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도 사용 설명서가 필요하다
책에도 사용 설명서가 필요하다
  • 김상기
  • 승인 2010.07.08 1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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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년차 편집자의 독서론 ‘책 사용법’
“2년 전 책에 관한 책을 쓰겠다는 결연한 다짐을 밤낮없이 했다. 그리고 무작정 쓰기 시작했다. 나는 학자도 작가도 아니다. 다만 책을 만들고 좋아했을 뿐. 많은 책들에 중독된 나는 그 책들을 어떻게 사용하면 좋을지 정리하고 싶었다. 그렇게 꼬박 2년 동안 썼다. 정말이지 힘들었다. 오늘 우리는 디지털 혁명기를 지나고 있다. 하지만 책에 관한 아날로그적 독서법이 여전히 유효하다고 나는 믿는다. 책읽기의 즐거움을 제대로 누릴 수 있는 책 사용법에 대한 이 소박한 구성이 사랑받기를, 욕심 내어본다.”

전북 전주 출신으로, 26년차 베테랑 편집자이자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는 ‘마음산책’의 정은숙 대표가 책을 사용하는 방법을 몰라 고민하는 사람들을 위해 ‘책 사용법’(마음산책)을 내놨다.

편집자의 세계를 생생히 담은 책 ‘편집자 분투기’(2004)를 냈던 그가 이번엔 ‘독서 분투기’로 독자를 찾아온 것. 책이 업이자 삶 자체인 그이기에, ‘책 사용법’이란 제목 자체가 여느 ‘사용법’과는 다른 차원임을 짐작케 한다. 편집자란 말 그대로 ‘필사적으로’ 책을 사용하는 일이므로 상당 부분 경험에서 우러난 책 사용법이다.

저자는 “다만 책을 만들고 좋아했을 뿐”이라는, 얼핏 소박해 보이는 고백으로 말문을 연다. 하지만 책을 쓴 과정은 소박하지만은 않다. 꼬박 2년 동안 “지우고 또 지우기를 반복”하며 치열하게 써 내려간 결과 탄생한 책이다.

그가 읽은 ‘책에 관한 책’들이 이 책 곳곳에 새겨져 있다. 독서란 책이 이어주는 또 다른 길을 찾아가는 일종의 여행임을 확인시켜준다. ‘책을 사용한다’는 참의미는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저자는 말한다. “책도 알면 더 잘 사용할 수 있다”고.

스마트폰과 전자책이 화두인 지금, 왜 책을 알아야 하는가. 여전히 아날로그적 독서법이 유효하다면 왜 그런가. 저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함께 찾도록 이끈다. ‘책 사용법’은 컴퓨터 게임에 매혹된 청소년들에서부터 책 세계에 묻혀 사는 편집자와 저자, 그리고 애서가들에게까지 두루 쓸모 있는 책이다. 실용서이자 교양서이며, 저자 인생의 궤적과 감성이 녹아 있는 에세이다.

저자는 자신만의 책읽기 노하우도 적고 있다. 한 번 읽고 말 책도 있는가 하면 필요할 때마다 들춰볼 책도 있고, 지식이 빽빽이 들어찬 교양서도 있기 때문에 책의 성격에 따라 책읽기 역시 달라야 한다는 것. 또한 재미난(쉬운) 것에서 진지한(어려운) 것으로, 그리고 동시대의 난삽한 책 읽기에서 구원한 고전 읽기로. 그래야 균형 있는 독서가 가능해진다는 것이다.

저자 정은숙은 전주에서 태어나 고등학교까지 마친 후 상경, 이화여대 정외과를 졸업했다. 1985년 편집자로 출판계에 입문했으며, 2000년 도서출판 ‘마음산책’을 창업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1992년 ‘작가세계’를 통해 문단에 데뷔한 후 시집 ‘비밀을 사랑한 이유’(1994)와 ‘나만의 것’(1999)을 냈고, 편집자 세계를 그린 ‘편집자 분투기’(2004)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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