덧잠 자다가 실종신고 소동
덧잠 자다가 실종신고 소동
  • 김규원
  • 승인 2023.05.11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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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 수필
김 고 운/수필가
김 고 운/수필가

최근에 동창회 책을 만들고 내 수필집을 편집하느라 생활 습관이 변했다. 초저녁에 일찍 잠들었다가 새벽에 일어나 작업하는 게 능률이 올라서 자꾸만 같은 시간을 만들다 보니 아예 버릇이 들었다. 아침 무렵까지 일하고 간단한 식사를 한 후에 잠을 자는 습관이다.

그렇게 아침에 드는 잠은 부족한 수면시간을 채우느라 곤하게 잘 수 있었고 10시 넘어 시간까지 깊은 잠에 빠지기 일쑤였다. 오전에 할 일이 있는 날엔 잠드는 시간을 변경해서 모자라는 잠 시간을 채웠다.

3.1절 다음날, 목요일인 지난 2일 새벽에 다른 일을 하다가 아침 동아리 모임에 쓸 수필 두 편을 찾아 프린트하고 나서 새벽 3시에 잠들었다. 새벽잠을 곤하게 자다가 깨어 시계를 보니 630분이다. 눈이 잘 떠지지 않을 만큼 잠이 부족했다. 조금만 더 자자는 생각으로 눈을 감았다. 그리고 깨어보니 1020, 10시 동아리 모임 시간이 지나도록 잠에 빠진 것이다.

아차! 싶어서 튀어 일어나 샤워도 못하고 얼굴만 씻고 전화기를 들어보니 여러 번 전화가 걸려왔었다. 모임을 주관하는 내가 늦잠에 빠졌으니 난리가 난 건 당연한 일이다. 그동안 수없이 전화가 걸려오고 짐에 찾아와 벨을 눌렀는데도 청각장애인인 내가 보청기도 없이 잠이 들었으니 알아듣지 못한 건 당연하다.

내게 전화한 친구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어디 있어요?”  “집인데.”  그렇게 전화하고 문을 두드리고 했는데 아무 소리가 없어서 관리사무소에 와서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했는데 지금 올라갈게요.”

집에 온 그는 경찰서에 전화를 걸어 실종신고를 취소하고 걱정하는 다른 사람에게도 내가 무사하다는 전화를 한참이나 계속했다. 집에 없고 어디선가 사고가 난 것으로 오해하여 여러 사람이 찾으며 걱정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번호키 출입문 장치 번호를 누군가에게는 알려 놓아야 무슨 일이 있을 때 들어와서 조치할 게 아니냐고 걱정을 했다.

그리고 장애인 집에 설치하는 출입문 벨 장치도 설치해서 보청기 없이도 밖에서 벨을 누르면 알아들을 수 있어야 한다고 역설했다청각장애자인 나는 집에 들어오면 보청기를 빼서 보관한다. 오래 귀에 넣고 있으면 습기가 차기도 하고 불필요한 소리가 들려서 빼놓고 사는 게 습관이 되었다.

대신 손목에 스마트 시계를 차고 전화가 걸려오면 진동이 울리도록 했다. 그런데 그날은 팔에 시계도 차지 않아 전화가 걸려오는지 벨이 울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그리고 수필 동아리 모임조차 잊고 깊은 잠에 빠졌다. 지금까지 단 한 차례도 동아리 모임에 늦거나 빠진 일이 없던 내가 황당한 실수를 한 셈이다.

회원들은 무슨 사고가 없다면 나오지 않을 리가 없다며 걱정했고 집까지 찾아와 벨을 누르고 문을 쾅쾅거려도 응답이 없자 실종신고를 하기에 이른 것이다. 서둘러 모임 장소에 나가서 예정된 수필감상과 평가를 마치고 점심도 함께 먹고 집에 돌아왔다. 몇 번이나 미안하다고 사과하고 다시는 그런 걱정하지 않게 하겠다고 약속했다.

생활 습관이 달라지면서 생각지 못한 사건이 터진 셈이다. 그래서 생활 시간을 조절하고 남들처럼 잘 때 자고 일할 때 일하는 패턴으로 바꾸려고 노력을 하는데 이게 쉽지 않다. 남들 일하는 낮시간에 졸음이 오거나 글을 쓰려면 도대체 머리가 무거워 진척이 없다.

저녁을 먹고 바로 잠들어 새벽 3시경에 일어나 일하는 패턴으로 바꾸려 하는데 그조차 어렵다. 초저녁에 잠이 쉽게 들지 않고 잠이 들어도 금세 깨어서 수면시간이 부족하다. 아무튼 새벽 3~4시쯤에 깨어 일하는 건 바꿀 수 없어서 시간 조절이 어렵다. 글을 써봐도 새벽 시간에 쓴 글과 낮에 쓴 글은 확연히 차이가 난다.

흐름도 매끄럽지 못하고 표현도 맘에 들지 않으니 새벽 시간을 선호한다. 벌써 몇 달 동안 새벽에 일어나 글을 쓰는 습관이 들었으니 쉽게 고칠 수 없는 건 당연하다. 그래도 수면시간을 확보하는 일이 쉽지 않아 늘 신경이 쓰인다. 어쩌다가 늦잠을 자고 실종신고까지 되었으니 살다가 이런 일이 또 있어서는 안 되겠다 싶어 스마트 시계도 차고 보청기도 잘 착용하고 나날을 보내는 습관을 들인다.

나이 80에 접어들면서 지금 사는 인생은 덤으로 받아 사는’ ‘덤 살이라고 이름 지었다. 덤으로 받은 삶에서 조금 귀찮고 때로는 팔이 근질거리기도 하지만, 남들과 소통하고 살려면 시계도 차고 전화도 잘 받아서 실종 신고는 당하지 않아야 하지 싶다.

어휴! 세월이 웬수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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