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수일 감독, 군산에서 영화 찍는다
전수일 감독, 군산에서 영화 찍는다
  • 김상기
  • 승인 2010.07.11 17: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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깐느영화제 겨냥한 여덟 번째 영화 ‘핑크’
전수일 감독은 국내보다는 외국에서 크게 인정을 받고 있다. 그가 지금까지 만든 7편의 영화는 모두 해외 영화제에 초청됐다. 2010년만 하더라도 프랑스에 이어 캐나다의 밴쿠버와 몬트리올, 뉴욕, LA 등지에서 회고전을 열고 있을 정도다.

설경구, 최민식 등 우리나라 최고의 배우들이 전수일 감독과 함께 작업을 해왔고, 또한 하고 싶어 한다. 그는 대한민국 예술평론가협의회가 ‘2009 올해의 최우수예술가’로 선정한 예술인이기도 하다.

바로 이 전수일 감독이 자신의 여덟 번째 영화 ‘핑크’(pink)를 전북 군산 지역을 중심으로 7월말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전 감독이 전북지역을 주무대로 영화를 촬영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핑크’는 2011년 5월, 세계 최고의 영화제인 깐느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을 목표로 제작되는 영화로, 영화의 모든 일정이나 메시지 등은 깐느에 맞춰 제작될 예정이다.

“특별히 군산에 가서 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시작했던 건 아니고요. 저는 장소에서 영감을 얻고, 그곳에 가서 시나리오를 완성하는 스타일입니다. 남도여행을 계획하고 돌아보던 중 군산 내항 일대가 눈에 들어왔던 거죠. 딱 좋은 곳이 있더군요. 그래서 기존에 생각해뒀던 시나리오도 많이 수정했어요.”

촬영을 위해 감독을 위시한 제작진들은 6월부터 익산시의 지원으로 ‘미륵산 자연학교’에서 준비작업을 해왔으며, 지난 8일 이곳에서 관계자들을 초대해 조촐한 시네토크를 가졌다.

그의 다섯 번째 영화 ‘검은 땅의 소녀와’를 관람한 후 감독, 평론가, 배우, 일반인이 함께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이날 행사에는 전수일 감독 외에도 서갑숙 이원종 장재진 등의 배우, 전찬일 김성태 김시우 등의 영화평론가, 그 밖의 작가 등 영화관계자들이 다수 참여했다.

영화 ‘검은 땅의 소녀와’는 강원도의 폐광촌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삶을 담는 작품이다. 진폐증에 걸린 아버지와 11살짜리 장애인 아들, 9살 딸이 주인공. 암울하지만 희망을 잃지 않는 가족의 이야기를 소녀의 시점으로 그리고 있다.

전수일 감독은 주류에서 벗어난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본적으로 화법이 다르다. 일반적으로 영화에서 한 샷의 길이를 10초 내외로 짧게 해서 바로 바로 넘어가지만, 전 감독의 영화는 훨씬 길다. 영화의 호흡이 긴 것이다.

대사도 그렇다. 주고받는 일반적 행태가 아니다. 사람이 아닌 상황과 대화하거나 말을 주거나 받기만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음악도 특이하다. 영화 전체에서 음악은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감독은 “내 영화는 40%가 음악”이라고 말한다. 그는 낮게 깔리는 콘트라베이스의 몇 개 음만으로도 영화를 지배하게 하며, 침묵을 음악처럼 사용하기도 한다.

“여러분과 함께 하는 이런 자리가 작지만 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새로운 문화운동으로 이런 자리가 활성화됐으면 좋겠습니다. 이곳에 머물면서 많은 걸 얻었고, 좋은 경험을 했습니다. 영화를 찍은 후 기회가 된다면 이곳에서 다시 또 이런 자리를 마련했으면 합니다. 좋은 영화 만들도록 하겠습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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