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가스 값만 올랐냐?
도시가스 값만 올랐냐?
  • 신영배
  • 승인 2023.02.01 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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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배 대표기자
신영배 대표기자

최근 포털뉴스에는 대통령실에 초청받은 캄보디아 소년과 대통령 부부의 사진이 여러 장 실렸다. 김건희 여사가 캄보디아 방문 때 만난 아이의 심장병을 고쳐주고 용산 대통령실에 초청했다는 내용이었다. 

순간 여태 한 번도 보지 못한 생경한 기사여서 어찌 판단해야 좋을지 난감했다늘 날카롭고, 칼날 같던 윤 대통령이 외국 어린이를 앞에 두고 사랑스럽게 대하는 모습을 보며 국민은 무엇을 생각했을까. 참 인자하고 정이 많은 대통령이라고 생각했을지, 아니면 뭔 새퉁빠진 광경인가 하고 혀를 끌끌 찼을지 의문이다.

지난 1월 각 가정에 날아든 난방비 고지서에 국민은 화가 잔뜩 나 있다. 이마에는 내 천()자를 쓰고 있는 현실이다. 난방비만 오른 게 아니라, 식료품 공산품 등 오르지 않은 게 없다.  날씨는 여전히 영하를 맴돌고 실내를 덥히려면 전기나 가스, 등유 등을 사용해야 하는데 모두 최소 50% 이상 올랐으니 아무리 궁리해도 추위를 면할 길이 없다.

모든 먹거리 또한 다 올라서 가족끼리 외식 한 번 하려면 기본이 10만 원이다이런 참담한 시민들의 마음은 아랑곳없이 대통령 내외는 외국 아이를 초청해 사랑스럽게 바라보며 행복해하고 있으니 괴리(乖離)감을 떨칠 수 없었다. 윤 대통령 부부의 아이사랑이 나쁘다는 게 아니다. 자랑도 때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의 마음이 조금이라도 편안할 때, 그런 일에 감동할 정도로 여유가 있을 때, 인자한 모습도 보여주고 자랑도 해야 할 것이다. 그야말로 마이웨이, 나 하고 싶은 대로, 국민이야 어찌하고 있든, 어찌 생각하든 관계치 않는다는 행태다.

추위와 고물가, 고금리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국민의 고충을 생각한다면단 한 차례라도 생각해본 적이 있다면 그런 어깃장 나는 모습을 연출하거나 공개해서는 안 된다. 설령 그런 일(좋은 일)이 사전에 계획됐다 하더라도 현실을 생각해 조용하게 고통받고 있는 국민 몰래 진행했어야 할 행사였다.

난방유 값이 오른 건 어제오늘이 아니다.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이 막히면서 가스 가격이 오르기 시작했고 휘발유, 경유, 등유 가격도 함께 올랐다. 이런 가운데 도시지역은 그나마 값싼 가스(LNG)공급이 원활해서 대부분 가스를 쓰지만, 가스공급이 되지 않는 농어촌지역은 과거나 지금이나 타 연료에 비해 비교적 값이 싼 등유를 주 난방유로 사용한다.

그런데 20211리터당 700원에서 750원이던 등유값이 지금은 1,500여 원이다. 1년 전보다 2배로 뛰었다. 휘발윳값 1,517원에 육박하고 있는 것이다. 2~3인 가족이 사는 농촌주택에 난방하려면 추운 달에는 200리터 이상 소요된다. 돈으로 환산하면 40여 만 원이 드는 셈이다.

더욱 문제인 것은 농촌 살림에 한 달에 40여만 원을 난방비로 쓰면서 겨울을 나야 하는 이 엄중한 현실을 정부도, 언론도, 자치단체도 전혀 관심 밖이다. 주택 구조도 열악해 농촌 사람들은 전기장판으로 이 추운 겨울을 버텨야 한다. 이런 고유가 상황이라면 농촌은 다시 연탄 난방으로 전환해 연탄가스에 목숨을 절반쯤 내놓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사정을 정부, 자치단체, 국회의원, 지방의원 등 그 누구도 살피지 않는다. 그 많은 신문에도 기사 한 줄이 실리지 않는다.

더구나 도시에서 나고 자란 윤 대통령이 등유에 대해 알 턱이 없다. 아마 농촌에서는 어떤 연료를 사용하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할 것 같다. 단체장과 국회의원도 마찬가지, 자신들은 도시가스로 자동 난방되는 집에서 살고 있으니 궁벽한 시골 사람들의 사정을 알 일이 없다.

난방비 폭탄이라는 말이 나돌아도 저절로 돌아가는 난방인데 야당이 공연히 떠들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모든 물가가 뛰어오르는 상황에도 전 정부가 가격을 올리지 않아서 한꺼번에 오르고 있다고 전 정부 탓을 하는 사람들이다.

정부가 물가에 상당 부분 간여하긴 하지만, 한없이 누르고 있을 수는 없다. 요인이 차오르면 물가는 오르게 마련이다. 뭐든 맘대로 안 되는 일은 전 정부 탓이다. 뭔가 부실한 부분을 잘해달라고 국민이 정권을 맡겼다.

그렇다면 잘못된 부분을 제대로 파악해 대비하고 수정해서 잘해나가면 될 일이다. 가만히 앉아서 전 정권 탓만 하려면 왜 정권을 맡았는가? 탓하고 들추라고 맡긴 게 아니라 잘해서 국민을 더욱 편안하게 하라고 맡겼다.

정적인 이재명만 옭아넣고 문재인 정부에 똘똘 뒤집어씌우면 끝나는 정치가 아니다. 새 정부가 잘하면 지난 정부가 얼마나 잘못했는지 국민은 바로 안다. 국민이 떼거리로 목숨을 잃고 곳곳에서 신음이 들려도 모르쇠인 채 마이웨이를 외치는 이런 경우는 이제까지 없었다.

앞에서 지적했듯이 우크라이나 사태에서 비롯한 세계 경제 불황 쓰나미가 지구촌을 위협하는 이 엄중한 상황이다. 대통령을 비롯해 여야 정당과 정부와 자치단체, 모든 국민이 일치단결해 이 난국을 헤쳐 나갈 길을 모색해야 하는 절체절명(絶體絶命)의 시기를 건너고 있다.

외환위기보다 더한 경제적 위기가 우리 모두를 위협하고 있다는 분석이 하루에도 수없이 쏟아져도 나는 법만 아는 사람이니 법대로만 하겠다고 외치면 나라와 국민은 어디로 갈 것인가? 지금은 누구를 탓하여 공격하고 죄를 벌하기 위해 머리를 굴릴 때가 아니다.

작은 지혜라도 모아서 모두의 생각을 듣고 한곳을 바라보며 온 힘을 다해 역사의 바퀴를 돌려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다. 주변에는 중국과 일본, 북한이 우리의 허점을 노리고 있어 한시도 방심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세계의 소비가 줄어 수출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가뭄으로 밀과 옥수수 등 곡물 가격이 배로 뛰어 식탁 물가 또한 지속해서 오른다는 전망이다. 기업의 수지 상황이 나빠서 급여는 오르지 않고 이자 부담은 늘고 물가 인상으로 가계수지조차 적자로 돌아서고 있다.

이제는 제발 국민의 소리를 들어야 한다. 무엇이 급한 일인지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국민의 소리를 들어 결정하고 시행해야 한다. 난방비 폭탄은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 어려운 민생을, 아프고 다급한 곳을 살피는 정치가 좋은 정치다. 미국의 자동차 회사 경영자 아이어코카는 통솔력이란 본보기를 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국민은 리더인 당신의 모든 행동을 지켜보고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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