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더 불안해지는 나라
점점 더 불안해지는 나라
  • 김규원
  • 승인 2023.04.23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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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규원/편집고문
김규원/편집고문

봄인가 했는데 낮 기온이 27도까지 오르기도 했다. 요즘 계절이 빨라서 꽃들이 일찍 피는가 하면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10도 이하를 넘나든다. 우리가 알던 계절의 패턴은 이미 깨지고 들쑥날쑥 짐작하기 어려운 변화를 보인다.

날씨만 변한 게 아니라 세상만사가 다 변했다. 특히 어리석은 인간들이 조급하게 자연을 훼손하며 나만 잘살겠다는 욕심을 부려 오래 이어오던 날씨 변화조차 달라진 것이다. 요즘은 황사와 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려 밖에 나가기가 두렵다.

봄에 작은 풀꽃을 찾아다니며 사진을 찍으려면 작은 공기펌프로 꽃들 불어낸 다음에 촬영한다. 그냥 촬영해서 나중에 결과를 보면 꽃에 온통 황사 가루와 먼지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서 사진으로 쓸 수 없을 정도다.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그런 작은 입자의 모래와 먼지들이 다 우리 몸속에 들어와 건강에 문제를 일으킨다. 눈에 보이지 않는 치명적 유해 물질을 조심할 때다. 점점 살기가 어려워지고 우리를 불편하게 하는 요소들이 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자연과 기상 문제만 아니라 나라 정치도 어쩐지 불안하다. 어려운 시기에 대응하는 좋은 움직임을 기대하건만 자꾸만 뒤로 가는 듯한 정치판에 불안이 가중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가까이는 중국과 일본, 러시아 그리고 아직도 이 나라에서 전쟁을 수행 중인 미국의 사이에 끼어 살아야 하는 운명이다. 어느 나라도 우리에게 진정한 이웃, 선린(善隣)은 없다. 늘 우리를 노리거나 우리를 도구 삼아 자신들의 이익을 챙길 뿐이다.

특히 일본은 기회만 닿으면, 우리가 힘을 잃으면 넬름 집어삼킬 기회를, 그야말로 호시탐탐(虎視眈眈)하는 나라다. 늘 경계해야 할 가장 고약한 이웃이다. 어떻게든 우리 땅 독도를 제 것으로 만들어 영해를 넓히려고 교과서에 올려두며 기회를 엿본다.

그런 그들에게 36년의 치욕을 당한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해서라도 그들에게서 진정한 사과를 받아야 하는 우리다. 그런데 그들에게 끌려가 고초를 당한 여인들이 소송을 제기하여 법원이 배상 판결까지 마친 사안을 뭉개버리고 일본에 무조건 항복하듯 다 털어 바쳤다.

피해자들의 마음과 국민의 정서 따위는 깡그리 무시하고 자신과 추종 세력의 뜻대로 나라의 중대사를 처리할 만큼 선거에서 지지를 받지 못한 점은 아예 생각지 않는 듯하다. 국민만 보고 국민만을 위해 일한다던 선거 때의 약속은 허구였다.

몇 번이나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고도 국민 앞에 사과 한 차례 하지 않는 대통령의 모습에 국민 여론은 싸늘하다. 지지율이 20% 선에 내려앉아도 나 몰라라 하고 마이웨이로 일관하는 뱃심으로 이번엔 미국에 간다고 한다.

어마무시한 힘으로 세계를 주무르는 미국에 가면 또 어떤 일을 저지를지 몰라 국민은 불안하다. 국민의 마음은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생각대로 또 무슨 양보와 결정을 덜컥, 내놓을지 몰라 불안한 것이다.

미국의 요구에 우크라이나에 탄약을 내주겠다고 약속한 일이 미국의 감청으로 들통나 또 한 번 미국의 횡포가 드러났어도 항의 한번 못하고 쪼그라들었다. , ‘악의가 보이지 않았다던가?’ 도청도 선의에서 하는 도청이 있다는 궤변이다. 역사에 기록될 일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입하는 일은 절대 해서는 안 될 일이다. 결국 소련을 공격하는 탄약을 내주어 소련과 적대관계가 되면 우리는 막대한 타격을 입는다. 그 문제에 대한 대통령의 생각이 19일 다시 드러났다.

지난 19일 보도된 영미권 로이터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은 민간인에 대한 대규모 공격이라든지, 국제사회에서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대량학살이라든지, 전쟁법을 중대하게 위반하는 사안이 발생할 때는 인도 지원이나 재정 지원에 머물러 이것만을 고집하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러시아는 강하게 반발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어떠한 무기 제공도 반러시아 적대행위로 간주하겠다고 밝혔다. 러시아는 아울러 북한에 러시아 무기를 공급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치며 우크라이나 지원을 반대했다.

우리가 남의 나라에 무기를 내주면서 한반도 평화를 요구하는 건 자가당착(自家撞着)이다. 무슨 염치로 한반도 평화를 말할 수 있겠는가? 인명을 살상할 무기를 제공하여 전쟁을 부추기면서 우리만 평화롭게 살겠다고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 무기가 세계 시장에서 잘 팔릴 만큼 성능이 우수하다고 상대가 누구든 한판 뜨자는 생각인지 몰라도 어림없는 생각이다. 우리를 둘러싼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어느 나라도 우리보다 더 많은 무기와 우수한 국방력을 갖고 있다.

전쟁은 평화가 깨어지고 숱한 인명이 희생되는 참사다. 이룩해놓은 경제력도 전쟁이 나는 순간 다 사라지게 된다. 외국인 투자가 다 빠져나가고 생산 시설과 경제 인프라가 사라져 다시 폐허 위에 서게 된다.

무슨 뱃심인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게 평화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전쟁은 가상현실이 아니라 우리 곁에서 생명이 죽어가고 이룩한 모든 것이 한꺼번에 사라지게 한다. 전쟁상황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지도자는 정말 위험하다.

미국이라는 나라는 전쟁을 통해 돈을 벌고 힘을 과시하여 지구촌의 왕초로 군림한 나라다. 세계의 모든 전쟁을 조종하고 직간접으로 개입하여 부추기거나 종식하는 무기 상인들이 득시글거리는 깡패 국가다.

그들이 국빈으로 초청하여 방문하는 경우는 대개 뭔가 요구할 일이 있을 때다. 은근히 겁을 주거나 기분이 들뜨게 한 뒤에 슬그머니 자신들이 부담을 느끼는 일을 대신하게 하거나 부담을 주려는 속셈이 있을 때 요란하게 초정하는 방법을 쓴다.

우리가 알지 못하는 사이에 이미 저울질이 끝나고 방문에 맞추어 뭔가를 발표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무엇이든 전쟁과 관련하여 우리가 가담하는 일만은 약속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이 반대하므로 불가능하다는 좋은 구실이 있다. 전쟁은 환상이 아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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