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우리소설 시리즈 4~6권 출간
천년의 우리소설 시리즈 4~6권 출간
  • 김상기
  • 승인 2010.07.12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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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인과 협객(4권), 세상을 흘겨보며 한번 웃다(5권), 끝나지 않은 사랑(6권)
도서출판 돌베개가 2007년부터 내놓고 있는 ‘천(千)년의 우리소설’ 시리즈는 신라 말기인 9세기경부터 조선 후기인 19세기까지 천 년이라는 시간 동안 나온 우리소설 중 시공의 차이를 뛰어넘어 오늘날에게 감동과 즐거움을 줄 수 있는 명작을 가려 뽑은 것이다.

이 시리즈는 한국 고전소설의 새로운 레퍼토리 구축을 위해 한국학과 고전문학을 전공한 박희병와 정길수, 두 교수에 의해 기획됐다. 외국의 다양한 소설과 한국 근현대소설에 가려져 그 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우리 고전소설을, 이번 시리즈를 통해 새롭게 바라보는 계기로 삼자는 취지다.

1차분 세 권이 2007년에 나왔고, 이후 3년의 시간을 들여 2차분 ‘기인과 협객’(4권), ‘세상을 흘겨보며 한번 웃다’(5권), ‘끝나지 않은 사랑’(6권)이 최근 출간됐다.

먼저 4권인 ‘천년의 우리소설-기인과 협객’은 한국 무협소설의 뿌리를 17세기 고전소설에서 찾는 것으로, 기인과 협객을 주인공으로 한 16편의 한문 단편소설이 실려 있다.

임진왜란은 우리나라 서사문학에 큰 영향을 끼쳤는데, 17세기 이래 검협전에 해당하는 작품들이 생겨난 것은 임진왜란 이후 검술에 대한 관심이 이야기 형식을 갖추게 되면서 산생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 시기에 만들어진 검승전, 오대검협전, 이장군전, 검녀 등은 모두 짤막한 단편이지만 한국 무협소설의 연원을 살피고자 한다면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무협소설의 뿌리에 해당하는 작품들이다.

5권 ‘천년의 우리소설-세상을 흘겨보며 한번 웃다’는 조선의 웃음, 옛사람의 넉넉한 풍모와 날카로운 지성을 담아낸 것으로, 이 책에 실린 일곱 편의 작품은 조선 후기에 한문으로 창작된 단편소설이다.

가벼운 웃음 혹은 의미심장한 웃음을 주는 소설들을 모았는데, ‘웃음’이라는 게 본래 화합의 기능도 있지만 세상을 비틀고 꼬집는 기능도 있는 만큼 이 중 상당수의 작품은 세태를 고발하고 풍자하며 예리한 방식으로 주요한 사회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그러한 작품들 역시 엄숙함 내지 무거움에 짓눌리지 않은 모습이어서 유쾌한 마음으로 읽을 수 있다.

6권 ‘천년의 우리소설-끝나지 않은 사랑’에 실린 여섯 편의 작품은 15세기와 16세기에 한문으로 창작된 애정소설들로, 5백 년 전 최초로 선보이고 있는 삼각관계 러브스토리를 포함한다. 이 작품들은 애정소설의 범위를 넘어 16세기까지의 우리소설 전체를 대표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김시습의 걸작 ‘금오신화’를 시작으로 권필의 ‘주생전’에 이르기까지 이 시기 우리소설의 주류는 단연 애정소설이었고, 거의 한결같이 높은 예술성을 확보하고 있다. 15세기와 16세기에 걸쳐 빼어난 애정소설이 연이어 등장함으로써 소설에 대한 독자들의 인식 수준 또한 비약적으로 높아진다. 그런 점에서 볼 때 17세기 이후 여러 갈래의 소설이 등장해 다양한 면모를 드러내며 소설사를 다채롭게 만든 공로는 바로 이 책에 수록된 소설 작품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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