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조합장 선거풍토
여전한 조합장 선거풍토
  • 김규원
  • 승인 2023.02.07 1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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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3회 전국 동시 조합장 선거를 한 달 남짓 앞두고 도내 곳곳에서 과열, 혼탁 상황이 전개되고 있다. 그동안에도 조합장 선거는 유달리 불법과 부정 사례가 많았고 동시 선거 이전보다는 다소 나아지긴 했지만, 공명선거와는 거리가 먼 느낌이다.

전북 선거 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농축수협과 산림조합 대표를 선출하는 이번 동시 선거에서도 해괴한 양상의 부정 선거가 자행되고 있다고 한다. 김제 지역의 한 축협 조합원에게 배달된 홍어가 도내 다른 지역에도 배달되었다는 제보도 잇따랐다.

대량 구매한 홍어가 택배 배달이 아닌 개인 차량을 이용해 은밀히 배달된 것으로 알려져 얼마나 많은 홍어가 배달되었는지 파악이 어렵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김제 지역 한우 경매시장 등 몇 곳에 전주김제완주 축협 조합장 선거와 관련항 홍어를 받았다면 자수하라는 안내문과 문자 메시지가 발송되기도 했다고 한다.

홍어 배달과 관련해 조합원들 사이에서는 누가 홍어를 받았느니 홍어를 받아 막걸리 사서 먹었다는 등의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다고 한다. 이런 가운데 전북 선거관리위원회는 15일까지 특별 자수 기간을 설정하여 홍어를 받은 사람은 자수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KBS 방송총국의 보도에 따르면 이들에게 배달된 홍어는 4.6kg 정도로 요즘 시세로 15만 원 정도라고 한다. 선관위는 홍어를 받고 신고하지 않다가 적발되면 최대 50배까지 과태료가 부과되므로 750만 원까지 물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냄새나는 홍어가 불법 선거 도구로 이용된 일도 아이러니한 일이지만, 문제는 이렇게 냄새나는 불법 증여 외에 한 번 건너가면 그 흔적조차 찾기 어려운 현금 봉투 등은 또 얼마나 건네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데 있다.

한꺼번에 선거를 치르는 방법이 부정을 없애는 수단으로 채택되었는지 몰라도 동시 선거로 인해 외려 적발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짐작해 본다.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기에 감시의 눈초리를 피하기 쉽다는 문제도 있다.

금품제공만 아니라 감정 폭발에 따른 폭력행사와 당선 후 인사 혜택 등 미끼가 제공되어 직원들이 선거에 동원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여러 조합원과 상대하는 직원들이야말로 가장 활용하기 좋은 선거 협조자일 수 있다.

조합장 평균 연봉이 1억 원 이상이고 조합이 진행하는 각종 사업의 결정권을 갖는 조합장은 당선만 되면 쏠쏠한 수입과 막강한 파워를 행사하게 된다. 직원들은 그야말로 줄을 잘 서야 새 조합장 재임 기간 내내 눈치 보지 않고 승진과 이익을 바랄 수 있게 된다.

재임 기간 내내 다음 선거를 준비했던 현역 조합장이 유리한 조건으로 승리할 가능성이 높기에 직원들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운동원이 되는 셈이다. 이런 기울어진 선거판에 은밀한 무엇까지 가세하는 선거풍토는 반드시 고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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