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점상, 단속만 능사인가?
노점상, 단속만 능사인가?
  • 김규원
  • 승인 2023.01.16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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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시 완산구가 설 명절을 맞아 귀성객과 시민들에게 쾌적한 가로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불법 노점상 및 노상 적치물 정비에 나선다고 한다. 특히 남부시장 중앙시장 등 전통시장 주변과 교통혼잡 지역에서 영업하는 불법 노점상에 대한 단속을 강화한다고 했다.

물론 도시 미관과 교통소통을 위해 불법 노점상을 단속하는 건 당연하다 할 것이다. 그러나 설 명절은 민족 최대 명절이라 할 만큼 오랜 전통을 이어오는 축제 기간이라고 할 수 있다. 그저 덕담을 나누고 세배를 하는 날만 아니라 모두가 즐기는 축제다.

축제는 각이 잡힌 질서와 청결에 매력이 있는 게 아니라 모두 즐겁고 나누는 마당이어야 한다. 평상시의 도시는 말끔하고 원활히 소통하는 게 정상이라 할 수 있지만, 축제 기간은 조금 혼잡하고 시끄럽고 즐거워야 한다.

특별히 명절을 앞둔 시장 주변에 모이는 노점상들은 도시의 텃밭이나 인근 농지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들고나와 파는 노인들이 대부분이다. 명절 특수에 맞춰 자신이 생산한 농산물을 내다 팔아 돈 몇 푼을 마련하려는 이들이 대부분이다.

노인들은 그렇게 번 돈으로 손주 세뱃돈도 주고 나이 들어 골골거리는 영감을 위해 약도 몇첩 지어주려는 것이다. 그런 노인들을 노점상이라고 한꺼번에 몰아 쫓으며 좌판을 엎어버리는 광경을 지난날에 여러 차례 보았다.

사실 전주시는 전통 도시로 알려져 있고 정이 많은 고장이라고 하지만, 서민들을 위한 배려가 전혀 없는 도시이다. 다른 도시에 가보면 곳곳에 교통에 방해되지 않는 노변에 작은 구조물 노점을 설치하여 노인들이 담배와 잡화를 팔도록 한 곳들이 많다.

그러나 전주시는 그런 안배가 전혀 없다. 간혹 구두 수선하는 작은 길가 점포가 보일 뿐이다. 한옥마을을 만들고 전라감영을 만들어 외부인들이 와서 깨끗한 도시라고 칭송하는 말보다는 지역의 어려운 이들에게 뭔가 작은 도움을 주는 일이 더 가치있는 일이 아닐까 싶다.

각설하고 전주시는 적어도 설 명절처럼 축제 기간에는 보자기 가게’(노점상) 정도는 허용하여 어우렁더우렁 즐기는 문화를 만들어주기를 권해 본다. 조금 시끄럽고 규모가 큰 노점도 축제 가간 동안 허용하여 다 함께 즐거운 명절을 구상해볼 수도 있다.

축제는 행정이 개입하여 거창하게 선전하고 무대를 꾸며야만 축제가 아니다. 설 명절에 시민들이 재래시장에 나와서 떠들썩한 분위기에 즐거워하며 사지 않을 물건도 사는 데서 작은 경제도 살아날 수 있다.

그동안 전주시 행정은 너무 고식적이고 행정편의 위주로 흘렀다. 삭막한 도시로 변해서 정을 느끼기 어렵고 밖에 나가기 싫은 도시로 변했다. 시대가 변했지만, 지난날 전주시는 이렇지 않았다. 시장에 가면 즐거운 구경도 있고 저마다 살 물건이 없어도 나와서 분위기를 즐겼다.

설날까지 며칠 남지 않았지만, 그 기간만이라도 노인들과 어려운 이들에게 작은 즐거움을 선사하자. 좋은 선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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