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속담에 ‘오죽하면 외할머니 콩 젖’이라는 말이 있다. 젖을 먹어야 할 아이에게 젖을 주지 못할 형편이 되자 외할머니가 아이에게 빈 젖을 물려주며 아이를 달래는 정경에서 나 온 말이지 싶다. 뭔가 되잖는 희망을 억지로 꾸며 보는 일을 빗대는 의미로 쓰인다.
우리 전북에서 노루 친 막대기 3년 우려 먹듯 희망 고문으로 등장하는 사업이 새만금이다. 선거 때마다, 정권마다 새만금 완성을 약속했지만, 완성은커녕 아직도 바닷물만 출렁이고 일부 매립지도 비만 오면 질척거리는 불모의 땅이다.
지난 시절, 정권과 밀착되어 있는 토목 건설회사에 일감을 만들어주기 위해 시작한 새만금공사다. 평화롭던 포구와 갯벌을 희생하며 방조제를 막으려니 그럴싸한 희망을 만들어 지역민을 달랬다. 도민들은 대단한 서해안 중심지라도 만들어질 줄 알았다.
그렇게 33년이 흘렀지만, 어민들은 생업을 잃었고 아직도 매립조차 끝나지 않았다. 질척거리는 매립지에서 보이스카웃 잼버리를 계획했다가 날벼락을 맞기도 했다. 해마다 기업들이 들어온다는 MOU를 체결하지만, 들어선 기업은 드물다.
대통령 선거 때마다 새만금 완성 공약이 내걸렸지만, 매립과 도로개설 등 선행사업도 끝나지 않았다. 이 사업이 전북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시행되었다면 일찍 완공하여 공장과 기업이 돌아가고 있을 것이다.
새만금개발청이 있고 새만금개발공사도 만들어 거창한 건물에서 막대한 세금을 축내며 사람들이 일하고 있지만, 개발은 진전이 없다. 그동안 물류단지 조성이니 첨단산업 단지 계획 등 숱한 계획이 나왔지만 흐지부지하고 결과는 없었다.
이번에는 드론과 무인기 사업 등 방위산업을 육성한다는 소식이다. 텅 빈 공터에서 드론을 띄우고 무인기를 날리면 효율적일 것이라는 아이디어로 보인다. 드론과 무인기 실증 테스트 베드로 적지라는 이유다.
드론과 무인기를 날려보는 장소로 적합하다는 판단이야 허허벌판이니 어린아이라도 알만한 일이다. 그 이유로 방위산업이 유치되고 과연 새만금 지역에 관련 기업이라도 들어올까 생각해보면 이 일 역시 ‘글쎄 올시다’일 듯하다.
국내 항공기 산업과 방위산업 관련 회사, 공장이 곳곳에 세워졌지만, 드넓은 새만금은 대상지가 되지 못했다. 아직도 비만 오면 질척거리는 부지를 농업용지라는 이유로 방치할 게 아니다. 폐경지가 갈수록 느는 데 농업용지는 필요 없다.
맨날 ‘용꿈’만 꿀 게 아니라 그나마 부지라도 제대로 만들어 놓고 기업이든 공장이든 들어오라고 해야 한다. 거창하게 바탕없는 계획만 선전하기보다는 실현가능하도록 조건을 구비하는 게 먼저다. 말만 앞세우지 말고 작은 것이라도 결과를 보여야 한다.
덧붙여 당부하는 건 제발 되잖을 일을 그럴싸하게 꾸며 선전만 앞세우지 말라는 것이다. 신문 1면에 나온 새만금 관련 사업들 가운데 1/3이라도 이루어졌더라면 오늘의 모습이 아닐 것이다. 도민들은 기사가 나오면 ‘또 그러다 말겠지’ 하고 관심조차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