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해야 산다
변해야 산다
  • 전주일보
  • 승인 2024.04.28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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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벚꽃, 목련꽃 다 지고 영산홍이 만발한 4월 끝자락이다. 뭐든 온 것은 가고 새로운 것이 다가서는 생멸(生滅)의 순환을 절실하게 느끼는 계절인 봄이 가고 있다. 오자 떠나는 봄처럼 세상은 쉬지 않고 변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도 전혀 변하지 않고 딴 세상을 사는 이가 있어 문제다. 별의별 일들이 몇 번이고 일어나도 여전히 착각 속에서 마이웨이를 고집하는 사람, 국정 최고 책임자인 윤 대통령이다. 159명이 짓눌려 죽을 때도, 총선에서 야당이 192석을 차지해도 끄떡하지 않았다.

어쩌면, 휘하에 비위 잘 맞추는 측근들이 포진하여 잘하십니다.’ ‘옳습니다만 외쳐대니 정말 잘하는 줄 아는지 싶다.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간다던 국정 철학은 그저 장식용이었고 오로지 내 마음 내키는 대로’ 2년을 보냈다.

국회의원 108석으로는 할 수 있는 게 없다. 그렇게 엄중한 경고를 받고 크게 달라지기를 기대하는 국민에게 보인 것은 여전히 내 맘대로인 듯하다. 며칠을 고심해서 발표한 비서실장에 최측근인 정진석 의원을 임명했다.

더 지켜보아야 할 터이지만, 총선에서 나타난 국민의 뜻과는 정반대의 길을 선택한 셈이다. 여야 영수회담을 하자고 민주당 이재명 대표에게 제안하고서 무얼 논의할 것인지 의제조차 정하려 하지 않았다. 그저 국면전환용으로 회담을 제안했나 싶다.

역대 정권 모두 여론이 좋건 나쁘건 야당 대표와 만나 조언을 들었다. 어떤 정권은 아예 상설기구를 만들어 정책을 논의하기도 했었다. 그저 만났다는 데 의미를 두어 여론을 호전시켜볼 심산이라면 착각이다. 국민은 지금 매의 눈으로 지켜보고 있다.

선거에서 승리하여 대통령 자리를 차지하면 그걸로 모든 것을 내 맘대로 할 수 있게 되는 건 아니다. 늘 나라의 진정한 주인인 국민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당선하는 순간, 막중한 책임을 짊어지고 온 정신을 국민에 맞추어 가야 하는 게 대통령의 길이다.

국민이 안심하게 하는 정치, 국민이 좋아하는 정치를 할 수 없으면 물러나든지, 국민의 뜻을 물어 바른길을 택해야 한다. 0.76%를 더 차지해서 당선하고 나서 완성된 권력으로 착각한 순간 국민의 가슴에는 분노가 쌓였다.

그 민심이 108192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불통이고 어떻게든 이 국면을 벗어나겠다는 생각이 아닌가 싶어 걱정스럽다. 지금 윤 정부가 당면한 엄중한 과제는 점점 어려워지는 민생이다. 그런데 정책은 가진 자를 위한 것으로 만 나타났다.

주택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내리고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과세를 폐지했다. 투자유도를 빌미로 법인세도 최고 세율 25%22%로 낮추었다. 증권거래세를 내리고 주식 양도소득세 부과 대상 금액을 대폭 올렸다. 소위 부자 감세에 치중한 셈이다.

서민의 말에 귀를 기울이기보다 가진 자의 목소리에 성실하게 반응한 정권이었다. 국민 앞에 나와서 국민의 소리를 제대로 들으려 하지 않았고 말하려는 자를 입틀막으로 끌어내는 게 일반화해버린 정치였다.

초기에 기자들의 질문을 받다가 대답이 옹색해지면서 중지됐다. 국민 앞에 나와서 말하고 대답하는 일이 없어지고 국무회의에서 말하는 광경을 TV가 방송하는 게 고작이었다. 나라의 주인인 국민은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간다라는 장식용 언어 속에서만 나타났다.

이런 가운데 총선이 치러져 압도적 차이로 여당이 패하면서 그동안 말하지 않았던 여러 문제들이 드러났다. 검사들이 주름잡은 세상을 국민이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게 증명되었고 대통령의 독선적 정치를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소통이 없는 불통 정치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을 것이다. 주인의 등이 가려운지 다리가 가려운지 알아야 긁어라도 줄 터인데 주변에는 그저 눈치만 살피는 인물들만 있으니 좋아한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당장에 닥친 문제는 의대 정원 2,000명 확대 선언으로 빚어진 의정 갈등이다. 이탈한 전공의들은 대부분이 돌아오지 않았고 교수들도 사표를 낸 채 진료를 하지만, 예약 환자 진료를 끝내면 현장을 떠나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의사협회는 증원문제를 백지화하고 연구 검토를 거쳐 정확한 수요를 알아보자고 제안했다. 의협은 만약 교수님들의 털끝 하나라도 건드린다면 14만 의사들과 의대생들이 하나로 똘똘 뭉쳐 총력을 다해 싸울 것임을 명백히 밝힌다라고 협박이다.

새 의협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며 정부 힘에 굴복할 것을 강권하지만, 의협의 태도는 냉랭 보살이다. 총선에서 국민의 지지를 잃은 정부이니 버티면 결국 포기할 것이라는 생각인지 모른다. 이렇게 강대 강으로 맞서는 가운데 그 피해는 고스란히 환자, 국민 몫이다.

정부는 의협의 굴복을 받아 국면전환에 활용하려 들지만, 먹히지 않는 듯하다. 의사들의 밥그릇 사수(死守) 방법은 점점 강력해지고 정부의 힘은 이미 한계가 드러나 있다. 이번에도 정부가 지게 되면 의사 밥그릇은 난공불락 철옹성으로 굳을 것이다.

이 딜레마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지 지켜보는 마음은 답답하고 얄밉다. 국민 마음에는 번번이 일손 놓기로 위협하여 밥그릇을 지키는 의사들이 얄밉고 하필이면 총선 시기에 이 문제를 내놓은 정부의 얕고 아둔한 생각이 답답하다.

지난 정부가 시행하던 모든 것을 부인하면서 그들이 정권을 유지했더라면 큰일 날 뻔했다고 큰소리치던 정부다. 그런데 결과는 민생경제 파탄과 불통으로 국민 분노만 키웠다. 이제 남은 길은 야당과 합심하여 새로운 길을 보여주는 방법뿐이다.

제발 29일 영수회담에서는 뭔가 성과를 내야 할 터이다. 그런데 도무지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 문제다. 하던 대로 고집불통으로 나간다면 국민이 더는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 더는 어렵게 만들지 않아야 할 터인데 어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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