들지 않았다. 금연 클리닉에서 계속 전화도 해주고 문자 메세지도 보내주고 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 담배를 끊고 가장 좋은 점은 무엇인가요?
- 담배 끊고 나니까 그렇게 시원할 수가 없다. 담뱃재, 재떨이, 담배 갑이 없어져 깨끗해지니까 우선 가족들이 제일 좋아한다. 그리고 몸도 건강해진 것 같다.
현재 8주째 금연에 성공한 사장님은 담배를 끊고 좋아진 것들이 이루 다 말할 수 없고 이런 좋은 프로그램에 참여해 담배를 끊게 돼 행운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만 끊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 담배를 피우는 많은 사람들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서 건강은 물론 행복을 느낄 수 있었다.
문형천 군산시보건소장 -
"금연 클리닉 이제 도약을 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해요"
마지막으로 군산시보건소 문형천 소장님을 찿아 금연 클리닉의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 들어 봤다.
"금연 클리닉은 국가 보건 사업 중에 주민들에게 가장 잘 접근한 사업이다. 지난 1년간 체계가 잘 잡혀 지난 5일부터 직장인을 위한 야간 클리닉 서비스도 운영하고 있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운영을 해 나가느냐를 생각해야 할 시점이다."
문 소장은 우선 금연 클리닉은 매우 성공적인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크게 두 가지를 제시했다.
* 수혜 계층을 넓혀나가야
- 아직까지 금연 클리닉은 의지가 있고 보건소를 방문하는 흡연자들을 대상으로 하다 보니까 취약계층에 접근이 어렵다. 보건소에서 하는 사업이라면 우선 어려운 사람들을 생각해야 하는데 이런 사람들은 여유도 없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보건소를 방문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현재는 보완하는 방법으로 보건소 방문 보건사업과 연계해 접근하고 있지만 조금 더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서 확대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여성 흡연자 이용을 높여야 한다. 여성흡연자도 많고 앞으로는 여성흡연자들의 금연을 위해서 노력해야 하는데, 실재로 2006년도 실적을 보면 여성흡연자 등록이 크게 늘었다. 하지만 아직도 여성 흡연자들이 밝혀지는 것을 꺼려하고 있고, 여성 흡연자들을 위한 특화된 프로그램도 부족해 현실적인 어려움이 크다. 가임 여성이 많은 직장에 금연 클리닉을 설치하는 것도 고려해봐야 한다.
* 민간과의 연계가 필요
보건소 만으로는 전체 시민을 감당하기 어렵다. 현재 보건소를 시작으로 금연 클리닉 사업을 시작했고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는 것이 입증되었기 때문에 점차적으로 민간으로 확대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보건소뿐만 아니라 병원을 방문해서도 금연을 권유 받고 금연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으면 정말 많은 사람들이 혜택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상담사의 체계적인 능력과 질적 관리가 우선 확립돼야 한다. 민간에서도 체계적으로 금연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도록 보건소와 유기적으로 연계하는 방법을 찿아야 한다./군산 김종준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