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愛 대하여
부부愛 대하여
  • 전주일보
  • 승인 2023.05.21 2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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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아내가 저녁상 앞에서 요 앞에 근사한 레스토랑이 생겼다고 말했다. 남편은 장사가 잘되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며칠 후였다. 이웃집 돌이 엄마가 “그 레스토랑에서 비프스테이크를 먹었는데 진짜 맛있더라”고 남편의 눈치를 보며 말했다. 세프 실력이 대단한가 보다라고 지나가는 말투로 남편이 대꾸했다. 사실 아내는 그 레스토랑에 가고 싶어 몇 번이나 언질을 주었지만, 남편은 못 알아듣는 것이었다. 
  남편과 아내가 대화를 나눌 때 중요한 것은 소통이다. 소통은 사랑을 전달하는 수단이 되지만, 잘못되면 사랑이 깨지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남편은 말을 마음속에 담아 놓고, 아내는 말속에 마음을 담아 놓기 때문이다. 남편은 문제 해결을 위한 사실만을 얘기하지만, 아내는 마음을 주고 얻는 공감을 원한다. 그래서 부부간 대화에서 아내들은 남편이 말귀를 못 알아듣는다고 불평을 하고, 남편들은 아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볼멘소리를 한다. 남편들은 아내의 말을 들을 때 문제지를 대하는 수험생이 되어야 한다. 이는 아내가 하는 말에 숨겨진 아내의 마음을 읽는 요령이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예를 들면 창가에서 보름달을 바라보던 아내가 달이 참 밝다고 말하면 대부분 남편은 보름달이니까 밝다고 말하거나, 보름달을 처음 봤느냐고 무안을 준다. 아내의 말속에는 당신과 함께 보름달 아래 손을 잡고 걷고 싶다거나, 근사한 커피숍에서 달을 보며 커피 한잔 마시고 싶은 아내의 마음이 숨어있는 것이다.
  아내는 빙빙 돌려 말하는 특성이 있고, 남편은 생각나는 대로 뱉는 습관이 있다. 아내는 주로 간접화법을 쓰지만, 대개 남편은 직접화법을 사용한다. 아내는 감성적이어서 감정에 예민하고 남편은 이성적이어서 현실에 충실하기 때문이다. 아내와 남편의 갈등은 가슴과 머리 사이에 있다. 가슴과 머리의 거리는 불과 몇십 센티에 불과하지만, 그 짧은 거리의 다른 생각이 부부간의 소통에 문제를 일으킨다. 
  좋은 부부가 되기 위해서는 남편은 아내가 하는 말속에 숨어있는 감정을 읽을 줄 알아야 하고, 아내는 자신의 감정을 정중하면서도 적절하게 표현할 때 천생연분이라고 할 수 있다. 상황에 따라서 아내는 남편에게 직설적으로 이야기를 하는 것도 좋다. 남편과 함께 레스토랑에서 분위기를 잡고 비프스테이크를 먹고 싶다면 오늘 저녁은 외식하자고 말하거나, 보름달을 보고 달을 보니 옛날에 당신과 함께 바라보던 달이 오늘따라 참 밝다고 직설적으로 말하면 남편의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다.
  남녀가 부부로 살다 보면 좋은 날만 있는 게 아니다. 때로는 대립과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다. 연애할 때는 상대방에게 맞춰 주고 요구를 들어주지만, 일단 가정을 꾸미면 상대가 모든 것을 내게 맞춰 주길 바란다. 돕는 사이에서 바라는 사이로 바뀌는 것이다. 부부간의 갈등은 가정의 중심이 ‘나’라는 생각에서 시작된다고 할 수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사이가 좋은 부부들은 서로의 단점에 대해 불평하기보다 장점에 감사하는 태도를 보인다고 한다. 또한 어떤 일에 대해 너무 심각하지 않은 자세를 취하고 유머 있게 대처함으로써 더 건강한 관계를 형성할 뿐만 아니라 상대방과 의견이 다르더라도 공감하고 처지를 바꿔서 생각한다.
 남편을 '남의 편'이라 말하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런가 하면 아내를 ‘안 해’ 즉 집 안에 뜸하다고 한다. ‘남의 편'이나 ‘안 해’는 결국 어렵고 힘들 때 제일 먼저 생각나고 도움받을 수 있는 사이인 부부다. 그래서 5월을 가정의 달로 정하고 둘(2)이 만나 하나(1)가 되어 평생 함께 살라는 뜻에서 21일을 ‘부부의 날’로 제정하여 기념하고 있다.
  모든 것이 전혀 다른 사람이 만나 한마음 한뜻으로 살아가는 과정에서 불협화음이 생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기독교에서는 결혼을 단순히 사람과 사람의 약속이 아닌 하나님으로부터 선택된 두 사람이 하나님을 향해 올리는 맹세의 예배다. 불가에서는 몇 겁의 인연이 있어야 만나게 되는 것이 ‘부부의 연’이라고 한다. 결혼이야말로 고귀한 만남이다. 고귀한 만남을 소중히 여기고 정성을 다해 바람직하고 행복한 부부로 살아가야 함은 말할 나위가 없다.
  부부는 아웅다웅 살면서 좋은 일 나쁜 일을 함께 겪다 보면 서로에게 닮아가서 끝내는 한 사람인 듯 편안해진다. 눈빛만 봐도 상대의 기분을 알고, 말이 없어도 상대가 원하는 것을 알고, 웬만한 잘못을 모두 용서가 된다. 부부는 마주 보는 관계가 아니라 같은 곳을 바라보는 동행 관계다. 또한 네 것 내 것이 없는 것이 부부다. 주머니 역시 한 주머니다. 부모와 자식 간이나 형제자매간에도 한 주머니가 되기 어렵고, 되어서도 안 되는 요즘 같은 세상에, 마지막까지 돌봐주고 보살핌을 받는 사이는 부부뿐이다. 사랑하고 아끼며 존중하고, 서로에게 감사하며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기쁨이 되고 자랑이 되는 부부야말로 성공적인 부부다. 정성수, 시인·칼럼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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